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영상이 가짜라는 음모론자들의 주장. 황당하기는 하지만 음모론에도 몇 가지 층위가 있다. 아예 달에 가지 않았다는 주장은 넘어가도 된다. 그럴듯한 주장 하나는 달에 착륙한 영상을 송수신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미리 달 착륙 영상을 찍어놨다는 것이다. 체제의 우월함을 선전하기 위한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이 치열한 시기였기에 구체적인 ‘영상’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서 모 감독(일설에는 스탠리 큐브릭)을 불러 실제 달의 풍경과 비슷한 세트 장치를 만든 뒤 찍었고, 그 필름을 안전하게 방영했다는 것. 급진적인 주장은, 달에 존재하는 외계인이 만든 구조물과 미확인비행물체(UFO) 등을 숨기기 위해 영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후 계획이 잡혀 있었음에도 아폴로 17호 이후 다시 달에 가지 않은 이유는 외계인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그 뒤 무려 30여 년 동안 인간은 다시 달에 가지 않았다. 대체 왜? 인간에게 달은, 그냥 평범한 존재가 아니다. 달에 대한 음모론도 많지만 일단 제쳐두고, 달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인간에게 필수적인 존재였다. 달이 없었다면 음양의 조화는 물론 방아 찧는 토끼와 보름달이 뜨면 변신하는 늑대인간 등 수많은 신화와 전설도 없었을 것이다. 조수 간만의 차이를 만들어 개인의 성격에도 영향을 끼치는 달은, 인간에게 늘 신성한 미지의 존재였다. 그리고 달은, 인간이 우주로 나가는 교두보였다. 일단 달에 가고, 다음은 화성과 금성으로 향하는 디딤돌인 것이다. 달에 인간의 발자국을 찍는 것은, 단지 한 인간의 발걸음이 아니라 인류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런데도 안 가고 있다. 그러니 만화에서라도 대신 달에 가보자. 고야마 주야의 배경은 2025년으로, 우주비행사의 꿈을 가진 형제의 이야기다. 일본에서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협력을 통해 우주비행사를 배출하고, 달에 가는 시대다. 어린 시절부터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꿈을 지닌 뭇타와 히비토였지만, 히비토가 이미 우주비행사가 된 것과 달리 뭇타는 직장에서 잘리고 백수 신세가 된다. 뒤늦게 자신의 꿈을 향해 동생을 따라 전력 질주하는 뭇타. 어리숙하고 덤벙대는 뭇타지만, 결코 동생을 질투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며 꿋꿋하게 우주비행사로 성장해간다. 2025년의 미래 이야기지만, 만화에 보이는 풍경은 지금과 별다를 게 없다. 고야마 주야는 미래의 풍경과 사회 모습을 제시하기보다 진정한 형제애와 함께 우주비행사의 일상을 꼼꼼히 기록하는 것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야말로 인간이 왜 우주로 나가고 싶어 하는지, 그 원초적인 욕망을 친절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반면 오타사키 야스오의 은 현실적인 우주개발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달에서 새로운 에너지 자원이 발견되자 미국과 중국 등이 본격적인 우주개발에 나선다. 대외적으로는 자원개발을 위한 평화적인 우주개발이지만, 이면에는 달의 자원을 확보하려는 치밀한 군사계획이 감추어져 있었다. 결국 달은 20세기 중동 못지않은 열강들의 각축장이 된다. 다만 권수를 거듭하며 예측 가능한 미래보다는 거대한 음모로 확장돼 리얼리티가 희미해져간다. 그럼에도 달의 개발은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동의한다. 신대륙을 탐험해 식민지로 삼았던 제국주의 시절이 증언하듯, 우주개발이 그저 평화로운 유람선 여행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쩌면 달은, 새로운 식민지이자 전쟁터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오랜 시절 쌓아온 꿈을 산산조각 내며.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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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