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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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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불여우’ 몰고 가세요

등록 2005-07-28 00:00 수정 2020-05-03 04:24

오픈소스로 개발되는 웹 브라우저 ‘파이어폭스’를 아십니까
누구나 ‘웹’이라는 공공재에 쉽게 접근하는 세상 꿈꾼다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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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을 돌려받자.(Take back the web)"
지난해 말에 등장한 불여우 한 마리가 인터넷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2004년 가을 1.0 버전으로 탄생한 뒤 지금까지 5천만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한 웹 브라우저 ‘파이어폭스’(Firefox).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호평을 받으며, 웹 브라우저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 신생아는 관리 주체인 비영리 기관 ‘모질라(Mozilla) 재단’의 지도 아래 전세계 프로그래머들의 공동 육아로 쑥쑥 자라나고 있다.

전세계 프로그래머의 공동육아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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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에서 ‘2004 올해 100대 최고 제품’ 1위로 꼽힌 파이어폭스는 급기야 마이크로소프트(MS) 인터넷 익스플로러(이하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을 90% 아래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인터넷 분석기관 넷애플리케이션즈에 따르면 2005년 6월, 익스플로러는 86.6%, 파이어폭스는 8.7%의 점유율을 보였다. 넷스케이프가 몰락한 이래 90% 아래의 수치를 기록한 건 상징적인 사건임이 틀림없다.
<한겨레21>이 창간된 1994년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넷스케이프사의 ‘커뮤니케이터’를 사용했다. 뒤늦게 인터넷의 중요성을 인식한 MS는 MSN((Microsoft Network)이라는 별도의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건설하려던 기존 전략을 폐기하고 익스플로러를 밀기 시작했지만 별 효과를 얻지 못했다. 이에, 1997년 자사의 윈도95에 익스플로러를 넣어 배포하기 시작했고, 넷스케이프는 침몰하기 시작했다. 결국 넷스케이프는 1998년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하면서 오픈소스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 이것이 파이어폭스의 씨앗이 된다.
코카콜라사도 원액 제조법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듯, 원래 프로그램의 코드는 각 업체의 일급기밀이다. 그러나 오픈소스 프로그램에선 소스를 완전 개방해 누구나 읽고 해석하여 진화시킬 수 있도록 한다. 유닉스 체제에 대항하며 등장한 대표적인 오픈소스 프로그램 리눅스는 현재 1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국내 리눅스 시장도 초기 단계를 벗어나고 있으며, 최근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운영 체제에 국산 리눅스가 후보로 제안돼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파이어폭스는 2004년 또 하나의 오픈소스 실험을 시작했다.


물론 파이어폭스가 완전한 자유방임을 토대로 개발되는 건 아니다. 모질라 재단에 소속된 10여명이 제품 출시 일정 등을 관리하고, 모듈화된 소스별로 책임자들이 지정돼 있다. 한국의 자생적 커뮤니티인 ‘한글 모질라 프로젝트’에서도 꾸준히 활동해온 4명만이 소스에 접근해서 수정·추가 작업을 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논리적 의사결정 구조에 따라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서 조금씩 발전해간다. 물론 누구나 파이어폭스의 소스를 열람할 수 있으며, 최근 5개의 버그를 발견한 독일인 개발자는 버그당 500달러의 보상금을 받기도 했다. ‘오픈’의 의미는 ‘공짜’보다는 ‘개방성’에 더 무게를 준다.
넷스케이프사 인턴으로 10대 시절을 보낸 뒤 현재 스탠퍼드대학에 재학 중인 최초 개발자 블레이크 로스는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할아버지께서 내게 전화해 직접 물어볼 필요가 없을 만큼 사용하기 쉬운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었다"고 개발 동기를 밝혔다. 인터넷 창을 열기까지 1시간, 다운로드에 1시간 걸리는 걸 할아버지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로스는 “스파이웨어, 웜의 공격에도 시달리지 않는 웹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실 익스플로러는 보편적이기에 해커와 인터넷 광고업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올 초 미국 국토안보부의 컴퓨터 긴급대응팀(CERT)이 익스플로러 대신 다른 브라우저를 쓸 것을 권고할 만큼 스파이웨어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보급률이 저조한 파이어폭스가 안전할 수 있다.

“스파이웨어 같은 적에 더 강하다”

파이어폭스 개발자들은 익스플로러의 결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익스플로러는 코드가 너무 복잡해서 더 쉽게 허점을 노출한다. 윈도 운영 체제에 종속돼 있다는 사실도 큰 문제”라며 독립된 웹브라우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001년 익스플로러 6.0 버전을 내놓은 뒤 큰 개선을 보여주지 못하는 게으른 익스플로러와 달리 24시간 투명하게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파이어폭스가 오류와 바이러스에 더 강하다는 주장이다.
기존 상업 사이트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에선 파이어폭스용 검색도구를 내놨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주요 화면을 보는 데도 별 무리가 없다. 문제는 익스플로러용 비표준 웹언어로 만든 사이트들이 한국에 유독 많아 파이어폭스로 한국 사이트를 서핑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로그인, 간단한 문서 출력, 인터넷 뱅킹, 신용카드 결제, 사이버 트레이딩, 공공기관의 민원서비스까지 모두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연동된 액티브엑스(ActiveX) 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한국에서 파이어폭스 점유율은 1%에 머문다.

어쩌면 파이어폭스 개발자들은 시장점유율이 1%이든 100%이든 개의치 않을지도 모른다. 한글 모질라 프로젝트의 운영자 윤석찬씨도 “모질라는 권력화를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재단”이라고 말한다. “우린 시장을 지배하는 MS가 파이어폭스를 좇아 기능을 모방해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프로그램을 만들 때, 우린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오픈소스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방향을 ‘사용자’에 맞춰놓는다.
한글 모질라 프로젝트도 한글 이용자들을 돕고 있다. 파이어폭스 한글판이 나오는 건 한글 모질라 프로젝트 덕분이다. 한글은 2바이트로 구성되는 CJK 문자(중국·일본·한국)이므로 1바이트 영어로 만들어진 파이어폭스를 한글화하는 데는 품이 많이 든다. 한글 모질라 프로젝트에선 최근 비표준화된 국내 사이트들을 대상으로 수리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웹은 인류의 발명품이다. 정부기관과 금융기관조차 웹 환경으로 옮겨지는 지금, 웹은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사회적 자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행정기관 홈페이지를 평가할 때 웹표준과 장애인 웹 접근성 지침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평가 기준에 포함하기로 했으며, 정부 차원에서 공개 소프트웨어 육성 정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웹의 표준화에 대한 고민을

장애인과 노약자같은 이도 개인휴대단말기(PDA)와 같은 비PC 환경에서도 웹에 안정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선 어느 운영 체제나 브라우저에서도 접속이 가능한 표준화된 웹언어가 필요하다. 파이어폭스는 그 부분에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블레이크 로스는 “오픈소스야말로 세계 각지 사람들이 인종, 교육 수준, 문화, 나이를 불문하고 함께 쓰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라고 말한다. 무조건적인 반MS 정서와 기술 과시 수준을 넘어 웹을 공공재로 인식하려는 파이어폭스의 오픈소스 철학, 단일 브라우저를 쓰는 단일 민족에게도 필요한 때가 오지 않았을까.



파이어폭스, 나도 써볼까



한 사용자는 “어느 프로그램이든 깔자마자 익숙해질 수 없다. 하지만 1주일만 써보면 얼마나 편한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익스플로러에만 맞춘 비표준 사이트가 많은 한국의 웹 환경에선 파이어폭스가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 광고 팝업에 질렸거나, 편리한 사용자 환경에 관심 있는 얼리어답터들은 한번 이용해보자.

*한글판 다운로드: http://www.mozilla.or.kr



△탭브라우징(tabbed browsing): 여러 개의 사이트를 하나의 창에서 탭 형태로 표시하는 편리한 기능. 익스플로러도 뒤늦게 이 기능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 새 탭창에서 열기: ctrl키를 누른 채 마우스로 링크 주소를 클릭(㉠)
* 빈 탭창 열기: 빈 공간에 더블클릭(㉡)하면 새로운 창이 뜬다
* 탭창 닫기: 마우스 오른쪽을 클릭하거나, 휠마우스 가운데(㉢)를 누른다.
△강력한 다운로드 기능: 파일이 바탕화면에 기본 저장되어 찾기 쉽다. 여러 개를 받을 때도 한 창에서 깔끔하게 보여준다. 일시중지, 재시도 가능.
△스마트 검색: 주소창에 ‘날씨’를 넣으면 구글의 ‘운좋은 예감’과 자동 연결돼 기상청으로 넘겨주는 기능이 기본 탑재(㉣). 또한 구글·네이버의 툴바 서치엔진과 비슷한 검색도구가 창 오른쪽에 있어 단어를 입력하면 바로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선호하는 검색 엔진을 추가할 수 있다.
△팝업 차단: 원치 않는 광고 팝업들을 차단해준다. 스파이웨어로 인한 무분별한 팝업 또한 없어져 원활한 웹 서핑이 가능.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완: 악의적인 ActiveX의 설치 자체를 막는다(그러나 ActiveX가 지원되지 않아 사용자가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암호 관리자, 보안 관리자 항목에서 손쉽게 보안 설정을 할 수 있다.
△ 확장프로그램 IE view: 익스플로러를 배제할 수 없다면 IE view 플러그인을 깔아라. 설치하면 오른쪽 마우스 메뉴에 ‘이 페이지를 IE로 보기’가 생긴다.






다운과 오류의 범인은 당신

웜, 스파이웨어… 적들에 대한 오해를 풀어라

네트워크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적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침투하고 있다. 하지만 파이어폭스를 포함한 어느 프로그램도 완벽하지 않다. 복잡한 치료는 전문가에게 맡길지라도 평소 예방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혹시 아래와 같은 말을 되뇌며 적들을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보자.

△내 웜 바이러스 때문에 파일이 망가졌어(×): 웜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벌레(Worm)다. 바이러스처럼 프로그램과 파일들을 망가뜨리지 않는 대신 무서운 속도로 자기 복제를 하여 컴퓨터와 인터넷을 느리게 만든다. 컴퓨터가 저절로 꺼지거나 켜지기도 한다. 이불에서 빈대를 털어내듯 제거하면 된다.
△이메일의 첨부 파일이 궁금하다. 다운받을까(×): 신뢰감이 가는 발신자, ‘Hello’같이 친근감을 주는 제목이어도 첨부 파일은 일단 의심하라. 발신자와 파일 내용을 알 때만 다운받아야 하며, 그 외엔 모두 웜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웜은 주소록을 뒤져 수신자와 발신자를 마음대로 지정해서 첨부 메일을 날리기도 한다.
△소원했던 친구가 MSN 메신저로 파일을 주기에 반가워서 받았다(×): 웜은 메신저, 공유 폴더 등 네트워크의 틈새를 모두 노리고 있다. 반갑다고 무조건 받지 말고 친구에게 일단 내용을 물어보라.
△동생이 자꾸 엉뚱한 기본 페이지를 설정해놓는 걸까(×): 시작 페이지가 고정되고, 무분별하게 팝업 광고가 나오며, 바탕화면에 아이콘이 생성되고, 특정 사이트로 자꾸 연결된다면 애드웨어, 스파이웨어의 소행이다. 인터넷 광고업자들의 마케팅 수법으로 등장한 애드웨어는 무법자로 진화했다. 사용자의 취향과 광고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스파이가 되어 당신의 IP 주소, 즐겨찾기, 검색어 정보 등을 빼낸다.
△백신 프로그램을 돌렸는데도 강제 팝업창이 계속 뜨네(×): 감기가 걸렸는데 소화제를 먹은 격이다. 업체들은 기존 백신 프로그램과 별도의 프로그램을 통해 스파이웨어 차단을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보통 스파이웨어 검색은 무료이며, 치료는 소정의 비용을 내면 가능하다.



스파이웨어의 공격이 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올해 5월 말까지 총 6261개의 스파이웨어를 발견했는데, 이는 지난해 발견된 668건의 10배에 달한다. 무엇보다 액티브엑스(ActiveX·사진)로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공인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정체불명의 적이 이를 타고 침투해온다. P2P 프로그램, 경품 사이트도 유의해야 한다. (도움: 안철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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