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15일 오전 10시50분, 인천 팔미도 해상에 대한민국의 마라도함, 미국 해군 아메리카함, 캐나다 해군 밴쿠버함 등 여러 척의 군함과 해경 함정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남해함과 강경함이 해상 물체 탐색 장비 소나를 활용해 해상에 설치된 기뢰를 폭파하는 작전을 펼쳤고 왕건함과 경남함은 함포 지원을 했습니다. 상륙 작전 준비가 끝나자 해군 특수전전단 대원을 태운 고속단정을 시작으로 해병대 침투용 고무보트, 돌격용 장갑차가 팔미도를 향해 돌격했습니다. 하늘에는 해군의 해상작전 헬기와 해병대의 상륙기동 헬기가 공중 지원을 했습니다. 대한민국 해군과 인천시가 인천상륙작전 73주년을 맞아 진행한 상륙작전 재현 행사 모습입니다.
인천상륙작전 전승 행사는 그동안 간소하게 치러졌습니다. 하지만 2022년 유정복 인천시장이 취임하면서 인천상륙작전 전승 행사를 국제적 행사로 확대하는 계획이 추진됐습니다. 당시 인천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9·15 인천상륙작전 전승 행사를 프랑스 노르망디상륙작전 행사에 버금가는 대규모 행사로 확대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 유정복 인천시장은 노르망디로 직접 출장을 떠났고, 2023년 5월에는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 범시민추진협의회’가 발족했습니다. 이후 인천시는 9월14∼19일을 인천상륙작전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국비 19억8천만원, 시비 7억5700만원 등 모두 27억3700만원을 들여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상륙작전 재현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해 직접 행사를 주관했습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재현행사 당일 오후 6시 송도국제도시 오크우드호텔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국 주요 인사 초청행사’에서 “인천상륙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 전황을 뒤집었던 노르망디상륙작전에 견줄 수 있는 세계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오후 6·15인천본부 인천자주평화연대 노동희망발전소 주관으로 열린 ‘인천과 한국 사회 인천상륙작전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라는 학술 심포지엄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성재 6·15인천본부 상임공동대표는 토론문을 통해 “노르망디상륙작전은 반파시스트 연합과 파시스트 세력 간 전쟁, 인천상륙작전은 자본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 간 이념전쟁이자 냉전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며 “유럽에서 그날의 기억을 그대로, 참상도 남김없이, 유럽 평화의 의미를 부여해 노르망디상륙작전을 기억한다. 인천시도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번 전승 행사 속에서 인천상륙작전의 어두운 면을 기억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인천상륙작전 중 미군의 폭격 등에 의해 희생된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식이 열렸고, 이 자리에 유정복 인천시장은 물론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 군 고위 장성이 참석했습니다.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 추모식에 해군참모총장과 해병대 사령관 등 군 고위 장성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천시가 인천상륙작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기억할지 지켜보겠습니다.
인천=글·사진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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