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문제를 고민하는 유작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고 정운영씨 1주기를 맞아 유작 두 권이 세상에 나왔다.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경제 이론서라 볼 수 있고 (웅진지식하우스 펴냄)는 칼럼집이다. 이 중 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를 칼럼니스트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기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원고를 직접 교정까지 봐가며 정리했다는 은 초고 집필 시기가 1999년부터 2003년에 걸쳐 있다.
이 책은 오직 한 단어에만 표적을 맞추고 있다. 세계화. 이는 90년대 후반부터 세상을 떠나기까지 경제학자 정운영씨가 대결하고자 했던 전선을 드러낸다.
책의 첫 장은 제국주의와 전체주의가 지배했던 20세기 초부터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20세기 말까지를 훑는다. 1980년대 달러 헤게모니가 동요하면서, 미국은 달러를 대신할 다른 대상을 구하기 시작했다. 지은이는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에서 세계무역기구로의 전환이 미국의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단정짓는다. 1990년 후반부의 동아시아 경제 위기는 투기 자본의 맹활약으로 탄생했다. 이제 금융자본과 생산자본의 고전적 구분은 무의미하다. 생산자본도 언제든 투기자본으로 전화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주문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역사적 맥락 아래 지은이는 20세기 말의 자본주의를 분석한다. 그는 특히 동아시아 경제 위기에 집중하면서 세계화와 투기자본의 출현이 세기말 자본주의의 새로운 현상임을 강조한다. 전 세기의 금융자본과 달리 현재의 투기자본은 자본주의 생명력을 파괴하면서 양도 차익에 광분하고 있다. 지은이는 ‘현대의 제국주의’를 강조한다. 세계화를 자본주의의 새로운 국면으로 바라보는 것. 이는 자본의 운동과 저항의 방식을 새롭게 인식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3장 ‘세계화에 대한 비우호적 질문’에서도 그는 세계화가 지니는 단절의 의미가 연장의 의미보다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지은이의 두 가지 제안이 눈에 띈다. 첫째는 세계화 시대일수록 국가가 고유의 기능을 간직해야 하는 것. 둘째는 계급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 특히 계급과 관련해서 그는 ‘시민운동’의 명분으로 노동운동의 자리를 잠식한다든지 무슨무슨 ‘포스트’주의의 이름으로 계급갈등을 희석하는 움직임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지은이는 5장에서 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 장은 조금 돌출돼 있다. 시기적으로 80년대 후반이나 90년대 초반에 쓰인 것 같은(그는 당시엔 논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글의 초고 시점이 2000년 9월이다. 한국 사회를 종속적 국가독점자본주의 국면으로 바라보는 이 글은, 세계화 시대에 제국주의, 국가, 저항의 전략을 고민하기 위한 나름의 정리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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