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드러나면서 ‘세월호 7시간’은 국정 왜곡·공백의 극단적 상징이 됐다. 탄핵소추 안에도 포함됐다. 사흘간의 국정조사에선 청와대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내놓은 그간의 해명이 ‘총체적 거짓말’이라는 의심을 살 만한 증언들이 나왔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기관보고와 청문회가 12월5~7일 열렸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세월호 7시간’의 박근혜 대통령 행적을 밝혀내려고 질문을 퍼부었다. ‘세월호 7시간’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드러나면서 국정 왜곡·공백의 극단적 상징이 되었다.
그 시간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오전 10시부터 서울종합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오후 5시15분까지의 약 7시간을 말한다. 당일 박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했다고 밝힌 청와대 참모는 아무도 없다.
‘관저 출입자 없음’ 청와대 거짓 해명 했나결과적으로 사흘간의 국정조사에서 ‘세월호 7시간’의 대통령 행적에 대해 새롭게 밝혀낸 건 없다. 하지만 청와대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내놓은 그간의 해명들이 총체적 거짓말이라는 의심을 살 만한 증언이 나왔다.
청와대 대통령경호실은 12월5일 기관보고에서 ‘참사 당일 대통령 관저에 방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다음날 는 참사 당일 서울 강남의 유명 미용사가 대통령 ‘올림머리’ 손질을 위해 방문한 사실을 보도했다. 청와대는 같은 날 뒤늦게 말을 바꿔 이를 인정했다.
하루 만에 바뀐 청와대 해명은 그동안 청와대가 내놓은 ‘세월호 7시간’ 동안의 대통령 지시·보고사항 내용과 시각의 진위마저 의심케 한다. 청와대는 지난 2년8개월 동안 지속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참사 당일 대통령 서면보고 방법에 대해 말을 계속 바꾸고 있다.
참사 당일 전후 ‘비선’ 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2월5일 대통령경호실 기관보고에서 대통령경호실이 ‘보안손님’에 대해선 인적사항을 묻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참사 당일 전후 ‘비선’들이 출입했더라도 대통령경호실은 애초에 그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하지 못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국정 왜곡과 공백 사태에 이어 청와대 해명조차 왜곡과 공백으로 점철되고 있다. 이영석 대통령경호실차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 출입자가 없었다고 최소 4차례 이상 강조했다. 아래는 12월5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경호실 기관보고 상황이다.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 “청와대 내부 근무자나 외부 방문객의 출입 여부는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맞습니까?”이영석 대통령경호실차장 “관저경호부는 출입인원에 대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 “당일 의무실 근무 신모 장교를 제외하고는 청와대 내부 근무자는 물론 외부인의 관저 방문이나 출입 사실은 없었다고 이해하는데 맞습니까?”
이영석 대통령경호실차장 “맞습니다.”
이영석 차장은 참사 당일 대통령 관저에 출입한 청와대 내부인과 외부인이 가글(구강청결제)을 부속실에 전달한 의무실 간호장교 외에는 없다고 못박아 말한 것이다.
하지만 이 설명은 하루 만에 거짓말이라는 의심을 사게 됐다. 는 12월6일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강남 유명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올림머리’를 하는 데 90분 이상을 허비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보도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실제 머리 손질에 소요된 시간은 총 20여 분”이라면서도 “(당일) 출입기록에 따르면 오후 3시20분경부터 약 1시간가량 청와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용사가 참사 당일 대통령 머리 손질을 하러 청와대에 들어왔다고 인정한 것이다.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관저에서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청와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참사 당일 대통령이 주로 관저에 머물렀다고 밝혔고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을 관저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했다고 볼 만한 해명이나 정황은 나온 적이 없다. 이영석 차장이 참사 당일 관저 출입기록에 대해 거짓으로 증언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다.
‘서면보고’ 방법 설명도 재차 번복청와대는 관저 출입기록을 2급 비밀이란 이유로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석연치 않은 해명의 진위와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의 행적을 투명하게 밝히는 데 있어 청와대 및 관저 출입기록은 필수적이다.
국정조사 특위는 이를 포함해 참사 당일 전후 부속실 및 관저 일지와 근무자 현황 기록도 요구하고 있다. 참사 당일 전후 관저 경호 담당자들의 증언도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열쇠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12월5일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에 경호를 담당한 경찰 20명 가운데 취임 뒤 경호실로 간 4명 중에는 2부속실 관저 담당 경호원 구순성 행정관이 있다”며 담당자를 구체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청와대 거짓 해명 정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참사 당일 대통령에게 올린 서면보고 방법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은 계속 바뀌었다.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2014년 7월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참사 당일 대통령 서면보고 방법에 대해 “팩스일 수도 있고 인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11월28일 베이징 특파원단과의 인터뷰에서 “관저면 관저, 집무실이면 집무실에 (서면보고를) 갖고 가는 사람이 따로 있다”며 ‘인편’으로 서면보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12월5일 국정조사 청와대 기관보고에서 강석훈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은 “청와대 시스템이 담당자가 보고서를 작성하면 수석비서관들이 일종의 확인을 한 다음에 담당자가 내부망 메일로 올리는 시스템이 돼 있다. 그 메일로 부속실로 송부했고 부속실에서 받아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메일’로 서면보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팩스 또는 인편→인편→메일’로 서면보고 방법에 대한 설명이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것이다. 청와대는 참사 당일 서면·유선보고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정조사 특위는 당일 보고한 기록들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록 관리의 공백도 드러났다. 대통령경호실이 출입자 인적사항을 원천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보안손님’이란 존재가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대통령경호실도 파악하지 못한 ‘비선’이 참사 당일 전후 관저에 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2월5일 이영석 차장은 ‘보안손님’의 존재를 인정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부속실에서 대통령이 원하는 누군가 중요한 사적 손님이 오면 부속실 직원이 나오고 청와대 경호실에서는 그 사람에 대해서 신체라든지 가지고 있는 소지품에 대해서 검문·검색을 한 다음에 들여보낸다, 대신 경호실에서는 그 사람의 인적사항을 굳이 묻거나 아니면 기록해놓지는 않는다, 이 얘기이신 거지요? 그게 보안손님의 정의지요?”이영석 대통령경호실차장 “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그 보안손님에 대해서는 어쨌든 검문·검색은 하기 때문에 경호실에서는 경호 역할을 다 했다는 거고, 다만 인적사항은 모른다는 거고, 그 인적사항을 알고 있는 것은 부속실 사람이라는 거고, 맞지요?”
이영석 대통령경호실차장 “맞습니다.”‘보안손님’은 경호실도 신상 파악 불가
대통령이 지목한 사적 손님인 ‘보안손님’은 출입시 부속실만 그의 인적사항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김경진 의원은 국회 의원실에서 이영석 차장이 보여준 보안손님 관련 기록 샘플 한 장을 언급했다.
“그 보안손님 기재와 관련된 것을 샘플을 하나 출력해서 저한테 보여주셨는데 그 샘플 중에 한 날짜, (2014년) 11월19일로 기록됩니다마는 거기 보면 ‘의료장비를 지참해서 오심’이라고 하는 기재가 있었던 내용을 봤습니다.”
구체적인 날짜와 지참물(의료장비)을 특정한 언급이었다. 청와대 의무실이 아닌 ‘비선’ 의료진이 관저로 드나든 정황이다. 이에 대해 이영석 차장은 “공개된 이런 장소에서 2급 비밀을 말한다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비밀누설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양해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계속된 질문에는 “그렇게 말씀드린 적 없다. 그 서류를 한번 봐야 할 것 같다”며 부인했다. 이선우 대통령경호실 의무실장도 비선 의료진인 ‘보안손님’이 출입해 진료했더라도 그 사실을 알 수 없다고 증언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보안손님의 형태로 부속실에 직접 들어가서 대통령을 진료하게 되면 청와대 의무실에서는 그 사실을 자동적으로 파악하게 됩니까, 아니면 파악을 못할 수도 있습니까?”이선우 대통령경호실 의무실장 “알려지지 않으면 알 수는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의료시술 의혹은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둘러싼 열쇳말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을 비선으로 진료했다고 의심받는 인물은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다.
김씨는 차움의원 출신으로 2013년 8월~2014년 2월 대통령 자문의를 맡았다. 그 뒤 녹십자 아이메드 원장을 했고 최근 사직했다. 박 대통령 초대 주치의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은 “김상만씨를 자문의로 추천하지도 않았고 청와대 안에서 보지도 못했다. 김씨가 밤에 청와대에 들어와 대통령을 독대 치료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구체적인 치료 내용은 모른다”고 는 11월15일 보도했다.
김씨는 11월11~14일 서울 강남구 보건소 차움의원 조사 당시 ‘2011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최순득·최순실 자매 이름으로 19차례 박 대통령 주사를 놓은 적이 있으며 그중 12차례는 취임 뒤 직접 청와대로 주사제를 가져가 박 대통령에게 본인 또는 간호장교가 주사를 놓았다’고 진술한 사실이 밝혀졌다. 또 2013년 9월2일에는 간호장교가 채취해온 박 대통령의 혈액을 차움의원에서 최순실씨 이름으로 검사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주치의도 모르는 사이 대통령을 치료하고, 2급 비밀인 대통령 혈액을 외부로 반출한 정황이다.
이선우 의무실장은 12월5일 “(2013년 9월2일 대통령 혈액검사) 과정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고 그 사실을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참사 당일인) 4월16일 (대통령) 진료가 없었다. 분명히 진료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국조특위, 부속실 기록·증언 확보해야하지만 그는 비선 의료진 같은 ‘보안손님’의 출입 사실을 알 도리가 없었다고 했다. 의혹을 풀 열쇠는 ‘보안손님’ 인적사항을 관리한 부속실 기록, 안봉근 대통령비서실 제2부속비서관 등 부속실 담당자, 김상만씨 등 당시 차움의원 관계자,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 등의 증언이다.
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미국 최고 의사’ 84살 김의신 “암에 좋은 음식 따로 없어, 그 대신…”
다 ‘내가 했다’는 명태균, 이번엔 “창원지검장 나 때문에 왔는데…”
“대통령 술친구 이긴 ‘김건희 파우치’…낙하산 사장 선임은 무효”
법원, KBS 박장범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기각
관저 유령건물 1년8개월 ‘감사 패싱’…“대통령실 감사방해죄 가능성”
이재명 ‘법카 유용’ 혐의도 ‘대북송금’ 재판부가 맡는다
핵탄두가 ‘주렁주렁’…푸틴이 쏜 ‘개암나무’ 신형 미사일 위력은
일상적 불심검문에 대학생·시민들 ‘불복종’…공권력 바꿨다
임영웅 ‘피케팅’ 대기 2만1578번 “선방”…‘광클 사회’ 괜찮나?
홍준표, 이재명 법카 기소에 “마이 묵었다 아이가? 그저 망신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