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와 복수가 이어지는 21세기에 대한 경고 <공포의 계절>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아프리카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월레 소잉카는 공포가 지배하는 세계에 대해 다섯 번의 강의를 했다. <공포의 계절>(원제
월레 소잉카는 미국 일방주의 대외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거나 날카로운 정세 인식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몇 가지 눈에 띄는 성찰을 내놓는다. 그것은 아프리카의 투사와 유럽의 지식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작가의 관점이다. 이 관점은 공포를 확산시키는 세력에 대한 독특한 시각으로 나아간다.
공포의 확산에 대한 ‘아프리카 투사 출신 유럽 지식인’의 관점이란 이런 것이다. 나치즘이나 핵폭탄이나 몇십 년 전만 해도 공포의 얼굴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국가단위에서 조작되는 공포다. 그러나 미국의 극우 기독교파나 제3세계의 테러리스트 등 지은이가 ‘유사국가’라고 부르는 조직들이 등장한 지금 상황에서 공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나타난다. 지은이는 1989년 로커비 사건이 일어났을 땐 전세계가 분노했는데, 왜 같은 해 니제르 상공에서 비행기가 격추되었을 때는 아프리카가 침묵했는가를 묻는다(이 사건은 리비아 내부의 테러단체 소행으로 추정됐다). 그것은 ‘피지배자’ 아프리카가 제국주의에 대해서는 격렬하게 한목소리를 냈지만, 내부의 폭력에는 굴복하는 상황을 설명해준다. 여기엔 아프리카가 반제국주의의 구호 아래 끝내 비민주적 선택을 하는 모습을 지켜본 지은이의 고민이 녹아 있다.
이러한 성찰은 공포의 본질로 나아간다. 9·11 이후 세계를 지배하는 공포는 지배자들뿐 아니라 내부의 폭력을 묵인하거나 정당화하는 제3세계까지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공포는 종교와 정치가 결탁한 광기의 수사학이다. 부시는 말할 것도 없고 이슬람 세계의 근본주의나 유럽 68혁명 당시 마오주의의 꼬리표를 단 일부 급진 과격파들의 ‘값싼 구원’은 공포의 본질을 가릴 뿐이다. ‘유사국가’는 때로는 진보적 반체제 운동이 갖는 입장을 공유한다. 이런 사태에 대한 지은이의 해답은 유럽 세계가 찾아낸 ‘인간의 존엄성’과 그것이 현상적으로 표현된 민주주의로 돌아간다. 자신과 타자의 존엄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철학이 장황하게 설명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유엔 기구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월레 소잉카의 이 책에선 아프리카의 목소리보다 유럽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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