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주인공이라고 다들 말한다. 그런데 진짜 주인공은 청년이 아닐지 모른다. 청년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싸움이 격화될수록, 정작 주인공인 청년들의 목소리는 묻혀버리는 탓이다.
청년수당 정책=범죄?지난 12월1일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을 두고 급기야 ‘범죄’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집행하면) 벌칙 조항을 두어 범죄로 규정할 수도 있는데 그런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을 중앙정부와 협의하도록 돼 있는데,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지급한다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으름장이다.
서울시는 만 19~29살의 중위소득 60% 이하 청년 3천 명을 선발해 최대 6개월 동안 월평균 5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수당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미취업자이면서 직업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 등 ‘사회 밖 청년’에게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머니를 채워주려는 의도다.
국무회의에서 박 시장은 “정책의 차이를 범죄라고까지 하는 건 지나치다”며 맞섰다. 하지만 다른 국무위원들도 일제히 ‘박원순 때리기’에 동참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서울시 청년수당은 정부의 ‘취업성공 패키지’와 중복된다”고 말했다. ‘취업성공 패키지’는 청년만을 위한 사업은 아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직업심리검사, 직업훈련, 창업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취업성공수당’을 지급해서 노동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이다. 일자리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청년의 다양한 사회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서울시의 청년수당과는 정책 목표나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예를 들어 도시 혁신, 세대 간 협력 등을 주제로 활동하는 청년도 서울시의 정책 대상이 된다.
으름장은 구체화됐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지자체가 복지사업을 신설하거나 바꿀 때 중앙정부의 동의 없이 사업을 자체 시행하면, 지자체에 주는 교부세를 그 사업 예산만큼 깎아도 된다는 내용이 뼈대다.
내년부터 이 시행령이 시행되면, 서울시는 청년수당 관련 예산 90억원에 해당하는 교부세를 감액당할 처지다. 내년에 만 24살이 되는 청년 1만여 명에게 연간 100만원의 ‘청년배당’을 지급하기로 한 경기도 성남시도 113억원의 교부세가 깎일 수 있다. 지방교부세법에는 교부세 감액 대상을 ‘법령 위반’ 사업으로 못박고 있지만, 청년 관련 사업이 사회보장기본법 위반인지는 논란거리다. 사회보장기본법상으로 지자체는 중앙정부와 상호 협의하도록 돼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의견 차이가 있으면 사회보장위원회가 심의·조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지자체가 이 심의·조정 사항을 이행할 의무나, 이에 불복했을 때 강제할 수단 등은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박원순이 아니라 청년을 봐달라”전효관 서울시 서울혁신기획관은 “무상복지처럼 몇천억원이 드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건 정치적 목적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권한쟁의 심판 청구 등을 포함해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등의 청년단체들은 12월2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청년을 모욕하는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박원순이 아니라 청년을 봐달라”(11월19일 박원순 시장)는 말마따나, 이 문제의 주인공은 박원순도, 이재명도 아니라 청년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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