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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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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쓰레기의 화려한 변신

페트병에서 뽑은 실로 니트가방 만드는 ‘플리츠마마’의 왕종미 대표
등록 2019-06-11 17:41 수정 2020-05-03 04:29

“이거 페트병으로 만든 가방이에요.”

6월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양화로에 있는 공유사무실. ‘플리츠마마’ 왕종미(40·사진) 대표가 기자에게 주름 있는 연두색 니트가방을 보여준다. 플리츠마마는 이산화탄소 배출과 쓰레기 매립을 줄이는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그가 든 가방에는 플리츠마마라는 상표와 ‘Made from plastic bottles’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 페트병에서 추출한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을 써서 만든 것이다. 그는 “500㎖ 생수병 16개로 가방 한 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투리 원단 남기지 않는 제작 방식

왕 대표는 아이를 낳고 키우며 환경문제에 관심 갖게 됐다. 아이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과대 포장된 제품을 안 사고 텀블러를 쓰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등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을 해나갔다. 일터에서도 환경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니트 상품을 만드는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그는 원사 등 폐기물 처리에 눈길이 갔다.

“제가 다니던 회사가 대기업 주문을 처리하는 하청업체였어요. 실을 다 발주해놨는데 갑자기 주문 내용이 바뀌거나 취소되는 일이 많았어요. 회사가 그 재고를 떠안아요. 재고 물량이 많아 쌓아둘 곳이 없어 더 넓은 공간을 마련할 정도였어요. 한 해 버려지는 원사가 7억~8억원어치 되거든요. 너무 아까웠어요. 그 실을 리사이클(재활용)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왕 대표는 처음에 버려지는 실로 울 소재 가방을 만드는 사업을 구상했다. 하지만 그 재료로 대량생산을 하기 쉽지 않았다. 다른 친환경 소재를 찾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젠을 알게 됐다. 리젠을 이용한 니트 제작 방식을 고민했다. “천을 잘라 만드는 옷이나 가방은 자투리 천을 버릴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니트는 그렇지 않아요. 뜨개질처럼 뜨고 풀면 되니까 버릴 게 없어요.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에 딱이에요.”

플리츠마마의 가방은 스웨터 등 니트 제품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원단을 재단하고 봉제하는 방법이 아닌, 원하는 모양을 뽑아내는 방법으로 자투리 원단이 생기지 않는다.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없는) 디자인 제품이라는 얘기다. 포장도 환경을 생각했다. 뽁뽁이(투명하고 부드러운 플라스틱)를 쓰지 않고 종이 재질의 자가접착식 포장재를 쓴다.

왕 대표는 왜 친환경 소재로 가방을 만들었을까. 그는 슈퍼나 카페 등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갈 때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 필요했단다. “들고 다니기 편하면서도 내 패션을 해치지 않는, 에지 있는(폼 나는) 가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두 들고 다니는 에코백(친환경 가방)이나 장바구니와 다른걸요. 그런데 저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이웃에 사는 다른 사람들도 그런 욕구가 있었어요.”

중학생 아들도 우리 고객

최근 ‘플라스틱 프리(Free)’ 운동이 일어나면서 버린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플리츠마마 가방이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플리츠마마 가방을 찾는 이들도 다양하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사용해요. 젊은 분들은 제품을 사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에 사진을 올려요. ‘폐페트병 16개로 만든 가방’이라는 해시태그를 빼놓지 않아요. 지난해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뒤 플라스틱 문제에 관심 갖는 분이 많아졌어요. 종종 디엠(DM·다이렉트메시지)으로 ‘힘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분들이 소비하면서도 도덕적 만족감을 느낀다고 할 때 정말 보람되고 힘이 나요.”

고객 중에는 왕 대표의 중학생 아들도 있다. 아들은 문제집, 교과서, 학용품 등을 넣는 보조가방으로 쓴다. “아이가 학교에서 환경 교육을 받았는데 그때 우리 제품이 나왔대요.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방으로 소개됐다고 기뻐했어요. 그 말을 듣고 뿌듯했어요. 환경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만들었는데 그것을 알아주는 듯해서요.”

그는 무엇보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진부한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다들 친환경이라고 하면 누런색에 미니멀한(최소한의) 디자인을 떠올리잖아요. 저는 그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요. 플리츠마마의 모토가 ‘룩 시크 비 에코’(Look chic, Be Eco)예요. 생태주의 관점에서 패션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을 다룬 (미국 시사주간지) 기사의 한 대목이에요. 친환경 제품이지만 디자인 쪽으로도 다른 제품에 뒤지지 않고 싶었어요. 멋지고 세련된 패션 아이템으로요.”

플리츠마마 가방은 무채색 옷차림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색깔로 화려하다. “재활용 원사가 일반 원사보다 2배 정도 비싸요. 재활용할 때 분리, 세척 등의 과정이 필요하니 비싼 것이 당연하죠. 그런데 장점이 많아요. 원하는 색감이 나오고 품질도 일반 원사보다 훨씬 좋아요.”

아름답고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패션

7월이면 플리츠마마를 만든 지 1년이 된다. 왕 대표는 멋지고 실용적이며 지속가능한 패션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플리츠마마는 아름답고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실천 방법으로서 패션을 모색합니다. 환경에 도움이 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어요.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고 싶고요.” 친환경 브랜드로 오래 살아남는 게 플리츠마마의 최대 과제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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