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5일 저녁, 인천시교육청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 특수교사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10월2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천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그와 동료였다는 한 젊은 교사는 분향소에 도착하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며 다른 교사에게 쓰러지듯 안겼다. 100여 명의 교사는 헌화한 뒤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교육청을 에워싸고 길게 줄지어 섰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대책회의를 하는 동안 교사들은 차가운 교육청 로비 바닥에 앉아 차례로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법정 기준인 6명을 넘긴) 9명 반을 맡은 적이 있는데 기간제 교사를 한 명 주셨어요. 근데 그분이 너무 힘드니까 한 달 일하고 그만두셨어요. 공고를 올려도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서 1년을 혼자 일했어요. (행정업무도 많아) 1년에 올린 기안 개수가 몇 개인지 세봤더니 200개가 넘더라고요. 학급 증설을 요청했는데, 학교엔 거의 이용하지 않는 특별실이 많았는데도 남는 교실이 없다는 이유로 증설이 안 됐습니다.”(ㅇ학교 특수교사)
“저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9명을 가르치고 있고, 옆 반 선생님은 8명을 맡고 있습니다. 1학기 때 학급 증설을 요청했는데 오늘에야 허락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전까지 학교 관리자들은 ‘밀집된 아이들은 졸업하면 과밀해소 될 텐데 왜 증설해야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버티라’는 자세가 너무나 불합리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ㅁ초등학교 특수교사)
숨진 인천의 특수교사는 결혼을 앞둔 4년차 교사였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의 설명을 보면, 이 교사는 법정 정원을 초과한 과밀학급을 맡았고, 학급엔 중증 특수교육 대상자도 다수 있어 업무를 혼자 감당하기 힘든 상태였으며, 교육청에 특수교사 추가 배치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저도 저희 반 정원 6명을 넘어선 8명의 학생을 맡은 적이 있어요. (일반학급에서 생활하지만 장애가 있는) 완전통합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아예 배치 기준이 없어서 8명이 배치됐는데, 그럼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총 16명이었던 거예요. 매일 초과근무를 하면서 병이 생겼을 정도여서 교육청에 호소공문을 보내고 감사실 문까지 두드렸는데 소용없었어요. 그 당시 캄캄한 절벽 앞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이건 죽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되는구나’ 생각했어요.”(김아무개 서울 ㄱ중학교 특수교사)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은 장애 종류·정도가 달라 한 반에 있더라도 개별화 교육이 필요하다. 독립적인 특수교육반을 운영하기 위한 부수적인 인력관리·행정업무도 많아 특수교육반은 ‘학교 안의 또 하나의 학교’로 불린다. 이 때문에 특수교육법이 정한 학급당 정원(초등학교 6명)을 준수하는 것이 일반학급보다 훨씬 더 중요하지만, 고인이 된 교사는 정원을 넘긴 8명을 맡아야 했고, 완전통합 특수교육 대상 학생 4명도 추가로 관리했다. 조사된 카카오톡 등을 보면, 아파트 단지 안에서 등교 지도를 하는 등 가욋일까지 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아무개 교사는 “특수교사에겐 그림자 노동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통합반 학생들도 시각·청각·지체 등 장애가 다양한데 이 아이들의 안전부터 편의시설 이용 문제까지 다 특수교사가 관여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 학생들에 대해선 배치기준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특수교육반이 아닌 일반학급에서 생활하는 학생이라 할지라도 ‘개별화 교육계획’을 짜는 일, 다른 교사들과의 협의, 활동지원사 시간별 배치 및 지시, 장애 특성에 맞는 수행평가 조정, 보조인력 결근 때 대책 수립 등 모든 자잘한 업무가 특수교사의 몫이라는 것이다. 이는 학교 관리자와 담임교사, 일반 과목 교사들이 대체로 장애학생 교육을 ‘특수교사의 일’로만 생각하는 학교 분위기 탓이 크다고 특수교사들은 말했다.
이에 “모든 아이들에겐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헌법 제31조에 기반한 공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교육부·교육청의 소극적 지원은 교육 현장에서 학부모·교사 간 갈등을 키우고 있었다.
예를 들면, 서울 ㄱ중학교 김아무개 특수교사는 과밀학급을 맡았을 때 한 학부모로부터 신고를 당했다는 교육청 연락을 받았다. 지체장애 학생 학부모에게서 입학 문의 전화가 왔을 때 “이미 과밀이라 휠체어를 탄 학생이 한 명 더 들어오면 안전의 위험이 있다”고 답한 일 때문이다. 교사는 더는 학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를 모를 수밖에 없는 학부모는 ‘돌려서 거절했다’며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만들어낸 구조가 교사와 학부모 모두를 ‘가해자’로 만든 것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특수교육통계를 보면,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지난 10년 새 크게 증가했다. 2014년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8만7278명이었는데, 2024년엔 11만5610명으로 32.5% 늘었다. 그에 반해 학급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특수교육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특수교육 과밀학급은 2024년 1822학급으로 전체 학급 수(1만8552개)의 10.1%에 달한다.
학교 현장에선 특수교사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하지만 교육청, 교육부, 행정안전부의 태도는 온도 차가 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가 법정 기준을 1명만 넘겨도 과밀학급인데, 지금 인천에 1명 이상 넘긴 학교가 195개 학급이나 있다. (여기에 교사를) 다 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특수교육과 정교사를 더 뽑아 배치할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교사를 뽑는 문제는 교육부에서 정하는 것이지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수교사는 해마다 늘리고 있지만 학생이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저희는 (교사 정원을) 항상 많이 달라고 하지만 행안부는 전체 국가공무원을 관리하다보니 학생교육이 우선인 저희와 달리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다른 분야에 비해 최대한 노력해서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더 늘어날 것이고, 또 늘어나야만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 비율은 전체 학생의 약 2% 수준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특수교육 대상자 비율(미국 15%, 스웨덴 13%, 영국 12%, 일본 6.5% 등)에 견줘 현저히 낮다. “한국의 특별교육 대상 인구는 OECD 중 최저다. 이는 한국이 다양한 학생들에 대한 맞춤교육, 포용교육, 개별지원교육을 가장 안 하고 있다는 증거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도 과거 우리나라처럼 특수교육 대상 학생 비율이 1%대 수준이었는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학습장애·다문화 등 다양한 학생들을 포용해 개별 지원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특수교육을 추진하면서 그 비중이 늘어났다.” 지석연 대한작업치료사협회 서울지부장의 설명이다.
교육 현장의 특수교육에 대한 지원 부족은, 특수교육을 보조하는 역할인 특수교육실무사·자원봉사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동학대로 처벌받은 특수교육실무사 이아무개씨의 이야기가 그 사례다. 이씨는 2018년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자폐 장애가 있는 학생이 도전행동을 하자 팔을 뒤로 꺾어 엎드리게 한 채로 제압하는 등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예방 강의를 수강했다. 대법원까지 간 오랜 소송으로 그는 일자리를 잃었고, 소송비용으로 고금리의 대출까지 떠안게 됐으며, 다량의 우울증약을 복용하게 됐다.
아동학대처벌법 제7조는 어린이집·유치원 종사자, 학교 교직원, 아동권리보장원 등 각종 지원 시설 종사자가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된 경우 즉시 신고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런 신고 의무자가 자신이 보호하는 아동을 학대하면 형량을 절반까지 가중해 처벌하도록 한다. 대법원은 이씨가 가중처벌 대상이라고 봤다. 학교 관계자도 “당시 학부모와 학생이 고통을 받았다. 아이가 다른 특수교육 대상 학생보다 교육이 쉽지 않은 장애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해당 특수교육실무사와 분리된 이후 학교생활을 잘 이어나갔다. 그 상황은 분명 아동학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씨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기엔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 이씨는 사건이 일어난 교실에서 당시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았던 교사가 올 때까지 몇 분간 아이를 강제로 누르고 있었다. 그에겐 교육 권한이 없어 교사의 지시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둘째, 통합교육을 위한 학급에서 장애가 있는 학생에게 관심을 갖는 건 왜 특수교육실무사뿐이었느냐는 점이다. 그 교실에 있었던 다른 과목 교사와 친구들은 왜 극단적 상황 전 개입하지 않았을까. 셋째, 교육부·교육청은 애초에 왜 특수교육 보조 인력에 대한 체계적 교육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이씨는 “과거에 돌보던 아이가 잠깐 안 본 새 학교에서 뛰쳐나가 대로변 벤치에 혼자 앉은 채로 발견된 적이 있다. 그때 가슴이 철렁했다. 학부모·학교는 난리가 났다”며 “그런데 뛰쳐나가려는 아이를 실무사가 강제로 힘으로 제압해 붙잡고 있으면 이 행동도 아동학대로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특히 이씨는 특수교육에 대한 관점 자체가 특수교사·학부모와 크게 달랐지만 이를 조율할 시스템이 부재했다. 이씨는 그 자신도 2급 지적장애 아들을 키운 학부모였는데 ‘끝없는 노력 끝에 아들을 대학원까지 보냈다’는 데 자부심이 강했다. 그래서 특수교육의 목적이 ‘사회와 통합되는 것’에 있다고 봤고, 이를 위해선 도전행동에 대해선 강한 제어를, 긍정행동에 대해선 격려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런 이씨에게 ‘장애아동의 특성에 맞는 개별화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해준 이는 없었다.
교육당국이 특수교육 보조 인력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발생한 문제는 이씨 사례만이 아니다. 제주에서 특수교육 보조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ㅎ씨는 자신이 일하는 동안 “특수아동들을 아무런 전문 교육도 받지 않은 자원봉사자에게 그냥 방치해놓는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은 간명하다. “법을 준수해달라”는 것이다. 교사들은 인천 특수교사 추모 집회에서 ‘법에 정해진 대로 학급당 정원을 배정해달라’ ‘법정 정원을 넘어서면 학급을 증설하고 교사를 증원해달라’고 외쳤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요구사항도 간명하다. “장애학생도 교육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비장애 아이에겐 당연한 ‘입학의 권리’가 장애 아이들에겐 왜 당연하지 않으냐는 물음이다.
장애아동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보면 ‘우리 아이도 맘 졸이지 않고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으면’이라는 걱정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 2024년 8월 경기도에 사는 한 학부모가 “저희 시에는 특수학교가 없습니다. 6년 뒤 아이가 중학교에 갈 때는 (상황이) 나아질까요”라고 질문하는 글이 눈에 띄었다. 이 질문에 대한 댓글들은 다음과 같았다.
“신도시도 과밀 제외하고는 한 학년에 한두 반인 곳도 많은데, ‘폐교 위기 학교’를 살려서 우리 아이들 교육을 해주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겠죠?”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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