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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 징크스’ 깨질 날이 머지않았다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이적생 김상현 활약에 12년 만에 10번째 정규리그 우승 문턱에 다다른 기아 타이거즈
등록 2009-09-04 15:49 수정 2020-05-03 04:25

세계 스포츠계에는 ‘9자’ 징크스가 있다. 가장 유명한 9자 징크스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V9‘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1965년부터 73년까지 센트럴리그와 일본시리즈를 9번 연속 제패했다. 당시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가와카미 데쓰하루라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이 이끌었고, 868개 홈런을 때린 왕정치와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인기선수 미스터 자이언츠 나가시마 시게오의 그 유명한 ‘ON포’(왕정치의 일본 이름 오 사다하루의 O와 나가시마의 N)가 3·4번 중심 타선을 이뤘다.

8월11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해 10연승을 달성한 기아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 장덕종

8월11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해 10연승을 달성한 기아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 장덕종

세계 명문 구단들 괴롭힌 ‘9자’ 징크스

세계 스포츠계에서는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센트럴리그에서 9번 연속 우승한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퍼시픽리그팀과 7전4선승제의 일본시리즈에서 9번 모두 이긴 것은 불가사의한 기록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1974년 시즌에서는 주니치 드래건스 돌풍에 휘말려 10연승에 실패했다.

한국에서는 남자배구 삼성화재가 9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화재는 아마추어 배구, 즉 ‘슈퍼리그’라 불렸던 1997년 대회부터 프로배구 2004~2005년 시즌까지 9번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77연승의 대위업도 달성했다. 당시 삼성화재는 라이트 김세진과 레프트 신진식에 센터 김상우, 그리고 최태웅 세터가 절정의 기량을 발휘했는데, 2005~2006 시즌 프로배구에서 이탈리아 프로리그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활약하다 돌아온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에 10연패를 저지당했다.

프로야구 명문 해태 타이거즈도 9자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해태는 1983년 프로야구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1986년부터 89년까지 4연패, 91년과 93년 그리고 96년과 97년에 2연패를 포함해서 모두 9번 우승을 차지했다. 해태 타이거즈는 9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해서 한 번도 패하지 않고 모두 이기는 진기록도 세웠다.

해태는 1983년에는 김성한·김봉연·김일권·김종모·김준한 등 김씨 성을 가진 선수들이 팀 우승을 이끌었고, 86년 이후에는 선동열이라는 불세출의 투수가 있어 명문팀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선동열은 85년부터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한 95년까지 11년 동안 통산 방어율 1.20에 0점대 방어율 5번을 기록하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해태는 10번째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2000년 시즌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대신 기아가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했는데, 기아는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8년 동안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기아는 팀을 인수한 2001년에는 5위, 2002년과 2003년에는 2년 연속 3위까지 올랐지만 2004년 4위를 끝으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2005년엔 최하위인 8위, 2006년 다시 ‘반짝 성적’을 내며 4위를 차지했지만, 2007년에는 다시 최하위인 8위 그리고 지난해엔 6위에 머물렀다. 기아 타이거즈로서는 올 시즌이 9번째 도전인 셈이다.

기아 타이거즈가 ‘9자 징크스’를 깨뜨리고, 해태가 이뤄내지 못한 10번째 우승을 달성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기아는 2009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한화 이글스, 히어로즈와 함께 ‘3약’으로 분류됐다. 대부분의 프로야구 전문가들은 기아가 최근 2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렀고, 올 시즌 뚜렷한 선수 보강이 없어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어렵다고 보았다. 실제로 기아는 시즌 초반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시즌 초반 최약체 분류됐던 호랑이의 돌풍

그러나 외국인 투수 로페즈와 거톰슨이 원투 펀치 구실을 너무도 잘해주고 있다. 로페즈와 거톰슨은 둘이 합해서 27~28승까지도 가능한데, 이는 조범현 감독이 전혀 예상치 못한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또한 강력한 신인왕 후보 안치홍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는데다, 김상현까지 화룡점정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4월19일 LG트윈스로부터 트레이드돼온 3루수 김상현은 기아 타이거즈로 볼 때는 ‘굴러 들어온 복덩어리’였다. 김상현은 올 시즌 홈런·타점·장타율 등 3관왕이 유력할 뿐 만 아니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에도 영순위 후보다.

기아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도 1986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에서 트레이드돼온 3루수 한대화가 선동열과 함께 팀 우승을 이끌었다. 한대화는 86년부터 93년까지 8년 동안 매년 3할 안팎의 타율, 20개 안팎의 홈런 등으로 무려 6번의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마운드에서 한대화 선수의 대활약을 지켜본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지금도 자신보다 3살 많은 한대화를 수석코치로 기용하며 야구 인생을 함께하고 있다.

23년 전인 1986년 서울 팀에서 트레이드돼온 3루수(한대화)가 해태 타이거즈를 명문 팀으로 이끌었듯이, 지난 4월 서울 팀에서 트레이드돼온 3루수(김상현)가 기아 타이거즈를 10번째 우승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기아 타이거즈의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은 이미 8부 능선을 넘어섰다.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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