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씨를 몰고 다닌 ‘날씨 요정’ 사람 웃음을 몰고 다닌 ‘늦둥이’‘내가 여행하는 동안 한국에 있는 사람들도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2018년 여행을 떠나기 전 쓴 일기장에서)2023년 4월1일 오후 경기 고양의 한 봉안당에서 최다빈씨를 기억하기 위해 모인 가족을 만났다. 부모님, 8살 터울 오빠·5살 터울 언니는 매주 이곳을...2023-04-15 13:12
안 먹고 안 자도 연기가 행복했던 배우조미은(54)씨는 문득 그 맛이 궁금했다. 믹서기에 간 닭가슴살의 맛. 수백 번을 직접 만들면서도 정작 맛을 본 적은 없었다. 스물넷 아들 지한은 그걸 보물단지처럼 들고 다니며 먹었다. 직접 먹어본 맛은 충격적이었다. 누린내가 심해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미은씨가 말...2023-04-14 10:08
손으로 하는 일은 뭐든 잘한 재주도 마음도 빼어난 사람손으로 하는 일은 뭐든 잘했다. 이수연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뛰어난 손재주에 대해서라면 누구나 한마디씩 보탤 수 있다. 학창 시절을 함께한 친구는 “남들이 미술학원에서 그려온 그림을 다 제치고 1등을 차지한” 수연의 그림과 “작은 손톱에 막힘없이 그려온 네일아트”를...2023-04-14 09:51
출근길 들러 안부 묻고 언제나 반경 안에 있었는데그의 인스타그램은 2022년 10월21일에서 멈췄다. 여행을 좋아했던 스물아홉 살의 오근영은 제주, 강릉, 부산, 안동, 통영, 대관령 등 전국 곳곳의 사진을 에스엔에스(SNS)에 남겼다. 그가 2022년 10월29일 안전하게 축제를 즐겼다면 이태원 사진도 “나만의 #...2023-04-07 09:13
‘이태원 참사 159일 추모 특별판’을 나눕니다2023년 4월5일이 어떤 날인지 아시나요? 많은 독자께서 식목일을 떠올릴 것으로 예상해봅니다. 올해 4월5일은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해 159명의 희생자가 세상을 떠난 지 159일째 되는 날입니다. 유가족분들은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진상조...2023-04-05 10:24
차마 끄지 못하는 두 가지, 아들 휴대전화와 엄마 방 전등이남훈씨가 서울에 놀러 가기 전날 밤, 엄마 박영수(56)씨는 경기도 포천에 있는 집에서 밤늦게까지 사골국을 끓였다.“아들이 일하다가 허리를 좀 다쳤는지 혼자 끙끙거리더라고요. 병원에 가보래도 괜찮다고만 해요. 그래서 소 사골을 사서 밤새 끓였어요. 아들이 사골국에 밥...2023-03-31 20:54
길고양이 챙기고 노란 리본을 달았던 다정했던 사람2022년 10월29일 며칠 전부터, 집에 자주 찾아오는 길고양이 ‘내고’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스물다섯의 송은지가 맛있는 밥을 챙겨주고 이름도 지어준 아이였다. 부모님이 고양이에게 주기 위한 사료를 사도, 은지는 꼭 캔에 담긴 더 맛있는 사료를 구매해 챙겨주곤 했다...2023-03-27 14:59
“더 재밌어질 것 같다”던 스물둘의 열흘 뒤유연주는 사남매 중 제일 ‘똑소리 나는 아이’였다. “엄마가 야단치면 저랑 동생들은 그냥 우는데요, 연주는 엄마 기분 나아지라고 자기 방을 청소했어요. 그리고 엄마가 ‘억울한 거 있으면 말해봐’라고 하면, 저랑 동생들은 가만히 있는데 연주만 꼭 대답하는 거예요. ‘난 ...2023-03-18 14:28
본 영화 엄마랑 또 보는 동생 “질투라도 할 수 있었으면”동민이 스무 살 때인 2011년이었다. 엄마 최행숙(62)씨는 당시 개봉한 한국영화 를 보고 싶었다. 아들에게 물었더니 이미봤다고 했다. “갑자기 보려 하니 같이 갈 사람이 없네.” 엄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동민은 그 자리에서 영화표 두 장을 예매했다. “너는 봤다...2023-03-16 10:02
형 옷 입고 형처럼 머리 자르고… 쌍둥이 동생은 혼자가 이상하다사진 속 남자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판박이 얼굴에 앞머리를 내린 헤어스타일, 뿔테 안경에 데님 셔츠와 바지까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 홍의성의 쌍둥이 동생 홍두성(31)씨는 기자에게 미리 보내준 형의 사진 속 모습과 같은 차림을 하고 있었다. 먼저 떠난 형을 그리워하며 ...2023-03-15 11:52
음악과 꿈을 사랑한 청년의 ‘비긴 어게인’엄마 송선자(63)씨는 한철이 어릴 때 함께 길을 걷다 죽어가는 지렁이를 본 적이 있다. “어머, 흙에 있어야 하는데 거의 죽었네.” 엄마는 무심코 말했다. 한철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지렁이를 갑자기 들어올리더니 가까운 화단에 옮겨줬다. 물을 떠와 지렁이 몸에 살짝...2023-02-25 00:46
불꽃처럼 살다 모든 걸 주고 떠난 아빠※유가족의 요청으로 이 기사의 재인용을 금지합니다.최재혁의 집에 걸린 달력은 2023년 2월에도 여전히 2022년 10월에 멈춰 있다. 거실 한가운데 액자에는 첫째 아들이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아빠 최재혁이 사놓은 액자다. 탁자에도 벽에도 곳곳마다 가족사진이 놓여 ...2023-02-24 22:48
‘아름다운 인생’ 불꽃 피웠던 스물여덟 해문을 열었을 때 김정인(35·가명)씨와 부모님은 너무 놀랐다. 작은 원룸이 운동기구와 레크리에이션 용품으로 가득했다. 각종 아령과 목검, 턱걸이 기구, 캠핑용 텐트가 화장실과 싱크대를 제외하고 작은 공간에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심지어 벽 한쪽에는 일인용 고무보트가 세...2023-02-21 17:15
아버님 보내드린 지 3주 만에 아들, 너도 가면 난 어떡해…가족들은 고작 3주 만에 다시 장례식장에 왔다. 할아버지 사진이 놓였던 자리, 손자 사진이 들어섰다.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떠나보냈던 양수현(65)씨는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상복을 입었다. 3주 전 아들로서 입었던 옷을 아버지가 돼 다시 걸쳤다. 빈소에 덩그러니...2023-02-18 13:48
아직도 2층에 있는 듯한데, 벚꽃 피면 누구랑 꽃을 보지스무 살 채림은 별을 닮은 아이였다. 채림의 집은 친구들로 늘 북적였다. 고등학교 때는 패션디자인 공부를 하겠다며, 가족과 함께 살던 대전에서 홀로 서울로 떠나 패션스쿨에서 공부했다. 웨딩숍 등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을 종잣돈 삼아 인터넷 쇼핑몰도 창업했다. 스스로 빛나며...2023-02-10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