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가칭)청년경제기본법’과 ‘한국형 청년안전망 도입’ 등 제도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청년단체들도 직접 대안 제시에 나섰다. 과거 어느 때보다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청년은 ‘반짝’ 동원됐다가 노동개혁, 총선 등 주요 국면이 지나가면 무대 뒤로 사라질 운명일는지 모른다. 그래서 더욱더 은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 논의 과정을 최대한 꼼꼼하게 중계방송할 것이다. 이번호에 그 일말을 싣는다. _편집자
청년의 경제적 권리와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는 ‘(가칭)청년경제기본법’의 구체적인 뼈대가 나왔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청년문제 해결을 종합적으로 모색하는 최초의 법이 된다.
노인은 노인복지법, 여성은 양성평등기본법(옛 여성발전기본법), 청소년은 청소년기본법이 있지만 ‘청년법’은 없다. 기존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일자리 늘리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과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발의한 ‘청년발전기본법’은 고용 촉진, 창업 지원, 국제협력·자원봉사활동 지원 등으로만 청년정책의 범위를 한정해놨다. 주거·빚 등 청년의 어깨를 짓누르는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안정 대책이 빠져 있다.
청년을 ‘발전’ 대상 아니라 ‘권리’ 주체로“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정책 실패의 결과임을 인정하고 청년이 직면한 일자리·주거·채무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 청년을 ‘발전’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권리’의 주체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기존 법이나 법안과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장하나 새정치연합 의원은 ‘(가칭)청년경제기본법’ 대표발의를 준비하게 된 배경과 의의를 이렇게 설명한다(제1075호 표지이야기 ‘제1장 “청년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참조).
장 의원은 지난 9월8일 아침 새정치연합 전·현직 지도부와 다른 의원들에게 ‘(가칭)청년경제기본법’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6월 말 출범한 새정치연합 ‘유능한 경제정당 위원회’의 경제정책 공부모임에 강연자로 나선 것이다. 이 자리에는 정세균 전 새정치연합 대표, 강철규 ‘유능한 경제정당 위원회’ 공동위원장(전 공정거래위원장),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 원장, 윤호중·한정애 의원 등이 함께했다.
장 의원과 법안 준비를 주도한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 달 이상 ‘청년’이라는 주제에 집중해서 고민한 결과를 이야기하는 첫 자리를 마련했다. 법안 세부 조항은 당내 조율을 거쳐서 곧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처음 공개된 ‘(가칭)청년경제기본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장 총칙제1조(목적): 이 법은 청년의 경제적 권리와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이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사회 통합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기본이념): 청년을 우리 사회의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일 뿐 아니라 경제적 주체로 인정하고, 청년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함과 동시에 일과 생활에 있어 차별받지 않고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보편적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제·개정될 다른 법률에도 영향 미치게 돼
과거 발의된 ‘청년발전기본법’과는 관점이나 철학이 다르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박기춘·김상민 의원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을 정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청년의 참여를 촉진하고 청년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법의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반면 ‘(가칭)청년경제기본법’은 청년의 권리 보장에 무게가 실린다. 청년의 범위는 만 19~34살로 정할 예정이다. 이 법은 모든 청년 관련법의 상위법으로서 앞으로 제·개정될 다른 법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세울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못박고, 구체적인 계획 수립과 시행, 평가에 대한 사항을 명시했다.
제6조(청년경제정책 기본계획): 기획재정부 장관은 청년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한다. 기획재정부 장관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기본계획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시행하며, 시·도지사는 청년정책에 관한 지역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효율적인 청년정책 수립을 위하여 매년 청년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기초조사와 여론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중앙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세워야 하는 청년경제정책 기본계획의 내용에는 다음의 사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청년 참여 확대 △청년 능력 등의 개발 △고용 확대 및 일자리의 질 향상 △창업 활성화 △주거 안정 및 주거 수준 향상 △생활 안정 △부채 경감 △청년문화의 활성화 △권리 구제. 각 부처는 이런 내용을 담아 매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청년정책 시행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또 기획재정부 장관은 해마다 청년 관련 여론조사를 해서 기본계획에 반영하고, 해당 정책이 청년 고용과 삶의 질에 미칠 영향을 분석·평가할 책임을 지게 된다. 예를 들어 임금피크제 실시나 ‘땅콩호텔법’이라고 불리는 관광진흥법이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면, 사전에 정책영향효과를 분석해 진짜 ‘청년 일자리법’인지를 검증해보자는 것이다.
법안은 기획재정부가 이같은 정책계획을 총괄하되, 청년경제정책의 주요 사항을 심의·조정할 별도 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각 부처 간에 이해관계가 엇갈리거나, 제도를 개선할 상황이 발생하면 책임질 기구를 두자는 제안이다.
제13조(청년경제위원회 설치): 국무총리 산하 청년경제위원회를 두고, 위원회는 청년경제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에 관한 사항이나 청년경제정책의 평가 및 제도 개선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한다.이 밖에 ‘청년고용 친화 우수기업’ 인증제 도입(제30조)도 법안 초안에 담겼다. 환경친화기업, 여성친화기업을 선정하는 것처럼 일정 기준 이상으로 청년을 고용한 기업에 혜택을 주자는 제안이다. 법안은 국가와 지자체가 ‘청년경제연구소’를 설치·운영(제31조)할 수 있도록 하자고도 제안한다.
‘청년지원 입법 패키지’도 준비 중장하나 의원은 ‘(가칭)청년경제기본법’ 발의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청년지원 입법 패키지’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법 적용 대상인 공공기관 및 지방 공기업뿐만 아니라 300명 이상 사업장, 직전 3개년 평균 매출액이 1천억원 이상인 사업주도 의무적으로 청년을 3% 고용하도록 하고(‘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 초과근로시간을 유지하는 사업주에게 장시간 근로유발부담금을 부과하거나 인턴에게 실시하는 교육 기간을 6개월 이내로 제한하자(‘근로기준법’ 개정안)는 내용이 핵심이다.
새정치연합은 ‘(가칭)청년경제기본법’을 포함해 당내 ‘경제정의·노동민주화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청년 일자리 대책 등을 묶어서 하반기에 청년문제에 당력을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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