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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형’ 문재인 ‘안정형’ 김무성

[클린업 트리오 분석] 여야 중심 타선 6명 ‘에니어그램’ 활용 분석… 스타일 바꾸기 전에 스타일 이해가 중요해
등록 2015-12-29 18:06 수정 2020-05-03 07:17



2016 · 2017 · 2018  여야 대선 주자 분석


[클린업 트리오 분석] ‘돌파형’ 문재인 ‘안정형’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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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3·4·5번에 배치된 타자를 ‘클린업 트리오’라고 한다. 여당 단일팀의 중심 타선은 3번 타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 4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5번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다. 야당 연합팀의 3번은 박원순 서울시장, 4번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5번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다. 이들 6명은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위 그룹을 형성한다. 이번에 이 여야 정치인 8명을 대상으로 정치인 선호도를 물은 조사에서도 1~6위에 오른 정치인들이다.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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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지지율 수치를 넘어 여론은 이들의 리더십을 어떤 성향으로 보고 있을까?

양 팀의 핵심 전력인 클린업 트리오의 스타일 분석을 위해 성격 유형 검사 방법인 ‘에니어그램’(Enneagram)을 활용했다.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에게 양 팀 중심 타선 6명의 이름을 한 명씩 불러주고, 9개의 유형 중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물었다.

‘①안정적이고 평화적이다 ②이성적이고 완벽하다 ③남을 잘 도울 것 같고 사교적이다 ④성과와 유능함을 중시한다 ⑤창조적이다 ⑥분석력과 통찰력이 있다 ⑦계획을 잘 세우고 협동심이 강하다 ⑧낙천적이고 명랑하다 ⑨강인하고 돌파적이다’ 등이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양 팀 중심 타선의 선수들을 크게 ‘장(腸)형, 가슴형, 머리형’으로 분류했다. 장형은 돌파형·균형적·개혁적 스타일, 가슴형은 이타적·성과형·창조형 스타일, 머리형은 과학적·계획적·낙천적 스타일로 나뉜다.

이번 조사에서 오세훈 전 시장은 ‘가슴형’ 중 성과형 스타일, 김무성 대표는 ‘장형’ 중 균형적 스타일,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장형’ 중 개혁적 스타일이란 평가를 받았다.

먼저 오 전 시장은 가슴형에 가깝다. 가슴형을 이루는 스타일 중에선 ‘성과와 유능함을 중시한다’(19.1%)는 항목이 가장 높았다. 그는 2008년 서울시장 재직 당시 철인 3종 경기에 나설 정도로 목표지향적이며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일의 효율과 성과를 중시하는 사람의 경우 허영심, 과도한 자의식, 계산된 언행이 발현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오 전 시장이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여부를 주민투표로 물었다가 결국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뒤 이 자리를 야권에 내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성과형 스타일에 비해 묻혀 있는 그의 스타일이 이타성과 창조성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그는 ‘남을 잘 도울 것 같고 사교적이다’는 항목에서도 13.2%를 얻었다. 그에게 이타성이 내재돼 있다고 본 것이다. 응답자의 8.9%가 그에게 창조성도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당내 주요 여당 정치인이 야당 강세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는 ‘험지 출마론’에 긍정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점이 여당 지지층에게 그의 이타성 이미지를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대중은 그가 계획성(4.2%)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계획형 스타일의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대표적인 계획형 스타일의 정치인은 미국 상원의원이었던 로버트 케네디다. 오 전 시장이 이미지의 단점을 보완할 롤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이다.

팀의 주장이자 4번 타자인 김무성 대표는 ‘장형’가운데 균형적 스타일로 분류된다. ‘안정적이고 평화적’이라는 항목에서 그는 31.7%를 얻었다. 뭔가 안정적인 이미지가 조직을 균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반대로 당·청 갈등과 당내 계파 갈등을 줄이며 조직을 평화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오세훈 ‘목표지향적’ vs 유승민 ‘이성적’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김 대표는 ‘분석력과 통찰력이 있다’(2.6%)와 ‘계획을 잘 세우고 협동심이 강하다’(3.2%), ‘창조적이다’(3.8%) 부문에선 현저하게 낮은 결과가 나왔다.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듯하지만, 분석적이거나 가슴형에 속하는 창조적 스타일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계획적이기보다 다소 즉흥적 면이 있다는 게 이번 조사에서 대중이 보여준 생각이다. 그는 최근 연탄 배달 자원봉사를 하면서 아프리카계 학생에게 연탄 색깔과 얼굴색이 똑같다고 말했다가 비판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여야 6명의 스타일을 에니어그램 방식으로 분석한 그래픽을 보면 김 대표는 강한 추진력과 개혁성도 잠재력으로 갖고 있다. 그가 1980년대 ‘상도동계’(김영삼 전 대통령 계파)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는 추진력과 개혁성이 엿보였지만, 최근엔 두 가지 모두 수면 아래에 가라앉은 형국이다.


스타일은 좋고 나쁨이 없다. 또 한 개인 안에서도 여러 스타일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 같지만 한 나무의 뿌리에서 자라 솟아오른 여러 줄기의 가지들(스타일)이라 어딘가 접점이 있게 마련이다.

여당팀 중심 타선의 마지막 자리를 지키는 5번 타자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이번 조사에서 ‘이성적이고 완벽하다’(21.8%)와 ‘강인하고 돌파적이다’(15.3%) 항목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런 성향을 보이는 그는 ‘장형’ 가운데 개혁적 스타일에 해당된다. 합리적(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강하게 추진하는 스타일에 속하는 것이다.

공무원연금법 개정 때 보여준 합리적 접근, 2015년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보여준 국가와 보수 개혁에 대한 비전 제시, 겸손한 듯한 태도,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한다는 느낌이 뒤섞여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성적이고 완벽한’ 스타일의 경우 자신에 대한 비판을 잘 참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기질을 잘 다스려야 한다. 이런 부정적 면이 부각되면 자칫 독단의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

‘개혁적 보수’란 이미지를 오래 끌고 가려면 따뜻한 보수의 모습이 겹쳐 보여야 한다. 그의 주변엔 낙천적이고 명랑하며 아이디어가 넘치는 매니저 또는 트레이너가 필요하다. 반면 감정 기복이 심하고 독특한 스타일의 선수와는 궁합이 잘 맞지 않을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그는 ‘낙천적이고 명랑하다’는 항목에서 5.1%의 지지만 받았다.

야당팀의 중심 타선 3명은 어떤 스타일의 정치인일까?

에니어그램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야당팀의 3번 타자 박원순 시장과 4번 문재인 대표는 ‘장형’ 가운데 균형적 스타일에 속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번 조사 대상 가운데 유일하게 가슴형 중 창조형 스타일로 꼽혔다.

박 시장은 우리 사회의 여러 낡은 틀을 깨는 개혁성이 강한 사람으로 비쳐져왔는데, 이번 조사에서 그가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이미지가 ‘안정적이고 평화적이다’(29%)는 항목이었다. 서울시장 재선으로 얻은 안정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반면 개혁적 스타일로 분류할 수 있는 ‘이성적이고 완벽하다’(6%)는 이미지는 높지 않게 나타났다. 개혁성 이미지 대신 균형적 스타일의 이미지가 더 높아진 것이 그에게 기회일까, 위기일까?

강인한 돌파력, 문재인 22% > 박원순 6%

박 시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비슷한 균형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지만, 다른 이미지도 비교적 고르게 발현되고 있는 것은 김 대표와 다른 점이다. 여론은 그가 돌파형(14%)이며, 이타적이고(13%), 성과를 중시하며(9%), 낙천적이고(8%), 계획적인 이미지라고 두루 보고 있었다.

야당팀 내부 동료들의 반발로 리더십에 손상을 입긴 했지만, 문재인 대표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안정적이고 평화적’(27.9%)이라는 느낌이 가장 컸다. ‘강인하고 돌파적이다’(22%)는 이미지도 높다고 평가했다. 같은 ‘장형’이면서 균형적 스타일로 분류된 김무성 대표의 경우 ‘강인하고 돌파적이다’는 이미지가 17.5%였고, 역시 ‘장형’가운데 균형적 스타일에 속하는 결과가 나온 박원순 시장도 ‘강인하고 돌파적이다’는 이미지가 14%에 그쳐, 문 대표와 비교된다.

문 대표가 일부 의원의 탈당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김상곤 혁신위’가 만든 당 혁신안을 관철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던 대목이 그의 돌파적 이미지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내부의 갈등을 강하게 돌파하려는 부분이 부각된 탓에 창조적(5.3%)이고, 계획적(3.3%)이며, 분석적(4.6%)이란 이미지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지금 야당팀의 중심 타선을 맡은 문 대표의 내면은 복잡할 것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주장 자리를 내놓고 싶지만 그럴 경우 팀 혁신이란 과제를 포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 대표가 지금의 주장 자리를 유지하겠다면 당장 필요한 매니저나 트레이너는 과학적이고 계획적인 방법을 동원해 팀을 개혁하고 단결시켜 승리로 이끌 복안을 제시할 사람일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해 독자 세력화를 추진하는 안철수 의원의 경우 ‘창조적이다’(18.2%)라는 이미지가 대중에게 가장 크게 비춰지고 있었다. ‘안정적이고 평화적’(18%)이며 ‘이성적이고 완벽’(14.2%)하다는 이미지도 갖고 있다.

이런 창조적 스타일의 사람은 반대로 자의식과 소유욕이 강해서 자기 고집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이런 스타일이 긍정적으로 발현돼 안 의원이 벤처기업을 성공적으로 일군 원동력이 됐을지도 모른다.

다만 팀워크보다 개인의 기량을 우선시하는 경향도 있다. 안 선수와 궁합이 맞는 동료 선수는 원칙적이고 부지런하며 윤리적인 스타일의 사람일 것이다. 반대로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선수는 의존적이고 독점적이며 아첨을 잘하는 스타일의 사람이다. 이번 조사에서 대중은 안 의원의 이미지 가운데 ‘협동심이 강하다’(3.6%)는 항목을 가장 낮게 평가했다.

스타일이란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활양식이자 사고방식이다. 성향이나 가치관도 이와 유사한 개념이다. 우리는 ‘에니어그램’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여야 중심 타선, 즉 여야 대표 대선 주자들의 스타일을 파악했다. 비슷한 측면도 있고, 확연히 다른 측면도 있었다.

스타일은 좋고 나쁨이 없다. 또 한 개인 안에서도 여러 스타일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 같지만 한 나무의 뿌리에서 자라 솟아오른 여러 줄기의 가지들(스타일)이라 어딘가 접점이 있게 마련이다.

스타일 바꿀 필요가 있을까

야구를 잘하기 위해, 정치를 잘하기 위해 선수와 정치인은 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이해하려는 태도부터 가져야 한다. 그럴 때 자신의 스타일을 더 넓고 더 깊게 이해하고 성찰할 기회와 만날 수 있다.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여론조사기관 우리리서치,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함께 3연전을 앞둔 한국 정치를 전망하는 여론조사를 했다. 현 정당별 지지도와 함께 안철수 신당이 정상 출범할 경우 총선을 앞두고 정치 지형을 어떻게 흔들지 살폈다.
이번 조사는 2015년 12월17~18일 전국 성인 남녀 1천74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임의걸기(RDD)에 의한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 응답률 2.5%.
같은 방식으로 12월17일 호남(광주·전남·전북) 성인 남녀 527명을 상대로 별도 조사를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2%. 응답률 5.3%.
역시 같은 방식으로 12월17일 부산·울산·경남 성인 남녀 547명을 상대로 별도 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4.2%. 응답률 3.6%.
이번 조사에선 2015년 2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로 가중값을 부여하여 오차를 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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