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 담긴 제국주의적 시선 <조선에서 온 사진엽서>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이것은 사진을 바라보는 어떤 시선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사진 속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렌즈를 통해 이들을 지켜보고 이들에게 포즈를 주문하는 사람의 시선, 그리고 그에게 사진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말한다. 그리고 시대는 근대 조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에서 온 사진엽서>(권혁희 지음, 민음사 펴냄)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사진엽서 속에 담긴 조선을 구경하게 한다. 주로 일본인이 만든 이 엽서 속에는 조선의 어떤 ‘수상한’ 이미지들이 숨겨져 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이른바 ‘제국주의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시기에는 사진술이 발달하고, 사진엽서가 인기를 누렸다. 사진기는 제국주의의 이데올로기를 세계의 문화 깊숙이 심어놓는 매우 근대적인 장치였다.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도 조선을 포함한 식민지들의 풍속을 담은 사진을 엽서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런 풍속 사진은 서양의 제국주의적 시선을 모방하고 있다. 조선의 풍속사진들은 전근대적이고 열악한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표상이었다. 여기에 인류학적 시선도 결합돼 있다. 제국주의 시대 인류학은 ‘야만적’인 식민지인들을 조사하고 분류해 문명과 야만을 구분할 과학적 근거를 만들었다. 일본도 대규모 조사 사업을 통해 조선인에 대한 체질 인류학적 자료를 만들었고, 이것이 사진엽서에도 투영되었다.
식민지를 담은 사진 속에는 재현을 통해 어떤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제국의 의도, 즉 ‘재현의 정치학’이 작동된다. 조선의 사진엽서도 예외가 아닌데, 이것은 특별한 행사를 기념하는 ‘모뉴멘탈리즘’ 근대화 선전으로 요약된다. 일제의 치적을 기념하는 행사 사진과 식민지배 ‘덕택에’ 달성한 조선의 근대화 선전 사진은 바로 이러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근대도시의 풍경은 경성이 보여준다. 경성 관광 기념엽서에는 근대 도시로서의 변모와 쇠락한 왕조의 흔적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나타난다.
조선의 여성, 특히 기생의 모습을 담은 엽서에는 식민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일제의 시선이 드러나 있다. 1900년대 초반에 풍속적인 이미지로 표상되는 기생은 1910년부터 점차 외모와 복장, 자세 등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제 기생의 외모를 부각시킨 이미지가 주류를 이루고, 기생의 이미지는 남성의 시각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성적 대상으로 변모한 것이다. 초기 공연 예술가로서의 기생에서 매춘을 업으로 하는 기생으로의 사회적 변화는 사진엽서의 이미지에도 반영된다. 또한 기생의 이미지는 그 자체가 식민지 조선을 표상한다. 곧 청순하고 가련한 기생의 이미지는 일본에 보호받아야 하는 식민지 조선을 표방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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