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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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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통령이 기댈 곳은

국민에 버림받고 친박·보수단체에 의지하는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총리대행’ 체제서 임기 꽉 채우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등록 2016-11-29 22:41 수정 2020-05-03 04:28

‘4%’. 한국갤럽은 11월 넷쨋주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조사 결과를 11월25일 공개했다. 앞선 3주 동안 5%로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를 기록했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로 더 떨어졌다. 부정 평가는 93%다(11월22~24일 전국 만 19살 이상 남녀 1004명 대상 전화조사, 응답률 25%,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1월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 대통령의 노력에 따라서 회복할 수 있는 그런 지지율이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박 대통령의 노력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경찰 간부 “마음은 광화문에 가 있다” </font></font>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1월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위기의 박 대통령이 기댈 가장 믿음직한 언덕 중 하나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1월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위기의 박 대통령이 기댈 가장 믿음직한 언덕 중 하나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지지율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언론이다. 보수·진보 언론은 물론 박 대통령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던 지상파 방송까지 모두 등을 돌린 상태다. 더욱이 모든 언론이 경쟁적으로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관련 의혹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당분간 언론에 기대 지지율 회복을 노리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지율 회복은 정부가 제 기능을 한다는 전제 아래서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공무원들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손과 발이 되어온 공무원들이 이젠 오히려 ‘식물 정부’를 가속화하는 페달이 되고 있다. 공무원들의 이반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피의자 대통령을 어떻게 인정하겠냐.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든, 모처에서 대면조사를 받든 조사를 받는 순간 모든 권위가 무너진다고 본다. 빨리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한 경찰 간부 역시 “공무원들에게 대통령은 존경해야 할 존재 아니냐. 하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최근에 야근이 많아 힘들어서 촛불집회에는 못 갔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광화문에 가 있다”고 말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탄핵·하야 반대 집회 구심점은 ‘박사모’ </font></font>

실제 정부기관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대통령의 턱밑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정권의 심장부를 향한 수사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아직 김 장관이 사의를 밝힌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각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심지어 박 대통령이 온갖 반발에도 굳건히 추진해온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도 흔들리고 있다. 는 11월25일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사실상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교육부가 국정·검정 교과서 혼용 방안 등을 대안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언론과 공무원 조직이 버팀목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기댈 곳은 보수단체와 친박 정치인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들이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지지율이 회복되기를 복권 당첨처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순실씨 국정 농단 의혹이 쏟아지면서 몸을 움츠렸던 보수단체들은 최근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자유총연맹,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 등은 11월19일 ‘대한민국 헌법 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이라고 이름 붙인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서울역 광장에는 주최 쪽 추산 7만여 명, 경찰 추산 1만1천여 명이 모여 서울 남대문까지 행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작은 태극기와 ‘강제하야 절대반대’ ‘문재인을 특검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광장에 섰다.

집회에 나온 이들은 대부분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아무개(61)씨는 “최순실이 잘못했는데 그 사람만 감옥 가면 되지 왜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냐. 언론이 너무 일방적으로 박 대통령을 공격만 한다. 박 대통령이 그만큼 사과하면 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참가자는 “박 대통령에게 잘못은 있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그들이 얼마나 북한에 퍼줬냐. 지금 박 대통령이 물러나면 북한하고 좌파 좋은 일 해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 다 좋다. 박 대통령 물러나고 다 같이 그냥 망하자”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집회에는 젊은 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집회에 처음 와봤다는 김아무개(24)씨는 “처음 최순실 보도가 나왔을 때는 나도 화가 많이 났다. 그런데 언론이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는 것 같다. 하야할 정도로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잠시 광화문에도 다녀왔지만, 내 생각은 아무래도 이곳(보수집회)과 더 맞는 것 같다. 사람들이 얼마 안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나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박사모는 지난 집회에 이어 11월26일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정광용 박사모 중앙회장은 11월22일 이 단체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2차 총동원령’을 공지하는 글을 올렸다. 박사모 주력은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에 집결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과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고향이라서 대구로 가는 것은 아니다. 한국 지도를 보면 대구가 중심에 위치한다. 이 중심에서부터 목소리를 전국으로 퍼지게 하기 위해 대구에 집중하기로 했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같은 날 대구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도 우리와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구 집회에 역대 최대 규모의 인원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구만 3만~5만 명, 전국적으로 10만 명이 모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박 대통령의 탄핵이 추진되는 것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공동으로 했다고 인정되는 범죄 혐의가 1심 재판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나도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는 것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1심 재판 전에 탄핵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당분간 박사모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에 반대하는 집회가 계속 열릴 예정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헌법재판관 1명만 사퇴해도 탄핵심판 불가능</font></font>
한국자유총연맹과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등이 11월19일 서울역 광장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 하야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김진수 기자

한국자유총연맹과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등이 11월19일 서울역 광장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 하야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김진수 기자

새누리당 주류도 탄핵안 통과 시기를 늦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1월25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헌법에 규정된 탄핵소추안 추진에 대해 야당과 성의 있는 협상을 해나가겠다”면서도 “야당의 주장대로 허겁지겁 12월2일, 12월9일 대통령 탄핵을 처리하겠다, 저는 이것을 답안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발 벗고 나서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1월23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야당에 따르라(는 것은), 한마디로 배신자·변절자가 돼달라는 게 아니냐”며 탄핵 반대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시간이 박 대통령의 편이 돼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버티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다. 더욱이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이 주어지는 한국의 정치제도 아래서 버티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장 특검만 해도 대통령이 방해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박 대통령이 야당 추천 특검 인사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아 임명을 거부하거나 보류할 수 있다. 특검 임명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돼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다고 해도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면 된다.

청와대는 국회가 탄핵을 추진하는 이상 거국중립내각 총리는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총리가 교체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국회가 황 총리까지 탄핵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 직무 정지된 총리를 그대로 두고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대행으로 국정을 이끌면 된다. 유 부총리도 탄핵할 수 있지만 그 뒤를 이어 국정 운영을 대행할 국무위원은 계속 있다. 국회가 해임건의안을 낼 수도 있지만 해임건의안은 대통령이 반려하면 그만이다.

내년에 헌법재판소장 등이 교체되는 것도 변수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내년 1월31일로 임기가 끝난다. 이정미 헌법재판관도 3월 퇴임한다. 두 재판관의 임기 만료 전에 탄핵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후임 인사를 지명할 수 없다. 권한대행을 맡은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담당할 신임 재판관 후보자를 두고 여야가 쉽게 임명동의안 처리에 합의할 가능성도 낫다. 두 재판관의 후임이 결정되지 않으면 탄핵심판은 남은 재판관 7명이 결정하게 된다. 헌재의 심판 정족수는 7명이다. 재판관 중 1명만 빠져도 정족수 미달로 탄핵심판은 이뤄질 수 없다. 또 7명 중 2명만 반대해도 탄핵 결정은 이뤄지지 않는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여론 빼고 법·제도는 대통령에 유리 </font></font>

박 대통령의 변호인이 헌재에서 최순실씨 등의 재판 결과를 보고 탄핵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법에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같은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일 때에는 재판부가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헌재가 이 조항을 근거로 최씨 등의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탄핵심판을 미룰 가능성도 있다.

탄핵심판이 형사소송 절차를 준용하도록 한 것 역시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점이다. 형사소송 절차를 준용하면 민사소송 절차보다 증거 채택을 더 엄격한 기준으로 해야 한다. 범죄 혐의를 부인하는 박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따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에선 민사소송 절차가 준용됐다.

박 대통령의 시간 끌기는 임기를 마무리하는 2018년 2월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무리하는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 시간 동안 국정 공백으로 인한 혼란은 모두 국민의 몫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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