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3년)은 스무 살이다. 뭇사람들이 무턱대고 대학교 1·2학년을 떠올릴세라, 건장한 체구엔 교복이 틈 없이 여며져 있었다. 취재진이 한국YMCA원주고(이하 YMCA고)를 찾은 2월8일, 청년은 ‘고3’을 딱 하루 남겨두고 있었다. 3학년 담임인 조은숙 교감이 3년 전 이맘때로 고개를 돌렸다. “미안한 말이지만, ‘범죄 종합세트’랄까요. 입학 땐 정말 포기했는데, 견뎌준 게 고맙지요. 그 친구 ‘개근상’ 받게 만든 거면 선생님 이제 여한 없는 거라고, 동료 교사들이 그럽니다.” 눈길을 떨구었다. 조은숙 교감은 슬프게 웃고 있었다.
음주-흡연-자퇴-폭력 끝에 도달한 졸업
수위 차가 있지만, 상현은 정상적인 교육제도에서 벗어난 이들이 찾는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하 학력인정시설)에서 아주 낯선 인물이 아니다. 원주시내 ○○고교(전문계)에서 학교 폭력으로 자퇴했다. 보호관찰을 받았다. 조 교사는 보호관찰 대상자 가운데 “정신적으로 특히 불안정하고 문제가 커 보이는” 6명을 데리고 1박2일 집단상담을 했다. 미술치료 시간, 상현은 제 몸을 칭칭 감고 있는 뱀 그림을 그렸다. “정말로 하늘이 노랬어요. 바닥이 보였고, 바다가 보였어요.”
노란 하늘 너머 바다가 보이고 바닥이 보인다는 은유는 제도교육의 언저리로 밀려난 ‘경계 학생’에 대한 가장 직설적인 표현이 될 것이다. 한층 더 비틀어진 ‘학교 부적응’의 정점을 보고, 그 정점이 누구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막막함에서 소실되는 것이다.
상현이 어긋난 배경이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설명될 리 없다. 가령 기질이 그렇다거나, 태어나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거나 하는 사실은 상현의 것이되, 상현의 전부는 아니다.
“‘범죄 종합세트’랄까요. 입학 땐 정말 포기했는데 견뎌준 게 고맙지요. 그 친구 ‘개근상’ 받게 만든 거면 선생님 이제 여한 없는 거라고, 동료 교사들이 그럽니다.” -한국YMCA원주고 조은숙 교감민호(3년)는 ‘××공고의 전설’이라 불렸다. 고2 때 교사의 코뼈를 부러뜨렸다. 전설의 시작이었을까? 고1 때 무단결석을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자퇴를 했다. 중2 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중1이 되어 술을 마셨다.
민호가 말했다. 기자는 인과를 끼워맞추기 바빠 자꾸 끼어들었다.
“왜 자퇴했냐고요? 머리도 기르고 싶고, 학교 다니기 싫고… 그런 거 있단 말이에요. 담배는 중2 때부터 피웠어요. (어떻게 담배를 사는지?) 나이 들어 보이고 덩치 큰 친구가 항상 담배를 사오는 거예요. 그런 친구들 꼭 1명씩은 있거든요. (술은?) 중1 때 부모님 몰래 처음 외박도 해봤어요. 술을 마셨거든요.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면서… 놀고 싶었어요.”
민호는 검정고시로 중학교를 마치고 ××공고에 진학했다. “점심때 친구들이랑 놀고 있었단 말이에요. 깡통차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깡통차기? 원주만 있는 건가?) 하하, 어? 그런가, 아닐 텐데요. 멀리 차 술래가 그걸 주워오는 동안 숨는 거예요. 술래를 멀리 보내야 했단 말이에요. 뻥 차고서 숨으려고 뛰어가는데 선생님이 붙잡고선 엎드려뻗치래요. (왜?) 모르겠어요. 아니 점심때 사람 많잖아요. 다들 보고 있는데…. 그리고 멱살 잡히고, 스무 대 정도 맞았어요. (매로?) 육탄으로. 손발로요. 그렇게 기분 나쁘게 맞은 건 처음이란 말이에요. 창피하잖아요. 그래서 생각했죠. 내가 여기서 이 선생을 때리지 않으면 이 굴욕을 씻어내기 어렵겠다. 쳤어요. 사실 자퇴하려고 했는데, 교감 선생님이 전학이라도 가라고 해서, 2009년 10월 정도 여기로 왔죠.”
일탈의 뿌리를 말하지 못하는 이유
대개 첫 탈선은 흡연과 음주로 시작됐다. YMCA고 전체 학생 47명 가운데 음주를 경험한 이가 30명, 흡연이 31명에 달했다. 10명에 6.5명꼴이다. 특히 흡연, 음주 모두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접했다는 이들이 각각 12명, 9명으로 최다를 이뤘다.
무단결석을 경험한 이는 25명, 가출을 경험한 이는 24명이었다. 이 또한 중2 때 처음 시작했다는 이(각각 9명, 12명)가 가장 많았다. 사회 폭력에 가해자로든 피해자로든 노출될 공산이 커진다. 위기의 시발점이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있었다.
경호(3년)는 중3 때 결석이 시작됐다. 늦게 일어났다. 생애 첫 무단결석일, 경호는 집에서 종일 잤다. 당시엔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결석이 반복되며 친구들과 어울렸다. 밤늦게 술 마시고 놀다, 거리의 자동차와 가게 유리창 등을 부쉈다. 긴급체포됐다. 검사가 반성문만 쓰게 하고 훈방했다.
일탈의 ‘뿌리’를 면밀히 추적하고 분류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학생들의 어떤 과거는 단어 하나로 눙쳐지곤 했다. “모르겠어요.” “어쩌다가….” “그냥요.” 단어는 문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단어가 문장이 되어 살아날 기억이 아파서다.정길(2년)은 ××공고 1년 때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는 기내에서 담배를 피워 ‘전국 뉴스’가 되었다. 전학 권고를 받고 이곳으로 옮겨왔다. 정길이 기억하는 첫 비행은 중2 때 가출이다.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였다. 처음 담배를 피웠다. 중3 때부터 교우를 폭행했다. 고1 때 물건을 훔쳤다. 이듬해엔 또 다른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몸통이 자라며 일탈도 커간 셈이다.
원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중학생 생매장 사건(장난 삼아 중학생 피해자를 땅에 묻었다 풀어준 사건)의 관련자, 그들과 어울렸던 친구들이 YMCA고를 거쳤다. 인천공항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전화로 전국 뉴스가 되었던 이도 이 학교를 거쳤다. 지금은 다니지 않는다.
일탈의 ‘뿌리’를 면밀히 추적하고 분류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47명이 47가지의 배경을 갖고 있다. 게다 학생들의 어떤 과거는 단어 하나로 눙쳐지곤 했다. “모르겠어요.” “어쩌다가….” “그냥요.” 단어는 문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단어가 문장이 되어 살아날 기억이 아파서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최악이니까. 제 자신이 그랬다는 게 맘에 안 들어요.”
YMCA고 전체 학생 47명을 상대로 ‘스스로 생각하는 부적응 사유’를 물었다. ‘뿌리’의 한 자락이 겨우 드러난다. “음주·흡연·결석 등 교칙을 어겨서” “폭력·절도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서”란 답이 31명(66%·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았다. 일탈의 까닭이면서 또 다른 배경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그 배경엔 다음의 사연들이 포함될 것이다. “공부에 관심이 없거나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는 절망(16명·34%), “선생님의 무관심·차별·폭력”으로 받은 고통(10명·29.4%), “학교에서 취미나 특기 생활을 할 수 없었다”는 토로(8명·17%), 따돌림 등의 경험(6명·12.8%), 가정불화(5명·10.6%) 등이 그것이다.
자신은 모르거나, 인정하길 원치 않는 배경도 있을 법하다. 가정불화(가정폭력·부모의 무시 등)를 겪었다고 ‘고백’해준 이는 23명(48.9%)에 이르렀다. 교사와의 갈등(부당체벌·차별 등)을 기억해낸 이도 23명(48.9%)이었다.
원인이 무엇이든 일반 학교에선 용납하지 않는 ‘문제아’다. 그래서 떠밀려다닌다. 정수(3년·가명)는 ㅇ고교(원주)에서 부적응해, 다른 도시 ㅈ고교로 전학갔다가 자퇴했다. 그래도 “학교를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또 다른 ㅇ고교(원주)를 두드렸지만 거부당했다. YMCA고로 온 이유다. 병식(3년)은 ㅅ고교에서 말썽을 피우고 권고전학 조처에 따라 군인인 아버지의 근무지인 타 지역 ㅇ고교로 갔다 다시 전학을 권고받아 YMCA고로 왔다.
‘문제아’ 떠넘기는 공교육 기관3학년 가운데 권고전학으로 학교를 옮겨온 이만 7명이다. 퇴학 뒤 입학한 이 2명, 자퇴 뒤 입학한 이가 1명이다. 절반을 훨씬 넘는다. 원주의 **고에 특기생으로 입학했던 성철(2년·가명)은 운동을 그만뒀다는 이유로 권고전학 조처됐다. “다니던 학교에서 복학을 받아주지 않아 할 수 없이 이곳으로 왔다”는 영희(2년)도 있다. 학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따돌림을 받던 여학생이다.
YMCA고 쪽은 “정부에서 충실히 지원받는 공교육 기관이 제 책임을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일단 마찰이 생기면 아이들을 무조건 우리 학교에 떠넘기려 해 서운할 때도 많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서운함은 더 크다.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 왔다”는 이들의 술회는 사회와의 반목을 들춰내고, 저만의 아픔을 감춘다. 교사와 친구들의 ‘문제아’라는 낙인과 차별을 모르지 않는다. 희수(19)는 이제 3학년으로 진급한다. 2곳의 고등학교를 거쳐 YMCA고로 지난해 왔다. 모두 권고전학으로 떠돌았다. 희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결석이 잦았다. 일찌감치 ‘문제아’였던 셈이다. “어머니에게 장애가 좀 있다.” YMCA고 교사들은 희수를 “당차고 겁이 없는 여학생”이라고 일렀다. 겁 없는 희수가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지각해서 청소를 해야 했어요. 안 하고 그냥 갔어요. 다음날 학교 가자마자 귀싸대기를 맞았어요.” 희수는 울었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어이가 없어서요, 태어나서 뺨 맞은 건 처음이었으니까요”라고 했다.
호형(3년)도 ‘찍힌’ 아이다. 고1의 추억이 특히 끔찍하다.“ 담임 교사한테 가장 많이 맞았다.” 거의 매일 맞았느냐고 물었다. “매일요? 하루에 한 번 넘어요. 아침에 맞고, 학교 파할 때 맞았으니까요.” 호형의 답이다. 호형은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등교하기도 했다.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 알 수 없다. 호형은 “(YMCA고) 이전 선생들은 감정이 없는 로봇 같다”고 말한다.
경숙(2년)의 악몽은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거슬러간다. “선생님이 공부 못한다고 때리고, 못산다고 취급도 안 해줬다.” 이때부터 경숙이 어긋난 것이라면, 책임은 가난에 있는가, 가난을 채찍질한 교사에게 있는가.
그래서일까. 여러 학생들에겐 꿈이 없다. YMCA고에 오기까지 꿈을 가졌다는 이가 통틀어 15명에 불과했다. 여태껏 꿈을 가져본 적 없다는 이가 6명이다.
물론 책임은 나눠갖는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사건의 당사자(고2)는 연예인이 되고 싶어했다. 끼가 넘쳤다. 어머니가 울며 매달렸다. 행여 연예인이 된 뒤, 조금이라도 이름이 알려지면 과거가 들춰질까 우려했다. 아이는 좌절했다. 책임은 또 나뉜다. “부모가 초등학교 졸업 전 책을 읽어준 기억이 없다”거나 “모르겠다”는 이가 전체 22명(46.8%)이었다. 지금까지 예체능을 포함해 어떤 종류의 사교육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는 8명이다.
가장 많이 상처 준 사람, 부모와 교사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본다. 그러하니, 이들은 변하지 않는가. 경기도 중학교의 한 일선 교사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문제아는 결정된다.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교육사회의 시선을 잘 반영한다. 사실이라면 끔찍하다.
2010학년도 기준 YMCA고 1학년은 모두 29명이었다. 이 가운데 70%가량이 보호관찰 대상이었다. 2010년을 넘기기 전 13명이 중도 탈락(자퇴)했다. 다 보호관찰 대상이다.
당연히 YMCA고로 온 이들도 말썽을 부린다. 조은숙 교감은 “지난해엔 판사님한테 탄원서를 두 개밖에 안 썼다”고 말했며 겸연쩍게 웃었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을 포기한 일반 학교와 이들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YMCA고가 있을 뿐이다.
이 학교는, 교사들끼리 ‘존중 프로그램’을 꾸린다. 학생들에 대한 존중감을 교사들끼리 고양시킨다. 조 교감은 “따돌림 피해자도 선생님이 존중하면, 따돌림이 지속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언젠가 학교 인근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떼지어 담배를 피웠다. 도서관 관계자가 욕을 하며 혼냈다. 뒤에 조 교감과 작은 다툼이 벌어졌다. “아니 그럼, 거기서 모여 담배 피우고 침 뱉고 하는데 ‘야’란 말이 먼저 나오지, ‘여보세요’라고 합니까?” 조 교감은 “앞으로 담배를 피우면 ‘여보세요’ 해주세요. 그리고 제게 데리고 오세요. 다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학교는 ‘폭력은 순환하고 확대된다’고 믿는다. 학내 체벌은 일절 금지다. 밖에서 사고치더라도 교내 아이들의 인사법은 “사랑합니다”다.
변화의 계기는 소소하다. 학교에서 고안해 실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학습 6단계’가 한 요인이다. 여러 학생과 인터뷰한 결과, 특히 2단계 인물탐색 프로젝트의 힘이 크다. ‘나에게 가장 상처를 준 사람’을 선정해 탐구하고 공개 발표한다. 조은숙 교감은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이 엄마, 아빠, 그리고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발표문을 보면, 일탈의 소소한 배경을 자각하고, 반목한 세계와 화해할 가능성까지 내비친다. 정수(3년)도 부모를 탐구했다. 음악 교사이던 아버지가 “계속되는 음주로 인해 알코올중독과 당뇨병, 급기야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사실, 그로 인한 아버지의 실직·술주정·가정폭력을 고백했다. 정수는 당시 항상 경찰이 집에 닥치던 기억, 어머니의 가출, 자신이 고아원으로 보내진 기억까지 세상 밖으로 꺼냈다. “돌이켜 생각하고 싶지 않다”던 과거였다.
교실은 늘 울음바다가 된다. 정수는 이번 졸업식에서 학력우등상·도지사상을 받았고, 신학대학에 진학한다. 정작 스무 살이 된 2010년부터는 술·담배도 끊었다. 욕도 하지 않는다. 자신과의 약속이다. 과거 고등학교에서 수업 일수 200일 가운데 100일가량 결석했던 호형은 YMCA고 마지막 학년을 4.3일 걸렀다. 학생 가운데 결석 일수가 최다였다. 3학년 전체 15명 가운데 13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교사진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는 대단하다. 47명 가운데 40명이 YMCA고를 다니면서 과거의 본인과 견줬을 때 “매우 또는 다소 만족스럽게 변했다”고 자평했다. 30명(63.8%)이 그 원인을 학교와 교사에게 돌리고 있었다. 본인 덕이라고 한 이는 20명, 부모와 가정 덕분이라는 이는 8명에 불과했다.
“처음엔 (학교가) 맘에 들지 않았다”는 영희는 “불평불만이 가득했는데,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한계를 배우고 나눔정신도 배웠다”며 “여기 오지 않았다면 그때처럼 인생을 마구 낭비하고 있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영희는 울었다.
정수도 “여기 오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지 눈에 훤하다”며 “이 빚을 꼭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을 “대학에서 공부하고, 나와 같은 아이들을 위해 힘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족스러운 변화’는 지속될 것인가
2월9일 YMCA고에서도 졸업식이 열렸다. 상현은 맨 앞자리에 앉았다. 6명의 선생님이 깜짝쇼로 노래 을 불렀다. 1학년 김보선 담임 교사, 2학년 안대효 담임 교사, 3학년 조은숙 담임 교사가 울었다. ‘범죄 종합세트’라고 불리던 상현 때문에 YMCA고를 그만둔 교사가 생각나서였을까. “집단수업 때 남녀 성기를 그려 내보이거나, YMCA고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인 소록도 봉사 기간에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선생님이 잘못 가르쳤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빌고 또 빌었다.”(조은숙 교감) 학생의 비행으로 엄마가 우울증을 앓고, 결국 지난해 그 엄마가 자살했을 때, 그 상처를 1학년 담임 교사도 고스란히 나눠야 했던 기억 때문일까. 노랫가사는 교사들의 목울대에서 자꾸 끊겼다. 남자 교사 몇이 가락을 이었다. 학부모가 하나, 둘, 셋, 넷 따라 울었다. 상현의 고3은 그렇게 저물었다.
변화는 지속될 것인가. 부사관이 되고 싶다는 꿈은 이뤄질 것인가. 알 수 없다. 그들을 만난 2월8~9일, 겨울도 봄인 양 ‘방황’ 중이었다. 그러다 다시 제 계절로 돌아올 것이다.
원주=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