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손안의 TV’ 전쟁이 시작됐다

등록 2005-01-06 00:00 수정 2020-05-03 04:23

다가올 한판 격돌을 준비하는 위성 DMB와 지상파 DMB… 공중파 TV 프로그램 위성 재전송은 논란 거리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최근의 SK텔레콤 기업광고에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란 노래를 부르고 율동하는 앙증맞은 유치원 아이들이 등장한다. 텔레비전을 조그맣게 만들어 유치원 선생님을 의아하게 만드는 이 광고의 콘셉트는 ‘위성 DMB’이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으로 불리는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시대의 개막을 표현하는 광고인데 2005년, 또 한번의 모바일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휴대전화에 TV 구현한 서비스는 세계 최초

DMB는 이동전화단말기·개인휴대단말기(PDA)·전용단말기를 통해, 또 달리는 차 안에서 차량단말기를 통해 텔레비전·라디오 방송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차세대 멀티미디어 서비스다. 단말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선명한 고화질 영상과 CD 수준의 음향을 감상할 수 있다. 차세대 방송으로 불리는 ‘손안의 TV’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인데 휴대전화에 TV를 구현한 DMB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게 된다.

DMB 서비스는 전송수단에 따라 위성 DMB와 지상파 DMB로 나뉜다. 위성 DMB는 방송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위성으로 송출하면 위성이 전파를 통해 전국의 DMB 단말기에 뿌려주는 방식이다. 수신율이 낮은 도심 등 음영지역에는 갭필러(Gap Filler)라는 중계기를 설치해 수신 끊김을 막는다. 반면 지상파 DMB는 현재 비어 있는 공중파 VHF 12번과 8번 채널을 활용해 DMB 방송을 하는 것으로, 송신탑에서 보내오는 전파를 단말기를 통해 받아보는 방식이다. 지상파 DMB는 당초에 주로 차량 오디오 개념으로 시작했으나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지상파 DMB도 휴대전화로 구현할 수 있는 상용 칩 개발에 성공하면서 위성 DMB와 마찬가지로 휴대전화 단말기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위성 DMB와 지상파 DMB는 오는 4월께 비슷한 시기에 동시에 시작될 예정이다. 단 하나뿐인 위성 DMB 예비사업자는 SK텔레콤 자회사인 TU미디어(SK텔레콤과 일본 MBCo 등으로 구성된 합작법인)이고, 지상파 DMB 사업자(6개)는 3월께 선정된다. 위성 DMB 서비스는 전국을 커버하지만 가입비와 서비스 요금이 부과되며, 지상파 DMB는 수도권(일부지역 제외)에서만 일단 시작되지만 무료로 제공된다.

DMB 단말기는 △2.2∼2.4인치의 휴대전화 겸용 △7인치 화면의 차량용 △3.5인치 화면의 DMB 전용 등 세 종류가 개발,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위성DMB폰(SCH-B100)을 개발한 데 이어 휴대용 6인치 지상파 DMB 수신기 개발에도 성공했다. LG전자도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면서 동시에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한 지상파 DMB폰과 위성DMB폰(SB-100) 개발을 마쳤다. 양쪽은 모두 “독보적인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단말기 크기와 전력 소모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물론 DMB용 차량 단말기와 PDA폰도 함께 출시된다. DMB 겸용 이동단말기 가격은 고가의 경우 100만원에 육박하겠지만 보급형은 70만∼80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DMB폰에 대해 보조금을 허용하면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 TU미디어는 3개 이동통신사들과 제휴해 전국 대리점을 통해 4월부터 위성DMB폰을 본격 판매할 계획이다. 위성이든 지상파든 DMB 사업의 성패는 DMB 단말기가 시장에 얼마나 깔리느냐에 달려 있다. TU미디어 허재영 과장은 “올해 위성DMB 시장은 초창기라서 전체 휴대폰 이용자 중에서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신기술 장비를 빨리 구매하고 사용하는 층)라고 불리는 0.2∼0.3%, 즉 70만명 정도가 가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환경에 맞는 비디오 콘텐츠

위성 DMB쪽부터 보자. 위성 DMB는 유료 서비스라서 단말기 구입 이외에도 별도 가입이 필요하다. TU미디어는 가입비 2만원에 월 정액사용료 1만3천원을 받을 예정이다. 방송위원회로부터 이미 사업 허가 추천을 받은 TU미디어는 정부의 사업권 허가가 나오는 대로 1월부터 시험 방송을 송출하게 된다. 시험 서비스 기간 중에는 약 3만∼4만대의 삼성전자 위성DMB폰을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TU미디어는 TV와 같은 비디오채널 14개(드라마·음악·영화·보도·엔터테인먼트·오락·스포츠·게임 등), 라디오와 같은 오디오 채널 24개, 문자로 뉴스 등을 보내주는 데이터 방송 3개 채널 등을 운영하기로 했다. 본방송 상용 서비스는 5월1일로 잡고 있다.

TU미디어는 지난해 3월 위성 DMB 전용 위성인 ‘한별’을 쏘아올린 뒤 우주국 및 지구국 시설 설치를 완료하고 방송센터를 구축하는 등 이미 4천여억원을 투자했다. 위성신호가 미약한 음영지역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방송 중계기인 갭필러도 곳곳에 설치 중이다. TU미디어는 △위성 DMB 특성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2562억원 △프로그램 공급자(PP)의 원활한 프로그램 제작 및 조달을 위한 수신료 분배금 4420억원 등 향후 5년간 총 7천억원을 위성 DMB 콘텐츠 개발에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TU미디어는 40여개 채널을 자체 채널과 임대 채널로 나눠, 임대 채널은 프로그램 공급자들한테 맡기고 자체 채널의 콘텐츠는 15개 독립 제작사들과 제휴해 생산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SBS가 민영방송을 시작할 때 인기 PD, 탤런트들을 데려왔듯이, 위성 DMB 사업 관련 제작사들도 프로듀서와 연예인 확보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TU미디어 허재영 과장은 “모바일 환경에 맞게 다양한 비디오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생산 및 재가공해서 방송할 계획”이라며 “오디오는 기존 라디오와 차별화하기 위해 광고와 DJ를 최대한 줄이고 음악의 타깃 및 장르를 세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동 TV 시장은 아직 누구도 해보지 않은 사업이라서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속단할 수 없지만, 한국인들이 특히 텔레비전을 좋아하기 때문에 성장성 전망은 높다”며 “2008년께 위성 DMB 이용자가 250만명에 이르면 손익분기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성 DMB는 전국적인 커버리지 확보와 모바일 전용 콘텐츠 개발이 쉬운 반면, 지상파 DMB는 공중파 TV 방송 재송신 및 서비스 이용료 무료 같은 장점을 갖고 있다. 하나뿐인 위성 DMB 사업을 SK텔레콤이 주도함에 따라 KTF와 LG텔레콤은 상대적으로 지상파 DMB에 주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KTF와 LG텔레콤도 위성 DMB와 지상파 DMB 서비스를 고객들한테 균형 있게 제공할 방침이다. 위성 DMB는 고급 소비자들이 선호할 것으로 보이는데, KTF와 LG텔레콤이 위성 DMB 서비스를 외면할 경우 상당수 가입자들이 SK텔레콤으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KTF는 최근 TU미디어와 위성 DMB 사업 수익배분 원칙(TU미디어 75%, KTF 25%)에 합의했다.

서울·수도권에서 6개 사업자가 최종 선정되는 지상파 DMB의 경우 현재 사업을 준비 중인 컨소시엄은 14개다. 공중파 TV 계열의 지상파 DMB 예비사업자로는 한국방송·문화방송·SBS·교육방송·경인방송이 있는데 이 중에서 3개 사업자가, 또 비공중파 TV 계열의 지상파 DMB 예비사업자(한국DMB·YTN·넷엔티비·유큐브미디어·ANTV·K-DMB·DMB코리아 등) 중에서 3개 사업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지상파 DMB 컨소시엄은 각각 비디오채널 1∼2개, 오디오채널 1∼3개, 데이터채널 1∼2개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런 지상파 DMB 컨소시엄은 드라마·연예·시사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독립제작사들과 업무제휴를 체결하면서 사업권 획득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상파DMB컨소시엄 이정원 추진단장은 “중견기업들은 사업성에 매력을 느끼지 않아서인지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고, 비공중파 계열 컨소시엄 모두 올망졸망한 수십개 중소 벤처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며 “막대한 투자를 할 자본력이 부족한 상태인데, 비공중파 계열 컨소시엄에는 정부가 방송의 공공성보다는 상업성을 최대한 허용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DMB의 경우 가입자가 100만∼150만명은 돼야 광고주들이 지상파 DMB에 광고를 집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지역의 경우 주파수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권역별 지상파 DMB 사업자가 선정돼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방에서는 당분간 위성 DMB 서비스만 이용해야 하는 셈이다.

지상파 DMB, 중계망 구축이 문제

지상파 DMB는 공짜 서비스라서 단기간에 많은 가입자를 끌어들여 2010년에 850만 가입자를 웃도는 엄청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방송 등 공중파 방송사와 KT, KTF, LG텔레콤 등은 최근 지상파 DMB 활성화를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 조인식을 가졌다. TU미디어쪽의 위성 DMB에 맞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 DMB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도심·지하철 구간 등 음영지역 해소를 위한 송신망 구축이다. 당장 4월부터 지상파 DMB 서비스가 이뤄진다면 수백억원이 드는 송신탑·기지국 등 인프라를 깔아야 하는데 누가 사업성을 믿고 투자할 것이냐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LG텔레콤쪽은 “기존 공중파 TV 계열 방송사와 신규 지상파 DMB 사업자들간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는데, 이동통신사들이 기존 기지국 망을 활용해 공동 중계망을 구축하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며 “지상파 DMB 서비스가 무료이긴 하지만, 이런 중계망 구축에다가 지상파 DMB 단말기를 대리점을 통해 시장에 보급하는 데 드는 비용을 이동통신사가 보전받을 정도의 부가서비스 개념의 요금 부과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4년 10월부터 차량용 중심으로 DMB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의 경우 독자적인 DMB 콘텐츠 없이 기존 TV 방송을 그대로 내보내고 있는데다 중계기가 설치되지 않아서 하늘만 안 보이면 수신이 끊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될 것인가

DMB 시장을 둘러싼 위성 DMB와 지상파 DMB의 각축은 기존 공중파 TV 프로그램의 위성 DMB 재전송을 둘러싼 팽팽한 대립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2004년 10월 위성 DMB를 통해 한국방송·문화방송·SBS 등 공중파 TV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재송신을 일단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한국방송 등 지상파 DMB 예비사업자들은 위성 DMB의 공중파 TV 재전송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방송위는 3월에 있을 지상파 DMB 사업자 허가 추천 때 공중파 TV 재송신 허용 문제를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TU미디어 허재영 과장은 “우리가 독자적인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공중파 TV가 방송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중파 TV 재전송이 안 되면 위성 DMB 가입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기존 공중파 TV 방송은 집에서 보는 큰 화면에 맞춰 제작된 것이므로 위성DMB에서는 작은 화면에 맞게 수정해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DMB 서비스가 과연 올해 모바일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등장할 것인가? DMB는 10∼30대층만을 타깃으로 하는 것일 뿐 대다수 나이든 사람은 조그만 휴대전화 단말기로 방송을 보는 데 흥미를 붙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KTF 관계자는 “앞으로 고객들이 상업성·오락성이 강하면서 프리미엄급인 위성 DMB 위주로 갈지, 상대적으로 공공성이 강조되지만 무료 서비스인 지상파 DMB로 갈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관련 업체들도 어느 쪽이 돈이 되는지 일단 지켜보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