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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면 링거 맞고 쉬었다”는 ‘주4일제’ 대통령

2013년 3월∼2014년 4월 박근혜 대통령의 근무현황 분석, 평일 닷새 중 하루 쉬어

2014년 4월 수요일마다 ‘공식 일정 없는 평일’, 세월호 참사날도 애초엔 일정 비운 날
등록 2017-01-03 14:54 수정 2020-05-03 04:28

그날도 ‘자체 휴무일’이었을까. 은 2013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근무현황을 분석했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달까지 1년2개월의 근무현황이다.
평일만 놓고 보면, 총 304일 중 58일(19.1%)은 공식 일정이 없었다. 평일 닷새 중 하루는 쉰 것이다. 해외 순방 일정을 제외하고 국내에 머문 기간만 놓고 보면, ‘공식 일정 없는 평일’ 비중은 더 커진다. 총 269일 중 58일(21.6%)은 공식 일정이 없다.
박 대통령은 분석 기간인 1년2개월 동안 해외순방을 49일간 다녀왔다. 미국(2013년 5월6~10일·어린이날 국내 행사 참석 뒤 출국한 5월5일 제외), 중국(2013년 6월27~30일), 러시아·베트남(2013년 9월4~11일), 인도네시아(2013년 10월6~13일), 프랑스·영국·벨기에(2013년 11월2~9일), 인도·스위스(2014년 1월15~23일), 네덜란드·독일(2014년 3월23~29일)을 돌았다.
“피곤해해서 일정 비운 날이 공교롭게 그날”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5월5일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인 전용기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5월5일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인 전용기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은 다른 공식 일정이 있는 건 아닐까.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대통령 일정을 보면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국무회의, 업무보고, 오찬, 간담회, 국내외 인사 접견과 같은 일상적인 회의·미팅부터 한국시리즈 3차전 시구(2013년 10월27일), 갑오년 새해맞이 장병 격려 전화(2014년 1월1일), ‘문화가 있는 날’ 영화 관람(2014년 1월29일) 같은 소소한 일정까지 망라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복수의 전직 비서관들은 “대통령 공개 일정은 보통 (홈페이지에) 다 올린다”고 말했다.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과의 전화 통화에서 “참여정부에서는 갑자기 참모를 불러 보고받거나 회의를 잡는 경우를 제외하곤 모든 일정을 다 올렸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때 근무한 한 청와대 비서관은 과 통화에서 “청와대 수석들의 보고나 내부 회의를 제외하곤 보통 외부 방문이나 행사 등의 공개 일정은 다 올렸다”고 말했다. 즉, 청와대가 공개하지 않은 대통령의 일정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평일 닷새 중 하루는 공식 일정이 없는 대통령의 스케줄에 대해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원국 전 비서관은 “해외순방을 다녀와서 하루 정도 쉴 순 있어도 평일 가운데 20%를 쉰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때 한 청와대 비서관은 “박 대통령 스타일을 보면 (공식 일정으로 공개한) 회의를 하고 나서 추가 대면보고나 회의도 없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회의 일정만 있는 날에는 1~2개 (회의) 일정이 끝나면 추가 내부 회의나 대면보고 없이 쉰데다 평일 중 20%는 아예 일정이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공식 일정이 없는 날짜로 따지면 평일 중 20%를 쉰 것이지만 근무하지 않은 시간으로 따지면 그보다 더 큰 비중으로 쉬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이 1년2개월 동안 평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날을 요일별로 따져보면, 금요일이 가장 많다. 금요일(16일·26.2%), 수요일(14일·23%), 목요일(11일·18.3%), 월요일(10일·16.4%), 화요일(7일·11.5%) 순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대체로 일정을 잡지 않았다(97일·79.5%). 평균적으로 보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 내리 쉰 경우가 많았고, 나머지 평일 가운데도 수요일 무렵 쉬었다는 뜻이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2014년 4월에는 수요일이 모두 다섯 차례 있다. 이 시기 박 대통령은 매주 수요일마다 공식 일정이 없었다. 참사 당일인 4월16일 갑자기 결정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이 유일한 ‘수요일’ 공식 일정이다.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정호성(구속) 전 부속비서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에만 일정을 비웠을 뿐, 그 전후에는 정상 업무를 수행한 것처럼 말했다. 이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6년 12월26일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비공개 청문회’(이하 비공개 청문회) 수기록을 보면, 정 전 비서관은 “그 전주까지 일정이 꽉 차 있었는데 대통령이 피곤해해서 일정을 비운 것이 공교롭게 (세월호 참사) 그날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1주 전 수요일(4월9일)도, 2주 전 수요일(4월2일)도 공식 일정이 없었다.

4월16일 낮 12시 전후 미용사 급히 부른 정황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오른쪽)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016년 12월26일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비공개 청문회에 나와 앉아 있다. 서울남부구치소 제공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오른쪽)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016년 12월26일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비공개 청문회에 나와 앉아 있다. 서울남부구치소 제공

정 전 비서관은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고 밝힌 유일한 참모다. ‘세월호 7시간’은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종합 서면보고를 받은 오전 10시부터, 중대본을 방문해 외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오후 5시15분까지를 일컫는 말이다.

정 전 비서관은 비공개 청문회에서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을 관저에서 만나 대면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하기 직전인 당일 오후 2시 후반대(오후 3시에 가까운 시각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에 관저에 찾아가 뵈었다”고 말했다.

그가 설명한 경위는 이렇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전원 구조 소식을 듣고 다행이라고 여겼다. 오후 2시께 (전원 구조가 오보라는) 상황을 알고 여기저기 보고하고 중대본 방문 일정을 짰다. 대통령이 부르지 않았지만 대면보고를 하러 관저로 갔다.’

하지만 그는 국회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 대통령을 직접 봤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을 바꿨다. “대통령이 여성이고 (관저 안) 대통령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인터폰으로 보고했을 수도 있다”고 한 것이다. 그는 이어 “관저에 가서 중대본 가는 결정이 된 이후”에야 “(대통령 머리 손질을 위한) 미용사를 직접 불렀다”고 말했다. 미용사를 부른 시점이 오후 2~3시였다는 것이다.

그의 증언 취지는 청와대 해명과 같다. 청와대 부실 대응을 ‘오보’ 탓으로 돌리고 ‘오보’임을 확인한 뒤에야 뒤늦게 중대본 방문을 준비했다는 취지다. 정 전 비서관이 ‘미용사를 부른 시점’을 오후 2~3시로 특정한 점도 청와대 해명에 부합한다.

청와대는 2016년 12월6일 홈페이지를 통해 “(당일) 출입기록에 따르면 미용사들은 오후 3시20분경부터 약 1시간가량 청와대에 머물렀다”며 “실제 머리 손질에 소요된 시간은 총 20여 분”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 청담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미용사가 청와대로 출발한 시각은 오후 2~3시로 추산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당일 오전에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오전 11시23분 대통령에게 전화로 “미구조된 인원들은 실종 또는 선체 잔류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했다. 첫 오보 시각(11시1분) 22분 뒤의 일이다. 당시 청와대가 파악한 미구조 인원은 315명(오전 11시10분 기준)이었다. 청와대 상황실은 오전 11시10분부터 참사 현장 중계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제1140호 ‘박근혜는 315명 갇힌 사실 전화로 들었다’ 참조).

그날도 수액을 맞고 쉬었나

가 2016년 12월6일 ‘박 대통령, 세월호 가라앉을 때 올림머리 하느라 90분 날렸다’는 기사에서 언급한 청와대와 미용업계 관계자들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A미용실을 운영하는 정○○(56) 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낮 12시께 청와대로부터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해야 하니 급히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날 오후에는 예약 손님이 많았으나 예정에 없던 청와대 호출로 인해 미용실 직원들은 오후 예약을 모두 취소해야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오전에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낮 12시 전후 예정에 없던 박 대통령의 일정 수행을 위해 미용사를 급히 부른 정황이다.

정 전 비서관이 비공개 청문회에서 말한 내용 가운데 주목할 만한 대목은 “대통령이 피곤하면 링거를 맞으면서 쉬었다”는 발언이다. 정 전 비서관은 “(해외순방을 가면) 대통령이 피로가 누적돼서 3~4일이 지나면 꼭 수액을 맞았다. 국내에서도 피곤하면 링거 맞으면서 쉬는 게 (유일한) 쉬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앞서 “대통령이 피곤해하셔서 일정을 비운 것이 공교롭게 그날”이었다고 했다. 피곤해서 일정을 비운 박 대통령이 그날도 수액을 맞으며 쉬었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i>2016년 12월26일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비공개 청문회’ 수기록을 보면, 정호성 전 비서관은 “그 전주까지 일정이 꽉 차 있었는데 대통령이 피곤해해서 일정을 비운 것이 공교롭게 (세월호 참사) 그날이었다”고 말했다.</i>

박 대통령이 취임 뒤 종종 태반·백옥·감초 주사 등을 맞았다는 증언은 이전 청문회에서 나왔다.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는 “박 대통령에게 태반주사를 놓은 적이 있다”고 했고, 청와대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는 “처방이 있는 경우 박 대통령에게 태반·백옥·감초 주사 등을 놓은 적이 있다”고 했다.

태반·백옥·감초 주사 등은 ‘칵테일 주사’라는 이름으로 수액에 섞어 놓기도 한다. 피로 회복뿐만 아니라 안티에이징 또는 피부미용 효과도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비선’ 의료진으로 지목된 김상만 전 자문의와 김영재 성형외과 의원, 간호장교를 포함한 청와대 의무실 의료진 모두 참사 당일 대통령을 진료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을 진료한 또 다른 비선 의료진이 있을 가능성이 최근 제기됐다. 는 2016년 12월29일 ‘주사 아줌마’와 ‘기치료 아줌마’가 관저에 드나든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2013년 4~5월께 이영선 제2부속실 행정관이 정호성 당시 부속비서관에게 ‘주사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기치료 아줌마 들어가십니다’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4~5차례 보냈다”는 것이다.

앞서 김상만 전 자문의는 2016년 12월5일 국회 국정조사 청와대 기관보고 자리에서 “박 대통령에게 태반·백옥 주사제 등을 직접 건네주면서 주사 사용법을 자세히 써줬다”고 증언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전달받은 주사제를 누구에게 맞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청와대 공식 의료진과 ‘비선’ 의료진으로 지목받은 김상만 전 자문의, 김영재 의원이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을 진료한 적 없다고 밝혔지만, 제3의 비선 의료진이 진료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JTBC는 2014년 4월15일과 17일 박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대조해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피부 미용 시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2016년 12월27일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4월15일에 없던 왼쪽 턱 부위 주삿바늘과 멍 자국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4월17일엔 발견된다는 것이다. JTBC는 사진을 본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왼쪽 턱 부위) 주삿바늘 자국은 실리프팅 흔적일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정호성 문자메시지엔 ‘주사 아줌마’ ‘기치료 아줌마’

정 전 비서관은 1998년 박 대통령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최근까지 줄곧 정무·기획 분야를 맡아왔다. 그는 비공개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은 관저에 있어도 하루 종일 주로 서류 검토를 한다. 추측건대, 세월호 당일에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쉬는 시간엔 수액을 맞는 게 일이었던 대통령은 그날도 피곤해서 하루 일정을 비웠다’고 말한 그는 왜 참사 당일 대통령이 수액을 맞았을 것으로는 추측하지 않았을까. ‘주4일제’ 대통령이 평일 쉬는 날에 모종의 주사를 맞았다고 했을 때 국민들 반응을 먼저 추측해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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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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