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독도에 날아가 호랑이 조형물을 철거하고 친필이 적힌 비석을 세우며, 일왕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의 신공으로 한-일 관계를 순식간에 폭풍 전야로 밀어넣는 과정을 얼마 전 목격했다. 흥미롭다. 대체 그에게 국익이란 무엇일까.
이토 준지의 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외교관’이었다고 자평하는 유우키 마모루는 어느 날 갑자기 ‘천하의 매국노’라 불리며 체포된다. 배임과 위계업무방해 등의 혐의는, 홋카이도 출신의 츠즈키 미네오 의원을 엮기 위한 국책수사의 일환이었다. 검찰에서 미리 시나리오를 짜놓고, 원하는 내용을 용의자가 자판기처럼 토해놓도록 만드는 표적수사. 츠즈키는 패전 이후 러시아 영토가 된 쿠릴열도의 4개 섬, 즉 ‘북방영토’를 되돌려받는 것이 필생의 목표였다. 발전기를 제공하는 등의 인도적 지원도 하며 러시아와 밀고 당기기를 했던 츠즈키의 열정에 감화되어 유우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일본 내의 권력투쟁에 휘말려 츠즈키와 가까웠던 유우키도 표적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니 거의 실화다. 원작자인 사토 마사루는 외무성의 러시아 전문가였고, 2002년 체포되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공직에서 물러난다. 이후 자신이 체포된 정치적 배경과 부도덕한 검찰과 언론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을 비롯해 등을 저술하며 일본의 대표적 논객이 된다. 은 사토 마사루의 논쟁적인 원작을, 우라사와 나오키와 함께 등을 만든 스토리작가 나가사키 다카시가 쓰고, 의 만화가 이토 준지가 그린 작품이다. 러시아와 일본을 오가며 권력의 내막을 마구 파헤치는 선정적인 소재, ‘국책수사’를 둘러싸고 검사와 용의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드라마틱한 투쟁, 인간의 바닥을 알 수 없는 내면은 물론 기괴한 상상력까지 끈적하게 묘사하는 그림까지 은 모든 지점이 흥미롭다.
사토 마사루, 아니 유우키는 일본의 엘리트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엘리트는 ‘국민을 위하여, 이 나라를 위하여’가 늘 중심에 있어야 하지만, 일본에는 ‘자기 행동에 책임질 줄 아는 엘리트가 정말 없기 때문’이다. 유우키와 친했던 러시아의 정치인은 말한다. “관료가 자기들의 이권에만 매달릴 때, 그 나라는 사라지는 거야”라고. 관료가 중심이었던 사회주의 체제는 그렇게 사라져갔다. 그리고 유우키도 ‘이 나라에서는 모두가 이권과 보신을 위해서만 살아. 이 나라는, 일본은 머지않아 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사토 마사루는 국익을 최우선에 둔다. 그는 천황제를 지지하고, 북방영토는 물론 독도 등 분쟁 영토에 대한 일본의 권리를 주장하는 우파 논객이다. 그건 좋다. 을 읽으며 일본의 국익에 동조하려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이 만화를 보면, 우리의 국익은 대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아니 우리의 관료,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국익은 무엇인지 고심하게 된다. 우파라면 당연히 대한민국의 국익을 먼저 따져야 하고,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외교적 판단을 통해 구체적인 행보를 해야만 한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며 자신의 이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을 보고 있으면, 한국의 우파가 얼마나 한심한 ‘천하의 매국노’인지 절감하게 된다.
김봉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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