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트기, 단순한 거실 넓히기에서 벗어나 발상을 전환해보자
가족생애 주기·개인 취향 고려한 침실 안 욕실·창문 옆 선반 생기 준다
▣ 김주원 (주)이몽기가 대표·소장 jwkim@imgg.co.kr
건교부의 발코니 확장에 대한 법적 허용 방침 발표를 놓고 왈가왈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안전과 쾌적한 공간, 이 두 가지를 놓고 찬반양론의 대결이 만만치 않게 불거져나온다. 안전 문제에 관해서는, “갑자기 모두들 발코니를 확장하게 되면 하중에 문제가 없겠느냐”와 “발코니 없는 구조는 화재에 취약하므로 소방 안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로 대별된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와는 별개로 하중과 소방에 대한 안전이 확보됐다는 가정 아래, 발코니 확장 자체를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쾌적하고 멋지게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자.
하중과 안전을 일단 확보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코니 확장이 법적으로 허용된 것에 대해서 환호하는 분위기다.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이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이야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 살고 싶겠지만, 아파트 가격이 평당 1천만원을 훌쩍 넘는 현실이 만만치는 않은 탓이다. 이에 비해 평당 100만원 정도의 공사 비용으로 모자랐던 공간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렸으니, 환호할 수밖에.
확장된 발코니 면적을 어떤 목적의 공간으로 활용할 것인지에는 아파트의 규모와 가족의 생애주기 그리고 개인적 취향과 특수한 목적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겠다. 그러나 무조건 트기 전에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정도는 정하고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가장 일반적인 확장의 형태는 거실과 발코니를 가로막는 창을 없애고, 발코니 바닥을 높여 거실 바닥재를 연장해서 깐 뒤 거실 면적을 넓히는 것이다. 하지만 발코니 확장을 획일적인 아파트 공간에서 나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족을 바꾸는 공동 컴퓨터실
발코니, 지금까지 트지 않아도 잘 살아왔다. 확장해서 거실과 방의 면적을 넓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면 모르겠지만, 집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데 그릇 바꾸는 참에 삶도 좀 바꿔보면 어떨까.
먼저, 아이들 문제다. 발코니 확장에 대한 수요는 특히 중·소형 평형에서 높다. 아이들이 한창 커가는데 공간이 비좁아 불편하다. 더군다나 요즘 아이들은 빨리 조숙해서,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방문을 걸어잠그고 나올 생각을 않는다고 하지 않나.
확장된 발코니에 가족이 함께 쓸 수 있는 컴퓨터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고려할 만하다. 유해한 사이트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수도 있고, 자료 검색 등 숙제도 함께 할 수 있다. TV를 함께 보는 것 말고도 거실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도 늘어나고, 아이들 하는 게임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된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 집이란 게 온통 여자들과 아이들 차지라는 생각이 혹시 안 드시는가. 거실 소파를 제외하고는 내 자리가 없는 것 같다. 확장된 발코니에 온 가족을 위한 작은 서재를 꾸미는 것도 권할 만하다. ‘남편을 바꾸는 아파트’라는 카피도 있듯이, 그렇게 꾸민 미니 가족 서재가 남편과 아이들을 진짜로 바꿀지 누가 알겠는가.
침실 발코니 확장의 경우, 침실의 크기가 작아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확장된 면적을 별도의 아늑한 침실 공간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욕실이 딸리지 않은 침실이라면, 이 공간을 이용해 간단한 세면이 가능한 간이 욕실을 만들 수도 있다. 침실과 자연스럽게 오픈된 욕실은 스튜디오형 주거 공간의 새로운 트렌드다. 입주민 전체의 동의가 이루어져 오수 배관이 갖춰진다면, 오래된 아파트의 부족한 욕실 개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부부 침실에서만 가능했던 럭셔리한 공간이 자녀방 등 부속 침실에서도 가능해, 성장한 자녀의 주거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이다.
양지 바른 창가 자리가 생겼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소망 중 하나가 ‘내 집 정원’이다. 흙 밟고 살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정원을 손수 가꾸는 재미를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렇다고 데크 깔아 흙 놓고 화분 놓는 것이 다는 아니다. 진짜 정원 말고 ‘정원이 주는 감성’을 확장된 실내 공간에서 얻을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 아닐까.
정원이 주는 감성이란 ‘자연과 가까이하는 데서 나오는 생명의 기운’ ‘초록 식물이 주는 안온한 정서’ ‘식물들의 느리지만 끊임없는 성장이 주는 느림과 느긋함’ 같은 것일 게다. 확장된 발코니의 바닥 높이를 거실보다 오히려 한 단 정도 높게, 평상처럼 만들어 보자. 소파와 테이블로 꾸며지는 거실 공간에 다실 같은 분위기의 공간을 붙여 만들면, 거실 공간의 표정이 좀더 풍부해질 것이다.
발코니를 확장하면서 우리 아파트 공간의 큰 변화 중 하나가 ‘양지 바른 창가 자리’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창에서 가까운 볕 바른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의 세팅은 어떤 것일까. 창가에 소파 세트와는 다른 흔들의자와 작은 테이블 하나쯤 놓아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넓어진 거실 공간, 거실 창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즐기기에는 그만 아닐까.
조망이 좋은 위치라면 모르겠지만, 채광을 위해서라면 거실이나 방의 창문이 꼭 바닥까지 내려올 필요는 없다. 예전의 거실과 발코니를 연결하는 창들은 발코니로 나가야 하므로 바닥까지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창들도 다양한 표정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창밖 조망, 기막히지 않다면…
창밖으로 기가 막힌 조망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창문을 낮은 벤치 정도 놓을 수 있도록 높이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적당하게 높인 창턱을 이용해 다양하게 창문의 표정을 연출할 수 있으며, 창 아래의 벽면을 이용하면 수납을 겸한 벤치 등 다양하고 개성 있는 연출이 가능하다. 이때 높아진 창턱을 넓게 처리하면 선반 기능을 겸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거실 창문이 바닥까지 내려와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창문들이 환하게 밝혀진 밤, 건너편 아파트를 바라보는데 모두들 같은 방향으로 앉아 비슷한 자세로 비슷한 화면에 집중하는 모습에 한참을 웃은 적이 있다. 아파트라는 규격화된 주거공간이 빚어내는, 웃지 못할 풍경이다. 지금까지의 발코니 확장은 그런 거실 풍경을 고만고만하게 재현해왔다. 이제 주거공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다양화·고급화하고 있으며, 어찌 보면 주택공급회사나 디자이너들보다 더 삶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이 시대의 보편적 주거공간이 우리 삶을 담지 못하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결과가 발코니 리모델링의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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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전: 전문가의 진단을 거쳐야 한다. 특히 입주자들이 연합해 한꺼번에 발코니 확장을 시도할 경우, 건물의 구조와 하중에 관한 진단을 정식으로 거쳐야 할 것이다. 개별적인 리모델링의 경우에는 금속재나 석재 등 무거운 자재의 과다한 사용은 삼가야 한다.
2. 방음·방풍·단열: 발코니를 확장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가 창호의 설치다. 발코니는 실내 공간과 바깥 공간 사이의 완충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실내 공간화했을 때에는 외기와 맞닿는 창호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 창호는 이중창호나 시스템창호를 설치해야 하며, 특히 창문 주변의 결로에 주의해야 한다. 기존의 발코니 외벽을 이제는 실내 벽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발코니 면적의 바닥을 제외한 모든 면, 즉 천장과 양쪽 면에 단열재를 덧대어 마감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 것.
3. 난방: 난방은 기존 거실에 설치된 난방용 파이프를 연결해 깔거나, 별도의 난방 패널을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연결 부위에 난방 배관이 촘촘히 들어서지 않아 찬 바닥 부분이 나오지 않도록 꼼꼼하게 시공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기존의 보일러가 늘어난 바닥 면적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지 용량을 확인해보아야 한다. 보일러의 난방 용량이 부족해 곤란할 수 있다.
4. 바닥 단높이 조정·바닥재 선정: 목구조틀로 바닥을 높이는 경우, 목구조틀 사이의 빈 공간을 경량 콘크리트 등의 재료를 사용해 빈틈없이 채워주어야 바닥을 밟았을 때 삐걱거리거나, 퉁퉁 울리는 소리가 난다거나, 바닥재가 떨어지는 등 하자가 없다. 바닥재를 선정할 때에는 창문을 열어두었을 때 비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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