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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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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모아 노인 돕는 선순환”

‘브이사이클’ 에릭 스윈턴 대표 인터뷰
등록 2019-06-28 10:45 수정 2020-05-03 04:29

“브이사이클(V cycle)의 브이(V)는 버추어스(virtuous·도덕적인)에서 딴 겁니다. 선(善)의 의미가 담겼어요. 서로 좋은 영향을 주는 선순환을 뜻합니다.”

6월12일 홍콩 훙함에 있는 카페에서 만난 에릭 스윈턴 대표(사진)는 ‘브이사이클’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2017년 10월 플라스틱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소외 계층을 돕는 사회적기업 브이사이클을 만들었다. 환경 교육, 순환경제, 빈곤 완화라는 세 목표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브이사이클은 플라스틱병 모으기, 폐플라스틱 재활용 가방 만들기, 환경 교육 등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폐지 줍는 노인들의 생활 실태 조사, 장애인·노인들을 위한 재활용 작업장 운영도 하고 있다.

브이사이클은 2018년 10월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위해 ‘10t 챌린지’ 캠페인을 하고 있다. 대형 쇼핑몰, 주유소, 지하철역 등 15여 곳에 플라스틱병 수거함을 만들었다. “페트병 10t을 모아 재활용하는 게 이 캠페인의 목표예요. 그 목표치를 넘었어요. 지금까지 12t을 모았어요.” 앞으로 수거한 플라스틱병을 대만 재활용업체에 보내 가방 등을 만들 계획이다. 재활용 가방을 판 수익의 일부를 저소득층 독거 노인을 돕는 일에 쓸 예정이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쓰레기에 관심

브이사이클은 쓰레기 문제뿐 아니라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둔다. 지난해 9월에는 완차이 지역에서 폐지 줍는 노인 50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노인들을 찾아가 무엇이 필요한지, 사는 상황이 어떠한지 등을 물었어요. 500명 중 70%가 홀로 생활했어요. 폐지를 주워 하루에 25홍콩달러(약 3700원)를 벌어요. 다들 나이가 많아서 건강도 안 좋고 경제적으로 어려웠어요.” 스윈턴 대표는 이들을 위한 일자리도 마련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분류 작업 등이 있다. “그분들에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류하는 일을 맡겼어요. 1시간당 50홍콩달러(약 7500원)를 드립니다.”

전자제품 제조공장에서 일했던 스윈턴 대표가 사회적기업을 만든 건 ‘인생의 슬럼프’를 겪고 나서다. “8년 전에 앞만 보며 달리다보니 몸과 마음이 지치고 건강이 안 좋아졌어요. 그때 불교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분은 주위 사람들과 자연을 돌아보라는 말을 자주 하셨어요. 나만 알고 옆사람에게 관심 없던 제가 달라졌죠. 그러면서 노인, 정신지체 어린이를 위한 봉사활동도 시작했어요.”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는 봉사를 하면서 점점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갔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바다생물 영상을 본 것을 계기로 쓰레기 문제에 눈을 떴단다. “홍콩에서 생기는 플라스틱 쓰레기 90%를 회수해도 대부분 그냥 폐기물로 버려진대요. 그중 10%만 재활용된다네요. 그런 통계를 보고 쓰레기 양을 줄여야 하는 것과 동시에 재활용 방법도 찾아야겠구나 생각했어요.”

저소득층 아이들 위한 공간 계획

그는 앞으로 커뮤니티센터를 만들고 싶단다. 이 공간에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재활용 작업장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브이사이클이 꾸준히 해야 할 것은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일이에요. 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요.”

홍콩=글·사진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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