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개 ‘몽덕이’ 책방지기 그만둬도 남해살이는 계속합니다 시골에서는 죽음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아스팔트 길 위에 납작하게 눌린 개구리, 똬리를 튼 채 말라버린 작은 뱀, 몸통은 사라지고 남은 매미의 날개, 자는 듯 드러누운 채 죽은 고양이….가을이 끝내 오지 않을 거 같았던 2025년 9월 초, 카트에 쓰레기를...2025-10-05 18:53
자신 사랑하며 자아도 깨는… 먼 데서 온 내 스승, 18살 푸름이지난번 글에 ‘오래된 미래’에서 잘 살고 있다 떵떵거리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그새 책방 그만두겠다고 난리를 피운다. 이 노동은 뭉근한 불에 사람을 쉼 없이 곤다. 생활비가 빠지는 똘똘한 직장이 시골엔 흔치 않다. 이곳 내 주변 사람들은 생활비 걱정 없을 정도로 자산이 ...2025-08-16 17:22
수도권 지인의 악의 없는 줄세우기 질문, “왜 그런 사람이 남해 살아?”그만둘까? 책방지기인 나는 쇼츠 중독자가 됐다.인구 1600명인 경남 남해 상주면 책방 앞 골목, 대체로 길고양이만 다닌다. 반려견 몽덕이가 짖어 혹시나 손님인가 보면 치즈냥이 지나가고, 또 짖어 나가보면 고양이가, 그것도 아까 그 고양이가 몽덕이를 조롱하듯 천천히 어...2025-07-22 11:30
토종 돌고래의 눈웃음·팔색조의 육아 비밀 “관찰하는 12시간이 1시간처럼…억수로 재밌어.”2025년 2월, 상주 은모래해변 앞 금양천가에 동고동락협동조합 사무국장인 청년 에디(별명)가 쪼그리고 앉아 있다. 그의 옆에 등이 검고 배가 하얀 새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데 움직이지 못한다. 긴 다리가 힘없이 늘어졌다. 칼바람에 에디의 귀가 빨갛다. 그는 이 새를...2025-05-29 05:13
아차차, 벌써 하루가 다 갔네?남해에서 하루 24시간은 자기 의지를 가진 생물 같다. 하루가 나와 반려견 몽덕이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 저녁때 집에 패대기쳐놓는다. 몽덕이가 코를 드르렁드르렁 곤다. ‘저렇게 돌아다니는데 왜 살이 안 빠지나.’ 개를 보며 생각하다 잠에 빨려 들어간다. 이를테면 이런 ...2025-04-27 17:37
밥의 신성함 말하면서 밥하는 노동을 하대하다니나와 내 반려견 몽덕이는 경남 남해에서 여기저기 얻어먹고 산다. 밥때가 되면 제집 가듯 개를 끌고 책방 앞 동동빵집이나 옆집 동고동락협동조합으로 가 밥을 먹는다. 다이어트 사료 먹으면 뭐 하나. 뚱뚱했던 몽덕이는 살이 더 올라 물개를 닮아가고 있다.바람이 가르쳐준 상추...2025-04-03 17:51
자아의 감옥 넘으니 딴 세상이 열렸다어둑어둑한 숲은 소리를 품었다. 취취, 뾰로르, 딱딱딱…. 거의 평생 수도권에 산 내겐 잘 들리지 않는다. 2024년 10월 아침 6시 금산, 남해탐조클럽 ‘명상’과 함께 쌀쌀한 청색 공기 속을 천천히 걸었다. 숨죽인 19명이 낙엽 밟는 소리가 자박자박 흩어졌다.“여기...2025-03-04 10:56
습기와 곰팡이를 걷어내다 ‘웬수 같은 책방’을 사랑하게 됐다겨울, 손님 없는 책방에서 으슬으슬 떨고 있다보면, 가을은 언제 오느냐고 누군가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던, 길었던 지난여름이 가물가물하다. 온몸이 땀에 절어 내 냄새에 내 코가 마비될 거 같은 날들이 진짜 있었던 건지 싶다.2024년 7월 공기는 불길한 물기를 가득 머...2025-03-04 09:56
모욕이 일상 된 ‘밀양 할머니’ 연대자들2014년 6월11일, 쇠사슬을 둘러 서로 몸을 엮은 밀양 할머니들은 산속 농성장에서 끌려 나왔다. 천막은 부서졌다. 고도 400~500m 높이에 있던 그 천막에서 할머니들은 서로에게 바싹 붙어 웅크리고 잠들었다. 765㎸ 송전탑 건설에 끝까지 반대했던 할머니들이다. ...2025-01-09 14:17
평생 몰입으로 살아온 말간 얼굴, 나의 귀인“콘셉트가 중요해요.”책방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조언이다. 심란하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 그 콘셉트가 없는 게 문제 아닌가. 책방이 들어설 건물을 피해 다닌다. 1988년부터 2004년까지 동네 유일한 목욕탕 ‘약수탕’이었다. 그 뒤로 17년간 비어 있다...2024-12-05 08:38
10년만의 첫 산책, 직진 못하던 순둥이가…그는 폐가 앞에 쇠줄로 묶여 있었다. 원래는 흰색이었을 듯한 진돗개다. 아무도 쓰다듬어준 적이 없는지 여기저기 털이 뭉쳤다. 먹은 자리에서 똥을 쌀 수밖에 없다. 주변에 똥이 지층처럼 차곡차곡 쌓여 굳었다. 밥그릇엔 음식물 쓰레기가 담겼다. 쉰내가 풍긴다. 골목길에서 ...2024-11-03 13:17
1066개 빈 집 중에 나를 받아줄 집이 없네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시골에 빈집이 널렸지만, 내 집은 아니다. 경남 남해에서도 땅끝 상주면, 내가 ‘인간 에이아이(AI)’라고 부를 지인의 5평짜리 원룸 방바닥에 개와 함께 앉아 남해군 누리집을 온종일 검색했다. 이 동네에 간판을 단 부동산중개사무소는 없다. 임대...2024-10-11 10:47
‘느슨한 책방 알바’하려고 남해로 갔더니…2024년 4월24일 저녁 7시30분, 경남 남해에서도 남쪽 끝, 상주면 은모래해변으로 반려견 몽덕이가 흰 궁둥이를 흔들며 달려갔다. 경기 고양시부터 7시간 운전해 내려왔다. 어스름이 깔린 해변은 텅 비었다. 이삿짐을 실은 1t 용달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배낭엔 ...2024-09-19 0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