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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몸값 경신할까

[안철수 경쟁력 분석] 호남 제1당 노리면서 FA 선언한 안철수 기존 정치 질서에 변화 못 주면 기대감 식을 듯
등록 2015-12-30 14:13 수정 2020-05-03 07:17



2016 · 2017 · 2018  여야 대선 주자 분석


[안철수 경쟁력 분석] 최고 몸값 경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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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뒤 다른 팀과 두루 계약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FA)들이 시장에 나왔다. 그중에 삼성 라이온스 박석민이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면서 받은 돈이 4년 96억원(옵션 10억원 포함)이다. 야구계에선 공식적으로 공개된 액수가 이 정도일 뿐 비공개 액수는 좀더 높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FA 선수들의 몸값은 그 선수의 실력과 비례하지만 이것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그의 기량과 포지션을 필요로 하는 팀이 여럿일 때, 다시 말해 그를 잡고 싶은 팀 간의 경쟁이 치열할 때 몸값이 껑충 뛴다. 기존 팀의 구성을 흔들어 자신을 영입하고 싶은 파장을 일으켜야 FA 시장에서 가치가 올라간다.

지지자 성향, 무당층 > 새정치연합 > 새누리당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해 독자 세력화에 돌입했다. 그는 총선을 2개월 앞둔 2016년 2월까지 신당 창당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치적 FA 시장에 나온 그는 기존 판도에 균열을 일으킬까?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여야 정치인 8명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 안 의원을 택한 응답자들의 성향부터 들여다봤다. 현재 안 의원이 어떤 성향의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안 의원은 여야 정치인 8명 선호도 조사에서 전체 3위(13. 9%)에 올랐다. 그의 지지율을 지역 분포로 분석하면, 호남(광주·전라)에서 가장 높은 지지(29.7%)를 얻었다. 새누리당 지지 지역인 대구·경북(3.9%), 부산·울산·경남(6.3)에선 지지율이 낮았다. 아직은 새누리당 강세 지역의 유권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강하지 않다.

연령대에선 40대, 그동안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약간 지지했다고 밝힌 사람들, 자신의 이념을 중도라고 밝힌 사람들 층에서 안 의원의 주요 지지세가 형성됐다.

다음으로 다른 정당을 지지했다가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이쪽으로 이동하는 유권자의 구성도 살폈다. 안철수 신당이 총선 정국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엿보기 위해서다.

현재 새누리당을 선호한다고 밝힌 사람들의 11.6%, 새정치연합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20.3%가 안철수 신당으로 지지를 변경했다. 애초 지지 정당이 없다고 밝혔던 사람들의 37.9%가 안철수 신당을 지지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무당층으로 갈수록 안철수 신당의 지지 규모가 커지는 흐름이다.

안철수의 FA 선언(탈당 뒤 세력화)이 다른 팀(새누리당, 새정치연합)에 미치는 영향을 더 짚어보았다. 구체적으로 양 당에서 어떤 지지자가 빠져나가는지 알아보았다. 이를 위해 현재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의 지지 분포와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의 지지 분포 변화를 비교해 ‘지지자 유실’을 따져보았다.

안철수 신당이 출현하면 새정치연합 지지자 중 50대에서 4.8%가 빠져나갔다. 전 연령대 중 지지자 유실이 가장 높은 게 50대다. 호남에선 12.7%, 새정치연합 적극 지지층에선 10.9%의 지지율이 떨어져나갔다.

새누리당도 일부 유실이 불가피했다. 안철수 신당 출현시 새누리당 지지자 중 50대에서 12.7%, 서울에서 11.9%, 부산·울산·경남에서 10.7%, 새누리당 적극 지지층에서 21% 지지율이 빠졌다.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지면 두 당 모두 50대에서 유실 폭이 가장 큰 것이 이채롭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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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화이트칼라 안철수 외면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안철수 신당이 나올 경우 30대에선 오히려 새정치연합의 지지도가 5.5% 더 올라간다는 점이다. 사무직군에서도 안철수 신당이 출현하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4.8% 상승했다. 최근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온라인을 통해 새정치연합 당원으로 가입하려는 사람이 밀려들었는데, 이번 여론조사 결과로 미뤄 짐작하면 안 의원 창당에 부정적인 30대와 사무직군에서 당원 가입이 특히 많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천정배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야권 정치인 9명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천 의원보다 안 의원을 더 꼽은 점도 흥미롭다. 천정배 신당 지지자 가운데 37.6%가 안 의원을 야권 정치인 중 가장 선호한다고 밝혔다. 5.4%만이 천 의원을 선택했다. 안 의원이 탈당해 독자 창당을 시도하자, 호남 개혁을 명분으로 신당을 만들어 야권 재편을 주도하려던 천 의원이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이번 여론조사에도 투영돼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면서 차기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특히 야권은 여러 세력으로 분화된 상태에서 새누리당이란 거대 단일 정당과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안철수 신당은 호남에서 새정치연합과 맞서 제1당의 위치를 노리고, 다른 지역에서 새정치연합과 각축을 벌이는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은 결국 어떤 사람들이 모여 어떤 가치와 비전을 내세우느냐에 달려 있다. 새누리당을 싫어하고 새정치연합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을 담아낼 그릇의 크기를 보여줘야 한다. 기존 정치 질서에 변화를 가할 세력이란 느낌을 주지 못하면 현재 여론조사 수치에서 잡히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식을 수 있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에 안철수 세력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보다 크게 잡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 진행되는 여론조사들은 ‘안철수 신당’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잘 출범할 경우를 가정해 물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물어서 나온 결과만 놓고, 아직 구체적 세력화를 보여주지 못하는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표정 관리 “180석 충분”

안 의원의 세력화를 지켜보면서 새누리당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을 그간 소극적으로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지만, 지지자 유실은 새정치연합 쪽이 더 클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야권은 분열하고 있는데 여권이 단결된 상태로 가면 선거(총선)는 무조건 이긴다. 180~200석은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김무성 대표가 말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은 여론조사기관 우리리서치,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함께 3연전을 앞둔 한국 정치를 전망하는 여론조사를 했다. 현 정당별 지지도와 함께 안철수 신당이 정상 출범할 경우 총선을 앞두고 정치 지형을 어떻게 흔들지 살폈다.
이번 조사는 2015년 12월17~18일 전국 성인 남녀 1천74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임의걸기(RDD)에 의한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 응답률 2.5%.
같은 방식으로 12월17일 호남(광주·전남·전북) 성인 남녀 527명을 상대로 별도 조사를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2%. 응답률 5.3%.
역시 같은 방식으로 12월17일 부산·울산·경남 성인 남녀 547명을 상대로 별도 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4.2%. 응답률 3.6%.
이번 조사에선 2015년 2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로 가중값을 부여하여 오차를 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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