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 부상 대책] 적의 적은 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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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국가대표팀의 이대호는 2015년 11월 일본과의 국가대항전 준결승에서 4번 타자다운 활약을 보여줬다. 9회초에서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쳐 한국의 4-3 승리를 견인했다. 중심 타선은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을 때 진가가 빛난다.
그런 팀의 중심이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에 빠지면 팀의 전력도 약화된다. 4번 타자가 경기에 뛰지 못할 때 그에 버금가는 수준의 대안 자원을 가진 팀은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대표하는 주축이다.
은 이번에 여당 9명, 야권 9명에 대한 정치인 선호도를 각각 조사하면서, 김 대표와 문 대표를 지지한 응답자에게만 추가로 ‘김무성·문재인 다음으로 선호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물었다. 양 팀의 4번 타자이자 주장들이 부상을 당해 벤치에 앉아 있어야 할 경우, 이 선수들을 지지한 팬(유권자)이 그들을 대신할 차선책으로 누구를 생각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조사에 응한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 가운데 여당 정치인 9명 중에서 김무성 대표를 선호한다고 꼽은 사람은 311명이었다. 이들에게 ‘김무성 다음으로 선호하는 정치인’을 물었더니,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은 사람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었다. 311명 중 137명이 오 전 시장을 택했다. 그다음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71명)를 많이 꼽았다. 나머지 사람들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42명), 정몽준 전 의원(26명), 남경필 경기지사(15명), 홍준표 경남지사(14명), 원희룡 제주지사(2명), 김태호 의원(2명) 순으로 선택했다.
김 대표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호의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유 전 원내대표가 야당과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뒤 2015년 7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때 김무성 대표는 그를 방어해주지 못했다. 이 사태를 계기로 김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의 사이는 더 벌어졌고, 이번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 두 사람에 대한 지지자 성향도 간극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당 정치인 9명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김 대표는 그간 새누리당을 적극 지지했다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58.5%)으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적극 지지층에서 7.1%의 지지만 받았다. 두 사람이 상대 지지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기 어려운 관계에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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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김 대표가 유력 대선 주자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경우 김 대표의 지지자들과 더 가까운 오세훈 전 시장이 유 전 원내대표보다 더 경쟁력 있는 대안인 걸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정치인의 경쟁력은 자신에 대한 기본 지지율에다, 자기 조직의 유력한 주자가 경기에 뛰지 못할 때 그 사람을 좋아했던 사람들의 지지를 자신이 흡수할 수 있는 힘까지 합산해 판단해야 한다.
여당 정치인 9명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을 각각 지지한 사람들의 수와, 김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김무성 다음으로 선호하는 정치인’으로 두 사람을 꼽은 인원을 더해 계산하면, 두 사람의 최종 역량(경쟁력)을 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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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원내대표의 합산 지지율(경쟁력)은 38%, 오 전 시장은 30%를 나타냈다. 김 대표 지지자들은 오 전 시장을 선호하지만, 지지층 확장성 등 최종 경쟁력은 유 전 원내대표가 좀더 높은 것이다.
야당 정치인 9명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를 지지한 사람들에게도 ‘문 대표 다음으로 선호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물었다. 누가 가장 혜택을 보았을까?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 가운데 문 대표를 지지한 244명 중 133명이 박원순 시장을 선택했다. 30명만이 안철수 의원을 차선으로 선호한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이재명 성남시장(23명), 손학규 전 의원(21명), 안희정 충남지사(20명), 심상정 정의당 대표(9명), 김부겸 전 의원(5명), 천정배 의원(4명) 순으로 택했다.
문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박 시장은 정서적으로 가깝고, 안 의원은 그보다 먼 거리에 있다. 이는 최근 벌어진 야권의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문 대표는 ‘주류-비주류 갈등’으로 당 혁신 작업이 막히자 대표 권한을 나누는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제안했고, 안 의원은 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한 혁신 전당대회를 역제안했다가 거부당하자 탈당했다. 박 시장은 안 의원이 탈당한 뒤에도 문 대표와 정책 토크콘서트에 함께 참석하는 등 공동 행보를 보여왔다.
문 대표는 일반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온라인 네트워크 정당을 강조해왔는데, 문 대표 지지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정치적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이재명 시장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야권 연대의 한 축으로 거론되는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를 일부 다른 정치인보다 선호하는 점도 이채롭다.
문 대표 지지자들이 문 대표 다음으로 박 시장을 더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안 의원이 종합적 경쟁력에서 뒤지는 것은 아니다. 야당 정치인 9명에 대한 선호도에서 안 의원이 가장 높은 지지율(30%)을 얻었기 때문에 문 대표의 지지자를 박 시장이 더 흡수한다고 해도 종합적인 경쟁력(기본 지지도+문 대표 지지자 흡수력)에선 안 의원이 33%로 박 시장(26%)에 앞선다.
야당 정치인 9명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응답도 포함돼 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전략적으로 야당 대표(문재인) 대신 안 의원에게 지지를 보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새누리당을 소극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안 의원이 더 끌어당긴 확장력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제 20대 총선까지 4개월, 대선까지 2년이 남았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현재 대표가 총선을 돌파하고 승리를 이끈다면 차기 대선 길목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현 대표들이 그대로 총선에서 두 당을 대표하는 얼굴로 나설지는 알 수 없다. 두 사람의 리더십을 대체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의 기존 지지자까지 흡수할 만한 명분을 설득력 있게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는 2015년 12월17~18일 전국 성인 남녀 1천74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임의걸기(RDD)에 의한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 응답률 2.5%.
같은 방식으로 12월17일 호남(광주·전남·전북) 성인 남녀 527명을 상대로 별도 조사를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2%. 응답률 5.3%.
역시 같은 방식으로 12월17일 부산·울산·경남 성인 남녀 547명을 상대로 별도 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4.2%. 응답률 3.6%.
이번 조사에선 2015년 2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로 가중값을 부여하여 오차를 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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