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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총선 떨어지면…집에 가면 된다”

지지율 치솟는 부산 사상구의 문재인 현지 동행 취재… 문풍(文風)은 ‘안철수 신드롬’ 넘어 야권 유일 대안으로 떠오를까
등록 2012-03-02 14:47 수정 2020-05-03 04:26
» 한겨레21 정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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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1일 총선 투표함이 열릴 때 가장 많은 시선이 꽂힐 곳은 부산, 그중에서도 사상구다. ‘국회의원 문재인’의 탄생은 대선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후로 야권 통합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고, “부산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며 총선 출마라는 두 번째 문에 들어섰다. 그러는 사이 문재인의 지지율은 정치에서 한켠 비켜나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따라잡았다. 특히 사상을 중심으로 한 부산·울산·경남의 선거 결과는 1990년 3당 합당 이후 도저히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지역주의라는 벽을 깰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낙선하면?
문재인의 운명은 사상에 달렸다. 사상을 찾아 그를 만났다. “떨어지면 집에 가면 된다”는 그의 말은 쿨하기도 했고, 비장하기도 했다. 문재인을 바라보는 사상 주민들의 속내도 들어봤다._편집자
‘바보 문재인’은 없다커브가 없는 직구의 정치인 문재인 인터뷰… “부산 정치 지형 바꾸는 게 총선 승부처이자,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다”

문재인은 이상한 정치인이다. 싫으면 싫다고, 아니면 아니라고 답한다. 2월20일 오후 부산 사상구 엄궁동부터 학장동까지, 약 3km에 이르는 길을 걸으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면서도 그랬다. 상점과 거리를 돌며 유권자를 만나는 자리에선 그 일에만 집중한다. 기자는 안중에도 없다. “기자들이 계속 따라다니면 부담스럽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예”라는 단답형 답변이 돌아왔다. 그랬다. 그는 정말로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거짓말로라도 “아니요” 한마디 하면 될 텐데 그는 느낀대로 말하고, 말하는 것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 뜸을 들였다가 한마디 보탠다. “그래도 (이런 동행 취재를) 몇 번 해봐서 괜찮습니다.”

“우리가 잘하면 뛰어넘을 수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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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를 밀착 수행하고 있는 윤건영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문재인은 직구다. 커브가 없다. 기존 정치인들과 화법 자체가 다르고, 정치적 복선을 깔고 하는 이야기에 익숙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직구만 던지는 남자 문재인은 한사코 인터뷰를 마다했다. 한 명의 주민이라도 더 만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와 사상구 괘법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실에서 마주 앉았다.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6층 사무실이 아니라, 8층에 마련된 참모들과 후보 본인의 집무실이다. 책상에는 ‘특전사 3대대의 영원한 운명이십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화분이 놓여 있었다. 그가 공수병이자 폭파병으로 복무했던 부대가 특전사령부 예하 제1공수 특전여단 3대대였다. 당시 여단장이 전두환 준장, 대대장은 장세동 중령이었다는 사실은 그의 저서 을 통해 잘 알려진 이야기다.

당선 가능성을 몇%로 보고 있나?
“모르겠다. 내가 대답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출마 선언 전에 비례대표로 나서라는 의견, 출마하지 않고 영남 지역 선거 지원 활동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 지역구에 직접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정치를 하지 말라는 의견도 있었다.”

많은 선택지 가운데 지역구 출마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부산의 정치 지형을 바꾸는 게 바로 총선의 승부처이자, 야권이 대선에 이길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인이 직접 출마하는 것이 그런 길로 가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 건가?
“부산이 이제는 가능할 수 있는 상황에 왔다고 생각한다. 부산의 민심이 많이 달라졌다. 여전히 벽이 높긴 하지만 절대 못 넘을 벽은 아니고, 우리가 잘하면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됐다. 이제는 우리가 좀더 온몸을 내던져 부산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게 필요하다. 내가 좀더 앞장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후보들의 선거를) 돕는 정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

지역 유권자의 처지에선 어떨까. 문 후보가 당선된다면, 사상구 주민들에게는 좋은 일일까?
“사상구는 동(東)부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어 주민들의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다. 사상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사상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FTA보다 중요한 쟁점 많아”

일부 지역 주민들이나 새누리당 쪽에서는 “문재인이 당선되면 (대선에 출마해) 보궐선거를 또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것도 내가 답할 게 아닌 것 같다. 나는 지금 국회의원 선거를 열심히 하는 중이다. 만일 그런 일(대선 출마)이 실제로 생긴다면, 사상을 위해서는 선거 한 번 더 치르는 것보다 몇배, 몇십배, 몇백배로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남이 해야 할 소리인데….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민주통합당 후보에게만 하더라. 문재인은 사상에 연고가 없지 않느냐고 하고, (북·강서을에 출마한) 문성근 최고위원도 그 지역과 무슨 상관이냐는 얘기를 듣는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홍준표 검토해, 정몽준 검토해…. 그건 이쪽(민주당)에만 하는 소리다.”

부당하다는 건가?
“부당하다. 결국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냥 반대하기 위해 펴는 논리 아닌가.”

부산에서 야권 후보 중 몇 명이 당선되면 승리라고 할 수 있겠나?
“단 한 명만 되어도 장한 일이다. 변화만, 과거보다 조금만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면 장한 거다.”

18대 총선 때 조경태 의원이 당선이 됐다.
“그것보다 조금 더 하기만 하면, 그만한 큰 발전을 한 거다.”

문 후보만 당선되고 다른 후보들이 떨어지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평가는 국민이 할 것이다. 우리가 부산의 정치 지형이 바뀔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성공한 거다. 그게 몇 석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총선에서 주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아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쟁점이 될까? 수많은 쟁점 중 하나일 것이다.”

선거 판세를 좌우할 만한 쟁점은 아니라는 것인가?
“한-미 FTA는 하나의 정책이다. 그보다 중요한 정책이 얼마든지 많다. 대한민국의 복지 확대, 경제민주화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당론을 따를 뿐 아니라 입장도 같다.”

폐기하자는 건가, 재협상하자는 건가? 민주당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협상을 통해 독소 조항을 삭제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의 입장은 명료하다. 전면 폐기를 주장하는 분도 있고 개별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당론은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폐기한다는 것이다. 거기(폐기)에 방점이 있는 건 아니다.”

“선거 많이 치렀지만 이런 분위기 처음”

김두관 경남지사가 “옛날 기준으로 보면 문재인은 대통령감이 아니다”라고 말한 보도가 나왔다.
“그렇게 말했는지 잘 모르겠다. 누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나? 김 지사는 ‘인터뷰한 적 없고,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완전히 소설을 쓴 거다, 말도 안 된다,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하더라.”

그 말 자체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 같다.
“어쨌든 (김 지사가) 말을 안 했다는 것이고, 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의도를 모르니까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구체적인 지역 공약은 뭐가 있나?
“기다려달라. 갖고 있다가 탁 내놔야지. 사상구 차원의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그다음 낙동강 벨트 차원의 정책 공약을 해당 지역 후보들이 같이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단계로 부산시 차원의 정책 공약도 함께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다면?
“집에 가면 된다.”

떨어지는 경우는 생각하지 않나?
“모르겠는데, 어쨌든 나는 집에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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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사상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체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됨됨이’를 높게 평가했다. 사인 요청이 빗발치고 사진을 찍자는 주민도 많았다. 장인수 구의원은 “역대 수많은 선거를 해봤고 또 지켜봤지만,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 부산 사상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체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됨됨이’를 높게 평가했다. 사인 요청이 빗발치고 사진을 찍자는 주민도 많았다. 장인수 구의원은 “역대 수많은 선거를 해봤고 또 지켜봤지만,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바람이 다르다.” 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 후보로 출마한 문재인 캠프의 선거 초반 슬로건이다. ‘노무현의 카피라이터’로 잘 알려진 정철씨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함께 만든 문구다. 문재인 캠프에서 가장 먼저 내걸었고, 이후 부산의 다른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사용하고 있다.

바람이 다르다? 무엇과 비교해서 다른가. 우선 지역의 분위기다. 이호철 전 수석은 “20년 동안 곪아터진 한나라당의 독재에 사람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다. 바닥에서부터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 대구·경북(TK)과 비교한 상대적 박탈감뿐 아니라, 변화에 대한 열망 자체가 민심의 저변에 흐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변화는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18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사상에서 아예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가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사상에서 3선을 지낸 권철현 전 주일대사(53.6% 대 26.7%),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되던 홍준표 전 대표(52.7% 대 24.9%)를 모두 더블스코어 차이로 따돌리는 기염을 토했다. 앞서 보도된 여론조사(문재인 42.3%, 권철현 34.7%)보다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문 후보의 선거를 지원하고 있는 장인수 도의원은 “역대 수많은 선거를 해봤고 또 지켜봤지만,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느낌”

현재의 ‘문풍’(文風)은 부산 지역에 출마했지만 당선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과거의 사례, 어쩌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것과도 결이 다르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0년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서울 종로를 버리고 부산 출마를 선택해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엔 도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요컨대 ‘바보 문재인’은 없다는 이야기다.

사상에서의 이번 선거는 대선 국면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문 후보는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야권 1·2위를 다투고 있다. 본인뿐 아니라 부산의 다른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쾌거를 이룬다면 문재인 후보는 단숨에 유력한 야권의 대안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문재인 바람’이 ‘안철수 신드롬’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반대의 경우 야권은 다시 ‘문재인의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최근에는 김두관 지사의 발언도 논란을 빚고 있다.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발언이 화근이었다. 에 따르면, 김 지사는 “제가 경험한 문 이사장은 예전 기준으로 보면 대통령감은 아니죠. 새로운 리더십으로서 문 이사장이 주목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세력과 사람이 붙어야 (대권 도전이) 가능할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 주변 인사 이외에 다른 세력도 필요하죠”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김 지사는 “사석에서 한 말이고, 앞뒤 맥락을 잘라낸 악의적 보도”라고 해명하는 한편 문재인 후보 쪽에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으니 양해해달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문 후보 쪽은 일단 개의치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캠프 내부에선 ‘문재인 바람’에 부담을 느낀 김 지사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호철 전 수석은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떨어지면 집에 가면 된다는 건 말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문재인이 출마하고 도전했다는 의미만을 부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에요.”

그래서일까. 사상의 선거는 다른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이 아닌, 문재인과 박근혜의 대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야 지도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사상을 포함해 영남 지역에서 가장 먼저 40명의 1차 공천자를 발표했고, 새누리당은 첫 공천 심사 지역으로 부산을 택한 데 이어 아예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2월24일 부산을 직접 방문했다. 이 전 수석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문재인 대 박근혜의 싸움으로 가고 있다”며 “사상에는 박근혜 위원장이 몇 번을 와도 해볼 만한데 뿌리가 상대적으로 약한 다른 지역은 흔들릴 수 있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문 후보가 최근 트위터를 통해 정수장학회와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투표 용지 1번과 2번 사이의 간격이 2cm인데, 부산에서는 이 2cm의 변화가 너무나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마찬가지로 호남에서 아주 괜찮은 새누리당 후보가 출마한다면, 그 역시 2번에서 1번으로의 2cm가 너무나 멀게 느껴질 겁니다. 아직도 겁나고 두려워요.” -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부산에서 5~6석 획득이 목표”

문재인 후보 본인을 비롯해 참모들의 시선은 사상뿐 아니라 부산·경남의 다른 지역을 아우르고 있었다. 공약도 지역발전 중심의 ‘사상 공약’, 문성근 최고위원(북·강서을),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부산진을), 김영춘 전 최고위원(부산진갑) 등의 출마 지역을 아우르는 ‘낙동강 벨트 공약’, 그리고 범부산권을 겨냥한 ‘부산 공약’의 차원에서 각각 준비하고 있다. 이호철 전 수석은 “낙동강벨트라고 명명한 이유 중 하나는 저들의 폭격을 분산시키자는 것”이라며 “지금 고민은 낙동강 벨트를 부산·울산·경남까지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재인 후보도 거리를 누비며 덕포에 산다는 주민에게는 “전재수 잘 봐주세요”, 진구에 거주하는 주민에게는 “김영춘·김정길 잘 부탁합니다”라며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었다. 자원봉사자 조직도 부산·경남 일대를 아우르는 것으로 구성했다. 자발적으로 합류한 ‘낙동강 서포터즈’는 400여 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모두 18석인 부산 지역에서 몇 석의 야당 의석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일까. YTN에서 해직된 뒤 기자협회장을 지내고 최근 캠프에 합류한 우장균씨는 “부산 지역에서 최소 3석, 나아가 5~6석을 획득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참모들도 ’5석’을 내심 목표치로 상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은 일대일로 주민들과 만나는 활동에 전념하고 있어요. 우선 사상에서 밀착도를 높이자는 것이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인접한 다른 지역을 다니며 ‘문재인 바람’을 확산시키고, 다시 그 바람이 사상으로 불 수 있도록 하는 전략입니다.”

문 후보는 매일 낮 1시간가량 선거사무실에서 주민들과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 찾아오는 모든 주민을 직접 만나겠다는 후보의 뜻이 작용했다. 사무실 입구부터 “오늘의 문재인 Time 1:40~2:30”이라는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2월20일 낮에는 60여 명의 주민이 사무실을 찾았다. 문 후보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는 테이블을 순서대로 돌며 인사를 나눴다. “분위기 좋은 것 같습니까? (박수) 예비후보 등록한 지 한 달하고 20일 정도 되었습니다. 열심히 해왔고, 또 보람이 있어서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 저쪽(새누리당)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고, 정비가 안 된 상태지요. 정몽준씨 이야기도 나오고…. 저쪽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먼저 깃발을 세웠는데, 지금 나쁘지 않다고 안도할 일은 아닙니다. 민심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주민들 사이에 ‘무조건 1번’이라는 분위기가 남아 있습니다. 하나만 더 욕심을 부리자면, 저 말고도 (부산에서) 몇 사람 더 당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부산 정치가 바뀌고, 대한민국 정치가 바뀌고, 그런 분위기가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후보들도 많이 도와주십시오.” 박수가 터져나왔다.

» 문재인 후보 쪽은 이번 선거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선 “당선 가능성은 51 대 49”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 문재인 후보 쪽은 이번 선거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선 “당선 가능성은 51 대 49”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선 가능성 “51 대 49” 또는 “반반”

사무실을 찾은 주민 중에는 새누리당 당원도 있었다. “당원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42살 이도현씨는 “여야 정치권에 갈등이 많은데, 정치권이 각각 자기 주장만 하지 않고 입장을 조금씩 모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후보는 “과거 타도의 시대를 넘어 생각이 달라도 공존할 수 있는 세상으로 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큰 기조는 개혁과 통합을 아울러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참여정부 동안 다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예 상대를 짓밟아서 재기 불능으로 만들 정도로 적대적이지요. 이렇게 적대적인 우리 사회의 구조와 제도를 보듬어 극복하는 게 큰 과제입니다. 그게 안 되니까 상대방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모두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사무실 벽에는 ‘D-51. 마 함 해보입시더’라는 알림판을 부착했다. 시민들이 작성한 지지 문구가 수백 장의 노란 쪽지에 담겨 사무실 벽을 수놓고 있었다. 캠프 관계자들에게 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묻자 “반반”이라는 반응과 “51 대 49”라는 반응이 섞여 되돌아왔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선에서 출마한 2000년 총선에서는 20%포인트 이상 앞서던 지지율이 막판에 뒤집혔다. 이호철 전 수석은 “여전히 두렵다”고 토로한다. “투표 용지 1번과 2번 사이의 간격이 2cm인데, 부산에서는 이 2cm의 변화가 너무나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마찬가지로 호남에서 아주 괜찮은 새누리당 후보가 출마한다면, 그 역시 2번에서 1번으로의 2cm가 너무나 멀게 느껴질 겁니다. 아직도 겁나고 두려워요.”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은 피난민의 아들로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고 부산 영도에서 자란 문 후보가 지역에 연고가 없을 뿐 아니라 대선에 출마하면 또 국회의원 선거를 해야 한다며 공격한다. 하지만 문 후보는 “그런 일(대선 출마)이 실제로 생긴다면, 사상을 위해서는 선거 한 번 더 치르는 것보다 몇배, 몇십배, 몇백배로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며, 그쪽이 지역발전에도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변호사’ 시절 사상구 공장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대목도 자주 언급된다. “문 후보가 한 문구점에 들어갔더니, 주인 아주머니 아들이 부산대 83학번 운동권 출신인데 문재인 변호사 덕에 감옥에서 풀려났다며 갑자기 울어버리는 거예요. 많은 주민들이 사상에서 큰 정치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나왔다는 점을 즐기고 있다고 봅니다.”(한 참모)



“민심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주민들 사이에 ‘무조건 1번’이라는 분위기가 남아 있습니다. 하나만 더 욕심을 부리자면, 저 말고도 (부산에서) 몇 사람 더 당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부산 정치가 바뀌고, 대한민국 정치가 바뀌고, 그런 분위기가 또 다음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후보들도 많이 도와주십시오.”
- 문재인 후보

총선 결과가 문재인 성적표

이번 총선에서 갈릴 문재인의 운명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저서 말미에 이렇게 썼다. “그(노무현 전 대통령)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이번 총선은 문재인이 내놓은, 아니 앞으로 내놓을 숙제의 성적표가 될 것이다.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문 후보의 부인 김정숙씨에게 남편의 선택에 대한 소회를 물었다. “지금이라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어요. 하지만 정치를 한다고 해서 내가 수십 년 동안 알아왔던 사람,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래서 괜찮습니다.”

부산=글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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