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경기도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큰 인명피해를 냈습니다. 화마가 할퀴고 간 현장의 모습은 참담하기만 합니다. 에서는 정인선 인턴기자가 이날 화재 현장을 찾아 큰 불이 번지게 된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그 소식을 독자분들께 전합니다. _편집자
1월10일 오전 9시27분께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난 불이 옆 건물로 옮겨붙어 총 세 개 건물에서 화재 피해가 발생했다. 이 불로 4명이 숨지고 104명이 다치는 등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약 2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에서는 헬기 4대 등 장비 70대와 소방관 160명을 동원했지만 아파트 주변의 길이 좁고, 건물 뒷편에 지하철 철로가 있어 진압이 늦어지면서 불이 일부 옆 건물로 옮겨 붙었다. 세 개 건물을 태운 불은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진화됐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추가 사망자와 부상자가 건물 안에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토요일 아침인 탓에 주민들 대부분이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고 있어 불이 난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2시 현장에서 있었던 김석원 경기 의정부소방서장의 현장 브리핑 내용을 종합해보면 아래와 같다.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 내부 화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변으로 연소하면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9시27분에 1층 주차장 안쪽 우편함에서 연소를 시작해 주차된 차량으로 확대됐다. 구조에 동원된 인원은 모두 920명. 지금은 완전 진압됐고 정밀검사 중으로 현재 3차 정밀검사까지 마쳤다.
(건물 내)화재경보기가 작동했는지 여부는 조사팀에서 조사 중이다. 1차 조사결과 차량이 아니라 우편함에서 불 시작된 걸로 보고 있으나, 더 자세한 내용은 조사가 필요하다. 층별마다 소화전이 작동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진압 늦은 이유는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와 유독가스가 상층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구조,대피, 진압에 어려움 있었다. 사망자는 불길을 피하려 4층에서 뛰어내리다 변을 당했거나 유독가스 중독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망자 최초 발견위치는 조사 중이다. 각 세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대피를 완료했다. 건물 안쪽에 추가사망자 부상자 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에 있다.”
이날 현장에는 화재 사실를 처음으로 119에 신고한 황지훈씨(경기도 의정부시)도 있었다. 황씨는 대봉그린아파트 바로 옆 드림타운 오피스텔 9층에 살고 있는 주민이다. 그를 만나 사고 당시의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발견 시에는 연기는 많이 안 났고 불길만 있었다. 연기가 퍼진 건 9시30분부터다. 화재 진압은 그 전부터 시작됐다. 대봉그린아파트에서 화재 경보기가 울리는 소리는 못 들었다. 내가 사는 건물에선 화재 경보가 울려서 나는 빨리 나올 수 있어 피해를 안 봤는데, 연기를 마셔서 두통이 조금 있다.
1층에서 주차장 쪽에서 불이 올라오고 있었고, 그 다음 2층까지 붙었을때 나는 이미 밖으로 나왔다. 2층에서 두 명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거주자로 보였다. 경찰관이 떨어지는 건 못봤다. 불을 피하느라 창문을 열고 뛰어내린 것 같다. 불길이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며 옆 건물로 옮겨붙은 건 30분도 채 안돼서였다. 불이 진화될 줄 알고 나왔는데 안 됐다.
소화기 등은 복도식 계단에 비치된 걸 봤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곳에도 있었다. 주차장에 방화벽 등이 있는 것은 못 봤고, 스프링쿨러도 본 기억은 없다. (아파트)앞쪽에 차 진입하기기 힘들어 보였었다.”
세 동의 오피스텔 외에 인근 단독주택에까지 불 번져
현재 77여 명의 이재민들은 경의초등학교 대강당에 마련된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다. 드림타운 오피스텔 9층에 거주하는 최수정(24)씨는 “화재경보 소리를 듣고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빠르게 내려왔다. 2, 3층을 내려갈 때 창밖으로 자동차가 터지는 모습을 봤다. 근처 다른 건물에 사는 친구 집으로 대피했다. 휴대폰 외에 다른 물건은 챙겨 나오지 못했다. 급히 나오느라 외투조차 챙겨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 피해를 입은 해뜨는마을아파트 11층에 거주하는 허승필(36)씨는 입주민 구조 과정에서 헬기가 일으킨 바람이 불을 옆옆 건물까지 퍼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아침에 밖에 있다가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밖이 시끄럽고 불이 난 것 같다는 연락이었다. 급히 집에 오니 옆옆 건물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 건물 옥상 간 간격이 좁아 사람들을 옥상에서 옥상으로 옮기며 구출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헬기가 옥상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바람이 크게 일었고 불길이 다른 건물로 옮겨 붙었다. 이에 경보기가 울렸고 아내에게 급히 전화해 대피시켰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도 아니라서 내가 사는 건물까지 불이 옮겨붙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직 집의 피해 상황도 파악이 안 됐다. 밖에서 보니 옆집과 윗집은 모두 타 있었다. 구조 과정의 혼선으로 피해가 커진 것 같아 억울하다.”
세 동의 오피스텔 외에도 인근 단독주택에까지 불이 번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건물 바로 옆 단독주택에 딸 일가족이 거주한다는 이문자(67·강원 철원)씨는 “16살짜리 손녀가 자는데 주인 아저씨가 불이 났다고 나오라고 해서 나왔다고 한다. 집 안에 손주 네 명과 딸이 있었는데 애 엄마가 갓난아이를 안고, 큰손주가 동생들을 깨워서 나와서 신고를 하고 나한테도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원정 경기 의정부경찰서장은 “구조 헬기가 일으킨 바람이 불을 키웠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야기하겠다. 7명의 중상자 등 부상자는 10개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추가로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CCTV 영상 자료를 확보해 정밀 분석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서장은 또 “오피스텔의 경우는 법적으로 스프링쿨러를 설치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기타 소방시설 작동 여부는 현재 조사중이다. 유독가스가 상층부로 급히 퍼지며 헬기 접근이 어려웠다. 일부 주민은 완강기를 타고 탈출하기도 했다. 사망자들의 사인은 현재 조사 중이며 부상자 가운데는 유독가스에 중독된 사람도 있고 화상을 입은 사람도 있다. 기본적으로 오피스텔이 주거공간이라 자세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저녁 6시가 되자 경의초교 대강당 대책본부에는 이재민 120여명이 머무르고 있다. 이재민들은 분주하게 오가며 구호물품에 의지하고 있으며, 소방대원들은 두통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구급차에 실어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이날 저녁 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해 부상자 및 사망자 현황과 건물 피해 현황, 이재민 지원 대책 등에 대한 시의 입장을 밝혔다. 안 시장은 △최근 있었던 여러 대형 재난 사고들을 참작한 사망자 4명의 장례절차 지원 △부상자들의 치료비 보증 △3일 동안 강당·찜질방 등에서의 이재민 수용 △이재민들의 중단기 거주 위한 시 운영 레저시설 지원을 약속했다.
안 시장의 브리핑이 끝나자 강당에 모여 있던 이재민들은 화재 원인 규명과 제대로 된 사후 조치를 요구하며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이재민이 “오피스텔 옆의 다가구주택들도 피해를 입었는데 어떻게 할 건가. 대봉그린아파트만 자꾸 언급이 되는데 그 옆의 주택들도 모두 피해를 입었지 않았나”라고 항의하자 안 시장은 “화재 피해를 입은 네 동의 건물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하지 않았지만, 모든 피해자에게 동일하게 조치 하겠다. 옆 건물들의 경우 골조 자체가 무너져 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이재민은 “치료비 보증을 시에서 하겠다는 말은 부상자들의 치료비를 시에서 전액 지원 하겠다는 건가”라고 묻자 안 시장은 “치료비 보증이 없이는 응급진료밖에 받을 수가 없어 그걸 보증해준다는 뜻이다. 시가 내줄지 여부는 아직 정해진게 없다. 일단 지급보증부터 해준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아침 9시 반부터 있었는데도 아무도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누가 지휘하는 건지도 모르고 담당자가 누구냐 물으면 모두 모른다고만 한다”등 이재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날 저녁 8시20분께 대피소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부상자들이 돌아오면서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전기 난로와 스티로폼 돗자리, 모포 등으로 추위를 피하며 불안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의정부=정인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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