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있는 것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니다.’ ‘아니, 인기 있는 것들은 옳지 않을 때가 많다.’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탈출한 난민들에 관한 현지 르포를 연재하면서 종종 든 생각이다. 은 지난해 11월29일부터 난민 르포 연재를 시작하면서 66일간 인터넷에서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스토리펀딩’을 통해 후원금을 모금했다. 목표금액 1천만원의 10%를 가까스로 채웠다. ‘인기 있음’에 대한 부질없는 생각은 모금액을 통해 드러난 낮은 호응에 대한 합리화였다. 기사의 퀄리티에 대한 자책이었다.
어쩔 수 없이 걷는 이들 생각해
후원 마감 열흘을 앞두고 단비 같은 전화 한 통이 사무실에 걸려왔다. “난민 어린이들에게 후원하고 싶습니다.” 경기도 양평 용문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강현석 교사는 지난 1월22일 전화로 을 통한 난민 어린이 후원이 가능한지 물었다. 교사 개인의 기부 의사는 아니었다. 용문고 학생 90명이 120km씩 걷고 개별적으로 후원자 1인 이상을 섭외해 1km당 100원씩 총 1만2천원씩을 모금하기로 한 것이다.
참가자는 희망자에 한해 선발 과정을 거쳤다. 학생들이 한발 한발 걸은 만큼 모은 돈을 난민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이었다. 강 교사는 “우리 학생들은 걷고 싶어서 걷는 것이지만 난민 어린이들은 타국에서 어쩔 수 없이 살 곳을 찾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후원을 기획하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용문고는 이종국 교장선생님의 제안으로는 매해 국토순례 대장정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가 17번째다. 후원금 모금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2월1일 아침 8시 용문고 1~3학년 학생 90명과 교사 13명이 학교에 모여 출정식에 참가한 뒤 걷기 시작했다. 하루 26~36km씩 3박4일에 걸쳐 경기 양평~여주~충북 음성~충주 중앙탑으로 이어지는 120km를 걷는 대장정이었다. 학생들은 준비해간 식재료로 직접 음식을 조리해 식사를 해결하며 모처럼 야외활동의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긴 여정에 지쳐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생겼다(5명). 참가 학생들은 지친 친구의 가방을 들어주며 서로 완주를 응원하는 우정을 보이기도 했다고 강 교사는 전했다.
지난 2월15일 강 교사와 참가 학생 3명(모두 예비 고3)을 사무실에서 만났다. 학교에서 방송부 동아리 활동을 하는 표지현 학생은 “처음에는 완주하지 못하고 포기할까봐 걱정했는데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완주했다”고 말했다. 같이 방송부 활동을 하는 박민지 학생은 3일차에 발목을 삐었지만 완주했다. 그는 “신발을 제대로 안 신고 걷다가 발목을 삐었지만 완주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표지현·박민지 학생은 국토순례 대장정 행사 모습을 촬영하며 완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토순례단장인 교감선생님 지도 아래 학생 인솔 책임을 맡은 박성진 학생은 “통솔자 역할을 맡아서 힘든 내색은 하지 않았다. 텔레비전에서 난민돕기 광고를 보고 그들이 불쌍했고 지금 내 상황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세 학생 모두 내년 1~2월 졸업을 앞두고 다시 한번 국토순례 대장정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가슴에 남는 걸음”
북한과 남한 정부가 국민을 볼모로 전쟁과 대결의 정치를 전면화하는 2월, 강 교사는 학생들에게 우애와 연대를 가르치고 싶었다. 그는 “요즘 입시용으로 대내외 행사에 참가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나는 아이들에게 이 활동은 생활기록부가 아니라 가슴에 남는다는 것을 걷다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직 난민 같은 큰 이슈가 몸으로 와닿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든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용문고 학생들이 에 전달한 후원금 116만4천원은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중동 난민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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