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산업화 상징 울산 공업탑, 철거 갈림길에 서다

노면전차 노선 결정에 따라 철거 또는 이전 결정될 예정
등록 2024-09-07 09:26 수정 2024-09-11 15:01
울산 공업탑. 울산시 제공

울산 공업탑. 울산시 제공


울산 공업탑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산업도시의 상징물이다. 이 탑을 에워싼 공업탑로터리는 큰 도로 5개가 만나는 울산의 대표적인 교통 요충지이자, 운전하기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울산 공업탑이 57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7년 세워

공업탑은 1967년 4월 건립됐다. 1962년 조성한 울산공업센터를 기념하고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이 성공하길 바라는 의미가 담겼다. 높이 25m 탑 위에는 월계수잎과 톱니바퀴로 장식된 지구본이 있고, 탑 앞뒤로는 남성군상과 여성상이 있다. 탑 아래에는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치사문과 지정선언문, 건립 취지문 등이 새겨져 있다.

울산 공업탑 아래 비문으로 새겨진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치사문.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썼다. 울산시 제공

울산 공업탑 아래 비문으로 새겨진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치사문.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썼다. 울산시 제공


‘국가재건최고회의의장 육군대장 박정희’가 1962년 2월3일 작성한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치사문에는 “사천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숙원의 부귀를 마련하기 위하여 우리는 이곳 울산을 찾아 여기에 신공업 도시를 건설”한다고 쓰여 있다.

산업수도 울산은 1997년 광역시 승격을 거치며 급격히 성장했다. 도심은 넓어졌고 그만큼 자동차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도시 성장의 부작용으로 교통체증이 심해졌고, 이때만 해도 ‘무신호 자유순환형’이던 로터리를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때마다 울산시는 ‘공업탑 보존’을 선택했다. 2000년 7월 로터리 내부에 신호체계를 도입했고, 2010년에는 탑을 보수하고 비문을 복원했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도시의 상징성 등을 이유로 ‘영구 보존’을 목표로 밝히기도 했다.

울산 공업탑 야경. 울산시 제공

울산 공업탑 야경. 울산시 제공


50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공업탑의 운명을 흔드는 건 울산의 새 교통수단으로 추진되는 노면전차(트램)다. 태화강역과 신복교차로를 잇는 길이 11㎞의 도시철도 1호선이 공업탑 구간을 지나기 때문이다. 도시철도 1호선은 2029년 초 개통을 목표로 2024년 말 기본·실시설계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울산시는 사전 교통체계 효율화 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도시철도 1호선 공사 과정과 개통 이후 예상되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회도로, 교통신호 등을 분석하는 용역이다. 특히 도시철도가 공업탑로터리를 지날 때 미치는 교통 영향 분석도 이뤄진다. 원형교차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와 평면교차로로 전환할 경우로 나눠 교통 혼잡도 등을 비교할 계획이다. 이 결과는 2024년 11월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경술 울산시 교통국장은 “전문가 용역을 통해 원형교차로를 유지했을 때와 평면교차로로 전환했을 때의 장단점, 교통 영향 등을 분석해 더 나은 방안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만약 평면교차로 전환이 결정되면, 이후에 공업탑을 완전 철거할지 다른 곳으로 이전할지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2023년 원형교차로인 신복로터리를 신복오거리로 전환하면서 제2공업탑을 철거했다. 울산시 제공

울산시는 2023년 원형교차로인 신복로터리를 신복오거리로 전환하면서 제2공업탑을 철거했다. 울산시 제공


제2공업탑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공업탑과 함께 울산의 또 다른 산업화 상징물이었던 제2공업탑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도로 체계 개선으로 원형교차로를 오거리로 평면화하면서 신복로터리 한가운데 있던 제2공업탑이 철거됐다. 1973년 현대건설이 울산고속도로 준공을 기념해 설치한 이 탑은 ‘유신탑’으로도 불렸다.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콘크리트 재질의 높이 32m 탑을 이전하려면 적잖은 예산이 드는데다 공업탑에 견줘 상징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울산=주성미 한겨레 기자 smoody@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