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수 선임기자
“미국에서 추진하는 학자금 부채 탕감 정책은 ‘투자’로 보는 게 맞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예요.”
2022년 10월27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우 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2018~2021년)의 말이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인당 최대 1만달러(약 1330만원) 학자금대출을 탕감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뭔가 대책 강구가 필요한 문제였다”고 말했다. “미국 학자금대출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몇 년 전에도 미국 학자금대출 연체율이 14%였어요. 우리나라는 2%대(2021년 기준)니까 훨씬 심하죠.”
이정우 전 이사장은 ‘소득분배론’을 연구한 경제학자(경북대 명예교수)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저소득층 학생 지원에 집중했다. 한국장학재단은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고등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설립 취지에 맞춰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생활비대출 등 다양한 사업을 운용한다.
경제적 여건에서 비롯한 교육 불평등, 이로 인한 빈부격차 악화에 관심이 많은 그는 경북대 교수일 때 불과 5점 차이로 성적장학금을 못 받게 된 저소득층의 뛰어난 학생을 위해 학교와 싸우기도 했다. “교육경제학에서 ‘장학금’을 누구에게 줘야 하느냐, 그런 연구가 있어요. 메리트베이스트(Merit-based·성적장학금)가 맞느냐 니드베이스트(Need-based·저소득층장학금)가 맞느냐. 장학금은 니드베이스트가 맞아요. 실제로 미국 장학금은 가난한 학생 위주로 줍니다. 성적은 별로 안 봐요.”
2009년 설립된 한국장학재단의 역할이 커지면서, 서민·중산층 대학생 약 100만 명이 평균 등록금 절반 이상을 국가장학금으로 지원받는 수준까지 왔다. 그래서 이 전 이사장은 당장 ‘학자금 부채 탕감’을 주장하는 것은 조심스러워했다. “탕감해주면 (대출을) 성실히 갚아온 사람은 억울할 수 있잖아요. 기본소득 같은 방식으로 ‘청소년 모두에게 얼마씩 주겠다. 빚을 갚아야 하는 사람은 빚 갚는 데 쓰라’고 하면 억울한 사람 없이 할 수 있겠죠.”
이 전 이사장은 한국도 “학비가 비싼 영미형(고등교육 모델)을 탈출해 무상 고등교육을 지향하는 유럽 쪽으로 가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유럽 쪽은 대학 등록금 부담이 없죠. 그런데 우리는 영미형이에요. 유럽형으로 가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한데 우리 국민은 조세저항이 너무 심해요. 여야 할 것 없이 세금 깎아준다고 하고, 그럼 국민은 당장은 좋아하죠. (무상교육이나 증세가 안 되는 건) 정치인들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나경원 “오세훈, 사퇴해도 재선거 출마 가능…지금보다 압승”

이준석, 윤석열 징역 30년에 “이 대통령도 법정서 끝을 봐야”

민주·국힘 다 패배한 선거…정청래·장동혁, 대표직 물러나야 산다

문구점도 카페도 ‘슴슴’…성수동에 질린 청춘들, 서촌 매력에 ‘풍덩’

정은경 “청년 탈모 치료, 건강보험 검토…기초연금 ‘하후상박’ 개편안도”

월드컵서 한국인 셀카 향해 ‘눈 찢기’…서경덕 교수 “공개 사과해야”

차세대 공격헬기 ‘미르온’ 엔진 47대 부식, 38대 균열 확인…운행 중단

로이터 “UAE, 공격 중단 대가로 이란에 약 4조 송금”…UAE는 부인

트럼프 “14일 이란과 합의 서명”…이란 “내일은 아냐, 지켜봐야”

종합특검, 한동훈 출국금지 1개월 연장…한 “그냥 접으려니 창피하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