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17년, 병이 없다고 덜 외로웠을까?첫 번째 원고 ‘엄마, 내가 미치고 있는 건가요?’가 2023년 12월25일 한겨레21 제1494호에 게재됐다. 이 글은 2023년 12월29일치 한겨레 사회면에도 실렸다. ‘11살에 온 조현병, 폐쇄병동 입원날 “엄마, 엄마, 엄마”'라는 제목으로. 포털 기준 좋아요...2024-11-02 18:33
일하며 살기 ‘미션 임파서블’?나무는 대학을 6년 다녔다. 의대에 다닌 것이 아니다. 정신질환을 갖고 대학 공부를 하는 것은 어려웠다. 게다가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기초학력이 부족했다. 20살을 앞두고 앞으로 무엇을 할까? 어떤 일상의 규칙을 만들어야 할까? 우리 가족...2024-10-12 18:27
스물여덟은 그냥 오지 않았다… 어린이병원 있을 때는 상상할 수 없던 일상‘서쪽으로 난 창으로 북한산 끄트머리가 보이고 길 건너 아파트 불빛과 공사 중인 현장이 보인다. 창 앞에 놓인 그레이색 슈퍼싱글 침대 위에는 지난겨울에 바꾼 민트색 이불이 덮여 있다. 그 옆으로 선배에게 선물 받은 기다란 전구 일체형 스탠드가 놓여 있고, 책꽂이 겸 장...2024-09-14 18:32
“우리 엄마 내놔” 죄책감을 구원한 과학과 기도“우리 엄마 내놔, 엄마 내놔, 우리 엄마 어딨어?”나무는 나를 붙들고 흔들며 울부짖었다. 나를 가짜라고 했다. 진짜 엄마를 제거하고 엄마 행세를 하는 가짜. 가장 사랑하는 엄마를 뺏어간 사람.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미운 사람이었다. 왜 내가 가짜로 보이는 걸까? 나는...2024-08-24 17:45
수업 출석부터가 미션… 도전의 연속 6년 대학 생활“똑똑.”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간다. 5층짜리 건물 5층에 있는 건축학과 교수 연구실이다. 교수가 학부모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대학에서도 학부모 상담을 하나 궁금했지만 한편 불러주시니 고마웠다. 대학교 건축학과 1학년 1학기, 5년제 건축학과는 예상보다 훨씬 어...2024-08-04 15:18
생애 최초 ‘장애인 등록’하니 생긴 일들출장 중이었다. 경남 창원에서 김해공항으로 이동할 때 비가 퍼부었다. 그래도 제주행 비행기는 예정대로 뜬단다. 빗길을 무사히 왔으니 차 한잔 마시며 숨을 돌리자 했는데, 전화가 왔다. 언제라도 두 손으로 받는 전화, 병원에서 온 전화다.장애인 등록을 갱신하려면 진료기록...2024-07-14 14:36
조현병 아들과 산책, 너의 불안을 함께 견디다그와 약속이 있었다. 금요일 저녁을 같이 먹기로. 오후 5시, 이르게 만나서 불광천을 산책하고 그 자리에서 20년 장사를 했다는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내가 뭐 하고 있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나무씨는 “가끔씩 저랑 밥도 먹고 커피...2024-06-22 18:25
괜찮아, 2막이 시작될 거야2014년 3월이었다. 대안학교 고등과정을 마치고 학교 밖 청소년으로 지내던 나무가 갑자기 일본에 가겠다고 했다. 자전거 디자인과 정비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도쿄에 있다는 기사를 보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방도 아니고 바다 건너 외국에 공부하러 가겠다고...2024-06-01 22:25
“사람으로 대해줘서 좋아요”돌아온 도시는 경기도 파주출판도시에서 걸어서 30분, 자전거로 15분이면 다닐 수 있는 신도시였다. 나무는 중학교 3학년에, 작은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했다.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낯선 도시, 하지만 신도시답게 마을은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고, 아파트 단지 앞에...2024-04-27 18:50
더 사랑하기 위해, 출근하다좁은 진료실 복도 맞은편에서 노인이 걸어온다. 허리가 굽었고 몸집이 자그마한 80대 여성이다. 그 뒤로 40대 아들이 뒤따라온다. 아들이 환자다. 노인은 진료실까지 오는 길이 힘들었는지 ‘아이고’ 소리를 내며 앉는다. 늙은 엄마는 나이 든 아들에게 앉으라며 자리를 챙긴...2024-04-06 21:46
‘독박 돌봄’, 버티다가 쓰러지라는 메시지처음 입원하던 때는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올라가던 겨울이었다. 우리 가족은 치료에 도움이 될까 해서, 아니 이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그해 봄 이사를 결정했다. 아이 발병 한 달 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응급수술을 한 시어머니와 분가한 것이다.어머니 수술과 아이...2024-03-16 21:36
조현병에 완치는 없다, 완화만 있을 뿐조현병은 치료할 수 있는 병일까? 그렇다. 조현병은 완치할 수 있는 병일까? 아니다. 완치란 없다. 완화만 있을 뿐이다.현대의학에서 조현병 치료의 기본은 약물이다. 과거에는 조현병 치료를 위해 피를 뽑고 새 피를 수혈해 뇌의 열을 식혀야 한다고도 했고, 전두엽 절제술로...2024-02-25 14:14
‘조현병 아닐 거야, 성장통일 거야’했지만…“한창 자라는 시기잖아요. 뇌도 이 시기에 폭발적으로 자라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은 몰라요. 이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오기도 하거든요. 성장통처럼.” 의사는 말했다. 사람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더니, 이 말에 너무 기대를 걸었나보다. 구급차를 불러 다시 입원할 ...2024-01-27 20:22
소아정신병동 열두번 입원…아이는 ‘쏘리 쏘리’ 춤 췄다철문이 닫히고, 아이는 격리됐다. 분리불안으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아이가 내 곁에 없다.복도 오른쪽에 있는 면담실로 갔다. 환경조사를 하는 임상심리 전문가가 들어왔다. “집안에 정신병 이력이 있나요?”로 질문은 시작됐다. “건강하게 출산하셨나요?” “아이는 엄마가 ...2024-01-06 19:57
“엄마, 내가 미치고 있는 건가요?” 병실에서 아이가 물었다“엄마, 엄마, 엄마.”쿵, 띠리릭. 2008년 4월2일, 폐쇄병동의 문이 닫혔다. 아이는 문안으로, 나는 문밖에 있다. 여기는 소아정신과 병동 앞이다. 아이는 몸무게 3.47㎏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다. 감기 말고는 아픈 적이 없었으며, 보통 키에 보통 체격, 책읽기를 ...2023-12-23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