볼테르의 정부였던 샤틀레 부인을 추적하는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과학사 뒤쪽, 언니들의 분투는 눈물겹다.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e>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곳은 언니들이 눈물을 흘릴 때다. 오토 한이 리제 마이트너의 ‘핵분열’에 대한 아이디어를 갈취하고, 연구소의 상급자에게 그녀의 해고를 권하는 일화를 볼 때면 여성 독자의 주먹은 불끈한다. 진실은 알 수 없으나 이 책에서 보더니스는 무조건 여성 편이다. 보더니스가 이 책을 쓰면서 발굴한 사람 중에는 샤틀레 부인도 있었다. (최세민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 1만5천원)는 그가 샤틀레 부인을 ‘에밀리’로 친근하게 복원해낸 전기다.
역사 속에서 샤틀레 부인은 볼테르의 정부이자 요부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죽자 그녀의 공적은 잊혀져서다. 그녀의 연구 가운데는 에너지 보존 법칙도 있었고 제곱 개념도 있었다. 하지만 칸트는 “그런 공적은 여성이 턱수염을 길렀다는 것만큼 얼토당토않다”고 말했다. 역사가 평가하지 않았으나 에밀리는 그 시대의 다른 여성에 비해 운이 좋은 편이었다. 유년 시절에는 부유한 아버지가 후원해주었고 20대 초반에는 영혼의 동반자 볼테르를 만났다. 볼테르와의 사랑은 변덕스러웠지만 그의 너그러움은 축복이었다.
그녀의 최후는 극적으로 여성적이었다. 그녀는 42살 때 ‘왕의 정부의 정부’인 젊은이와 사랑에 빠져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다. 임신 4개월째 그녀는 스타니슬라스 왕이 제공한 방에서 뉴턴의 를 해석한, 이후 그녀의 명성을 드높일 를 밤낮없이 썼다. 그녀는 원고를 완성해 왕립도서관 관장에서 보낸 3일 뒤 아이를 낳았고 그 일주일 뒤 출산하고 감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천문학을 사랑했고 죽은 뒤에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를 갈망했던 그녀는 업적에 대한 증거를 남김으로써 잊혀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어쨌든 그녀가 우리에게 ‘요부’로 비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시대가 요녀요남의 판이었으니 유별난 것도 아니었다. 에밀리는 결혼해 아이를 두 명 둔 때 볼테르를 만났다. 남편은 가끔 둘의 거처를 방문해 우정을 나눴다. 둘 다 사랑의 절정기에도 끊임없이 바람을 피웠다. 이 사랑은 식은 뒤에도 서로에 대한 봉사로 이어졌으니 시대의 요상함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 이러한 적나라함은 인터넷에 오르는 문서보다도 더 비밀이 안 지켜진 듯한 일기와 편지로 고스란히 전해져 보더니스의 자료로 활용됐다. 그런데 경찰 첩자에게 미소짓는 볼테르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묘사할 것 같다며 자신만만해하던 보더니스는 자료에 허덕댄 것 같다. 그의 문체는 재기 넘치나 “좀 무기력하기는 하겠지만 나의 거기를 너에게 보여줄게” 같은 볼테르의 문장을 포용하고 시대의 적나라함을 따라가기에는 너무 점잖다.</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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