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프로그램의 대부 송창의 PD, 그가 만드는 웃음의 비밀

월요일 저녁에는 넘어간다.
눈물이 빠지도록 한바탕 웃음을 쏟아낼 수 있는 한 시간. 밤11시에 찾아오는 ‘세 친구’는 우리의 우울을 씻어준다. 정웅인, 윤다훈, 박상면의 노골적이되 유쾌한 입담과 히히덕거림. 단순무식하게 아웅다웅하면서도 결코 밉지 않은 그들의 어울림은 성인시트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이번주 게스트는 바로 그 세 친구의 ‘대부’.
많은 사람들은 송창의(48) PD를 오락프로그램의 대표주자로 기억한다. 77년 문화방송에 입사해 를 첫 작품으로 (토토즐) (일밤)등 주요 예능·오락프로그램을 두루 섭렵했다. 지금은 에 이은 시트콤 가 잘 나가고 있다. 지난 6월엔 24년간 정들었던 문화방송을 떠나 JOY-TV(송창의 프로덕션)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상태에서 를 계속 연출하고 있다. 부국장 발령을 받고, 관리직으로는 남기 싫어 독립을 결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주일에 한번 하는 이유
김규항 최근에 정웅인이 안문숙 운전연수시켜주다 핸들을 못 꺾어 부산까지 간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김어준 무슨 얘기야? 죄송합니다. 제가 를 못 봐서.
김규항 모르지? 넌 TV 안 보잖아.
송창의 괜찮습니다. 저도 안 봐요. (웃음) 책으로만 봤죠.
김규항 은 일일시트콤이었잖아요. 는 월요일 하루에 몰아 두회씩 하던데요.
송창의 제가 을 3년간 했거든요. 700회를 한 거예요. 미국은 25분짜리 시트콤을 일주일에 딱 한회 하거든요. 미국으로 치면 우리는 10년치 소재를 소화한 거예요. 그렇게 하다보니 정말 완성도가 그립더라고요. 너무 지쳐서 한주일에 두세편은 웬만하면 그냥 내보내는 분위기가 되니까 짜증이 나데요. 그래서 앞으론 절대 일일시트콤은 안 하다고해서 주간으로 간 거죠. 근데 똑같더라고요. (웃음)
김규항 그 두 프로그램을 비교하면, 그래도 쪽이 임펙트가 강하긴 해요. 웃겨도 좀 인상이 강하고. 말 하나하나가 더 빛나고. 이러나 저러나 똑같은 건 아닙니다. (웃음)
송창의 고맙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선 시트콤이라는 게 약간 우스워보이는 분야거든요. 정통 드라마 탤런트들이 볼 때 이건 약간 ‘사’자가 낀 드라마라는 인식이 있어요. 저는 그래서 굳이 그런 사람들을 데리고 일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시트콤을 위해 “정말 난 어떤 대본이 나와도 열심히 하고, 웃기기 위해 뭐든지 하겠다”는 사람과 일하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대본 나왔는데 “난 이런 거 못하죠” 이런 식으로 가면 프로그램이 자꾸 딴 방향으로 가거든요.
김어준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감히? (웃음)
송창의 많죠. 예를 들어 웃통을 벗고 약간 코믹한 동작을 해야된다 치자 이거예요. 그러면 스타급이나 웬만한 의식이 있는 연기자들은 그런 걸 안 하죠.
김규항 누군지 이름을 말씀해 주십시오. (웃음)
송창의 많아서 다 얘기 못해요.
김어준 그럼 주민등록번호라도…. (웃음)
김규항 선생님처럼 오락이나 연예쪽의 흥행 PD로 자리를 잡은 분은 말하자면 상당한 권력을 가진 셈인데… 개인적으로 스캔들 같은 건 없었던가요?
송창의 무슨 스캔들?
김어준 성 상납 스캔들이랄까. (웃음)
송창의 저도 살아보니까 알겠더라고요.
김어준 뭔가 찔리시는 표정이…. (웃음)
송창의 처음 AD 생활 할 때나 이른바 변두리 프로그램을 할 때는 전혀 아무런 신경 안 쓰고 나 하고 싶은 대로 막 했어요. 나중에 을 맡았을 때도 그 버릇대로 했어요. 옛날에는 어느 가수를 내 맘대로 10주를 써도 아무 말이 없다가 이나 을 하면서 어떤 가수를 2∼3회만 고정으로 썼다고 하면 당장 말들이 생겨요. 분명 흑막이 있을 거다….
노출사건, 사전에 몰랐다?
김규항 그러니까 무슨 흑막이 있었냐는 얘기예요. 제말은…. (웃음)
송창의 있다고 했으면 좋겠죠?
김어준 있으면 있다고 하시겠습니까? (웃음)
송창의 제가 처음 방송사 들어왔을 때 선배들이 그런 얘기들을 했어요. 방송사는 ‘추잉 컬춰’라고… 씹는 문화, 씹히는 문화라는 얘기죠. 나중에 알고보니 정말 무지하게들 씹더라고요.
김어준 예전에 을 연출했잖습니까. 지난주 사건 아시죠. 그거 알고 내보낸 거죠!
송창의 그건 제가 모르죠. 지금의 저랑 아무 관계가 없으니까. (웃음)
김규항 그게 뭔데?
김어준 7월30일 저녁 때 방송된 거였는데… 비키니 입은 여자모델이 11m 위에서 다이빙하다 몇초 동안 가슴이 보였거든. 편집할 때 못 봤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송창의 같은 방송사 PD라고 옹호하는 게 아니라, 방송사고 날 때 보면 거의 집단최면증에 걸린다고요. 예를 들면 박통 시절 때 아주 살벌했잖아요. 그때 태극기가 거꾸로 세트에 달려서 난리가 났지요. 소품, 미술, 기술, 카메라맨, 보조스태프 해서 왔다갔다하는 인원이 최소 50명 이상 됐거든요. 사고 날 때 보면 전부 눈에 뭐가 씐 것처럼 못 보는 경우가 있어요.
김규항 태극기가 뒤집힌 것하고 가슴이 보인 것 하고는 좀 다르죠. (웃음)
송창의 저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94년인가 할 때인데, 최아무개라는 가수가 있었어요. 신인가수였는데, 여름에 탑을 입고 노래를 했어요. 녹화해서 방송을 내보냈는데, 지금처럼 인터넷이 없던 때라 심하게 피드백이 오진 않았지만 시청자들 중에 뭔가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깜짝 놀라서 봤어요. 봤더니, 노래를 하다 여자들 가슴 중앙 위 약간 까만 부분 있잖아요. 거기까지 내려왔어요. 그러니까 노래하다 돌면서 싹 치켜올리더라고요. 편집도 했을 텐데 그걸 아무도 못 본 거예요.
김어준 이번 같은 경우는 실제 밖에서 카메라로 찍고 여러 사람이 현장에서 그 정황을 실제 봤을 테고, 또 비키니 윗옷이 올라간 걸 그 모델이 다시 끌어내리고 그랬을 거 아닙니까. 아니… 안 끌어내렸기 때문에 몰랐나. (웃음) 현장에서 그걸 다 봤을 텐데 편집 때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요?
송창의 그럴 개연성도 있겠네요.
김어준 제 말은 뭐냐면, PD들이 언론과 여론의 공격을 오히려 프로그램의 인지도 회복이라고 인식하고 일부러라도 그런 베팅을 할 만큼 시청률 압력이나 위에서의 압력
이 그렇게 심한가 하는 거죠.
송창의 시청률 압력이야 심하죠. 그건 부인할 수 없는데, PD들이 시청률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과연 아주 바람직한 것인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시청률이 높다는 것은 PD로서 삶의 보람일 수도 있고….
김규항 프로그램마다 좀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송 선생님처럼 오락프로그램 하는 분들하고 교양 프로그램 하는 사람들하고 같이 묶어서 시청률로 가치평가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오락프로는 일단 많이 보고 재밌어야 하는 거고, 교양프로는 시청률에 초연할 필요가 있죠.
송창의 가령 같은 것 있잖아요. 그런 것까지 시청률을 본단 말이에요. 그래서 존·폐론까지 거론된 적이 있었죠. 과연 가 시청률을 봐야 하는 프로인가. 이게 정리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성인시트콤의 딜레마
김어준 지금은 우리나라에선 한 방송사가 상업성과 공영성을 어정쩡하게 둘 다 가지려고 하니까 그런 게 아닌가 합니다. 상업방송이 완전히 분리돼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간다면 비난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거죠. 가슴이 나오는 방송도 필요하고.
송창의 제 나이 마흔여덟이지만 아직도 방송사를 운동화 신고 다닙니다. 그래서 방송은 굉장히 프리하고 리버럴한 걸로 착각하는데, 방송사만큼 보수적인 데가 없어요. 왜? 이게 남녀노소 다 보거든요. 그러니까 정말 반 발자국이 아니라 한치 앞을 좀 앞서가기가 부담스러운 거예요. 그래서 가슴이 나와야 되느냐 안 나와야 되느냐보다는 사회가 먼저 조금씩 인정을 해야 되지, 우리끼리 잘난 척하고 그랬다간 희생양되기 딱 알맞죠.
김어준 TV에서 외국의 원주민을 방송하면 가슴이 그대로 나오잖아요. 그건 그쪽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단 차원에서 방송하겠죠. 그러나 유럽의 어느 토플리스 해변에서 옷을 벗고 누워 있는 여자들은 편집해서 가슴이 안 보이게 하거든요. 있는 문화 그대로인데.
김규항 그건 원주민 문화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른바 야만인, 소수의 특별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같은 동급의 인간으로 취급 안 하는 거지. 동물로 취급하는 거야. 그건 잘못된 거야.
김어준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 그런 문화적 오만에 기반한 시각이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우리를 인종차별하게 만들고 있다니까. 방송이 말야. 우리 한계지.
김규항 넌 왜 그렇게 가슴에 집착을 하냐? (웃음) 그래서 어쩌자고?
김어준 그러니까 일부러 가슴이 노출된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적어도 토플리스 해변이라면 그냥 보여줄 수 있어야 그게 문화적으로도 정상이란 거야. 우린 가슴만 나와도 뒤집어져 버리잖아. 섹스장면도 아닌데 말야.
송창의 방송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 헷갈리는 것 중 하나가, 성인들은 이런 말들을 많이 하거든요. 여기도 댄스, 저기도 댄스 도대체 TV 틀면 볼 프로가 없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말씀들을 해요. 제가 를 할 때 분명히 성인시트콤이라고 앞에 붙였어요. 그래서 밤11시대 이후로 해달라고 요구를 했거든요. 근데 이 프로그램을 놓고 “애들이 보면 어떡하냐”는 식으로 걱정을 하는 거죠. 한쪽에선 “온통 애들 프로밖에 없다”고 하면서 어른 보라고 만들어놓으면 애들 볼까 걱정하고… 그래서 방송도 등급제를 하든지, 아니면 정말 어떤 프로는 주민등록증을 입력시켜놓고 파워가 켜지게 하든지.
김규항 공중파의 불리한 점이죠.
송창의 전 그런 얘기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TV를 너무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제가 방송 종사자이지만, 왜 이렇게 TV에 목매달까 참 답답해요. TV의 일거수일투족에 너무 예민하고… 거의 자기 생을 좌지우지하는 매체로 생각하고.
김규항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게 TV하고 술을 빼고나면 딱히 도락거리가 없지 않습니까.
송창의 쉽게 얘기해 TV가 우리한테 가르쳐주는 게 없다, 메시지가 없다는 얘길 많이 하는데… 아니 그 시간에 TV 보지 말고 책을 보라 이거예요. 그렇게 메시지가 좋고 교양이 좋으면, 그런 교양을 줄 수 있는 매체가 얼마나 많아요. 솔직히 TV를 좀 덜 봤으면 좋겠어요.
김규항 TV를 많이 볼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죠. 어쨌거나 TV가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면서 방송인, 특히 PD의 위상도 많이 변했습니다.
송창의 제 아버지가 82년에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아들이 뭐 하는지 모르고 돌아가셨어요. 와이프랑 결혼할 때도, 처가쪽에서 반대가 많았고요.(참고로 그의 부인은 미스롯데 출신인 명현숙씨다)
사과방송… 그러나 억울한 일

김규항 그런 위상변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송창의 저야 좋죠. (웃음)
김어준 다시 가슴 얘기로 돌아가면… (웃음)
김어준의 가슴론은 계속됐다. 모델의 순간적 가슴노출이 실제론 의 추락한 시청률을 회복하기 위한 문화방송 구사대의 행동일지 모른다는 등, 원래 없었던 장면인데 일부러 끼워넣었을 수도 있다는 등. 송창의 PD는 ‘방송용어’ 한마디를 했다. “방송사에서 아이디어회의 같은 거 할 때 가슴 얘기 자꾸 하면 하는 농담이 있어요. ‘젖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럼에도 김어준의 가슴론은 그뒤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김어준 재미있는 얘기 좀 해주세요. 잊을 수 없는 연출 없으세요? 결정적인 대실수였다거나. 그때만 생각하면 오싹한.
송창의 많죠. 예전에 부장님이 나보고 항상 시한폭탄이라고 했어요. 눈 잠깐 떼면 사고친다고. 제가 좀 부족한지, 사고를 많이 쳤어요. 삼풍대참사 나고 제가 를 할 땐데… 여자 생존자 둘을 섭외해서 토크쇼를 했었죠. 아직 사망자 가족들의 보상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땐데 전 욕심으로 생존자를 부른거예요. 처음엔 숙연하게 잘 나갔어요. 잘 나가다 마지막에 “조순 시장이 문병왔을 때 어땠냐”고 물었죠. 그런데 “무슨 산신령이 온 줄 알았다”는 대답이 나오니까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지는 거예요. 그게 방송이 나간 거예요. 새벽에 전화받고 불려가 유족들에게 밤새 사과하고 혼줄이 났어요. “너네들이 이 시점에서 웃고 즐길 분위기냐”고. 유가족들이 ‘송창의는 사과하라’는 피켓 들고 시위하는데… 내 이름이 그렇게 크게 난 건 처음이었어요. (웃음) 그 살떨리는 기분 모를 거예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김어준 화형식을 당할 뻔 하셨군요. 두 번째로 기억나는 실수는?
송창의 이건 좀 억울한 경우인데 할 때예요. 이휘재, 이문세, 이홍렬씨가 MC하던 때인데, 재미삼아 장난을 좀 쳤거든요. 김애경씨라고 있어요. “그렇스읍니다” 하는 콧소리 내면서 파마머리 한, 좀 나이든 여자탤런트죠. 몰래카메라 식으로 이휘재하고 김애경씨하고 사귄다고 방청객들을 속였거든요. 막말로 생쇼를 했어요. 처음엔 안 믿다가 김애경씨가 “휘재 이뻐” 하면서 뺨도 쓰다듬어주고 진짜처럼 하니까 분위기가 살벌해지더라고요. 그때쯤 해서 “메롱” 하면서 아니라고 하니까 막 뒤집어졌죠. 그 다음날 출근했는데 방송사 분위기가 전부 조용해요. 항의전화 오고 신문에도 두드려맞고 난리가 난 거예요. 그래서 사과방송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도 헷갈려요. 거짓말로 끝낸 것도 아니고 5분 뒤에 정확히 사실을 밝혔는데 내가 시청자를 우롱한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저한테 얘기를 좀 해주십시오. 제가 생각을 바꿀 테니까.
김어준 바꾸지 마십시오. (웃음)
김규항 지금 사회분위기도 바뀌었으니까 한번 더 해보죠. 어떻게 되나. (웃음)
전위적으로 놀았던 대학 시절
김어준 미국에서 클린턴 성추문이 한참 시끄러울 때, 힐러리와 르윈스키 대역이 나와서 막 쥐어뜯고 물고 권투를 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인기 있었죠. 그래도 그게 코미디니까, 웃으라고 하는 거니까 넘어갈 수 있는 거거든요. 우린 웃음에조차 그런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데, 그런 제약들을 고려하면서 웃음의 포인트를 찾아내는 게 장난 아닐 것 같은데. 어떻게 찾아요? “이 포인트에서 사람들이 웃을 것이다”… 그걸 어떻게 잡아내요? 말로 하긴 힘들겠지만.
송창의 예를 들어 미술 하는 사람 보고 넌 색칠을 어떻게 해서 그런 색을 냈냐라고 하는 건 설명하기 힘들잖아요. 그게 어느 한 순간에 기술적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엔 어렸을 때 만화, 영화, 쇼 같은 걸 많이 보고… 또 그런 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보고 나면 오프닝부터 끝까지 애들한테 얘기해 주면서 웃기는 그런 것도 좀 있었고.
김어준 그러니까 스스로 재밌었군요.
송창의 코미디 프로를 하려면 PD도 개그맨적 속성이 없으면 안 돼요. 남 웃길 줄도 모르고 누가 웃기는 거 알아 듣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코미디 프로를 하겠어요. 드라마나 교양쪽은 항상 정시, 바르게 보는 시각… 예능 이쪽은 사시, 삐딱하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오락프로 많이 하다보면 눈이 좀 틀려져요. 한 예로 북한산에 갔는데, 정상에서 사람들이 김밥을 까먹고 그러는데 갑자기 구조헬기가 떴단 말입니다. 낙엽이 구르고 흙먼지가 날리고 풍지박산이 난 거예요. 그런데 거기 100여명의 등산객 중에 웃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전부 정색을 하고 “먼지구덩이에 김밥 날아가네” 걱정을 하지요. 근데 저하고 작가들끼리만 막 낄낄대고 웃는 거예요. 저거 써먹어야지. 코미디잖아요, 그 상황이. 어렵게 올라왔는데 먼지 바람에….
김규항 코미디가 시대별로 흐름이 있잖습니까. 슬랩스틱으로 가다가 말장난으로 다시 돌아오고 하는데, 제 기억으로는 신문이나 지식인들의 비판은 늘 반대였던 것 같아요. 가령 이런 식이죠. 슬랩스틱이 많을 때는 “우리나라 코미디는 만날 엎어지고 뒤집어지고 바보흉내만 낸다. 선진국에선 말로 다 웃긴다”고 비판하고, 이제 말로 웃기는 시대가 되니까 “말장난만 하고 정통코미디가 없다”는 식이죠. (웃음) 요즘은 주로 말장난 코미디가 많은 것 같아요. 도 그렇고.
송창의 를 봐도 말장난이 많죠.
김어준 그게 말장난으로만 보이십니까. (웃음)
김규항 그게 다죠. (웃음)
김어준 좀더 있어. (웃음)
김규항 이제 50을 바라보는데,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합니까.
송창의 저는 아직도 제가 젊을 때, 한창 자랄 때 했던 걸 곶감 빼먹듯이 빼먹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휴학까지 포함해 한 5년의 대학생활 동안 정말 전위적으로 놀았거든요. (웃음) 그러다보니 지금 좀 ‘또라이’ 짓을 해도, 그때 비하면 굉장히 보수화가 된 거예요.
김규항 전위적으로 놀았다는 게 어떤 겁니까.
송창의 70년대 그 험악한 시절에 김종서처럼 머리 기르고, 음악도 프로그래시브한 것들만 듣고, 뭔 얘긴지도 모르면서 괜히 골치아픈 걸 봐야 책을 본 듯한 착각에 빠져살고.
김규항 듣다보니까, 결국 선생님이 잘 나가는 건 다 재능이고, 잘 나서 그렇다는 말씀이군요. (웃음)
송창의 전 잘 난 거 아무것도 없어요. 겸손한 것 하나만 잘 났어요. (웃음)
김어준 나, 화날려고 그래. (웃음)
요즘 가수들이 음악성 훨씬 좋다
김규항 녹음기 꺼! (웃음) TV를 보며 제가 느끼는 건,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전부 연예인 기질이 있다는 겁니다. 길거리에서 인터뷰 따거나 쇼 한번 해보라고 하면 다들 천연덕스럽게 잘 하거든요. 엉성한 개그맨보다 나은 경우도 많죠.
송창의 이게 쉽게 얘기하면, 이제는 연예인도 실력이 없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런 친구들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튀어야 하기 때문에. 선배가수들은 요즘 어린 가수들이 노래도 못한다고 질타를 하기도 하는데, 제가 볼 땐 안 그래요, 요즘 애들이 음악성이 훨씬 좋아요. 제가 프로를 80년대 말에 할 때만 하더라도, 가수들 중에는 연주그룹을 만들어서 쇼를 만들고 싶어도 그게 안 됐어요. 악기를 연주하는 가수가 별로 없는 거야. 기타나 조금 칠까. 지금은 기타에 건반에 드럼에 작곡에 작사에… 댄스 가수 애들도 웬만한 컴퓨터 음악 자기가 다 만들고 다 그래요. 그만큼 업그레이드됐어요.
김어준 근데 여자 연예인 중에 누가 제일 예쁩니까. 겉모양 말고.
갑자기 화제가 엉뚱하게 돌아갔다. 김어준의 평소 지론이자 그의 ‘쾌도난담 소원’은 젊은 여자연예인을 게스트로 모시는 것. “그 얘기 좀 그만 하라”는 김규항의 타박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한 김어준. 사실은 김규항도 심심찮게 가세했지만.
김어준 정확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송창의 하도 많아 가지고 뭐….
김어준 말도 통하고 나름의 주장도 있고….
송창의 김혜수가 좋지 않은가?
김규항 진행하던 토크쇼도 끝났다던데.
송창의 어제 끝났어요.
김어준 김혜수한테 전해주겠습니까? (웃음)
송창의 저는 A급은 잘 몰라요.
김규항 어준이 그만하고 결론이나 내봐.
김어준 젖 같은 소리?
김규항 무슨 소리야. 말되는 걸로.
김어준 형이 좀 해봐. 하긴 만날 썰렁하지. 이건 어때. TV좀 작작 보자!
김규항 바야흐로 전 국민이 연예인 지망생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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