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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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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층 주상복합’의 용산 사각동맹

‘파크앤시티’ 믿고 불법 용도 변경 공사 진행 중…
전 용산구청 도시관리국장은 92평짜리 분양받아
등록 2009-02-24 14:23 수정 2020-05-03 04:25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의 뒷배경이 된 건설사-조폭-구청-재개발조합의 ‘사각동맹’( 748호 표지이야기 참조)은 문제의 용산 4구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 입주가 진행 중인 용산구 ㅍ주상복합아파트에서도 이들의 끈끈한 관계가 확인됐다. 해당 오피스텔에서는 불법적인 용도 변경이 이뤄지고 있는데, 참사가 난 용산 4구역 정비업체 ‘파크앤시티’의 실소유주이자 조폭 출신인 이아무개 회장(전 용산구 의원)가 여기에도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용산구청은 지난 1월 현장지도를 했음에도 불법 용도 변경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박장규 용산구청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김아무개 전 용산구 도시관리국장이 이 오피스텔 304㎡(92평)짜리 1채를 우선 분양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월19일에 찾은 서울 용산구 ㅍ주상복합아파트의 위용. 사각동맹의 검은 커넥션은 참사를 빚은 용산4구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2월19일에 찾은 서울 용산구 ㅍ주상복합아파트의 위용. 사각동맹의 검은 커넥션은 참사를 빚은 용산4구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현장지도 다녀온 용산구는 “문제 없음”

지난 2월20일 오후 찾은 서울 용산구 용산동 ㅍ주상복합아파트 103동. 현재 80% 정도 입주가 진행된 상태다. 전체 40층 가운데 2층부터 18층까지는 오피스텔인 건물 내부 곳곳에서 망치와 드릴 소리가 들렸다. 아직 입주가 이뤄지지 않아 문이 열린 곳에 들어가보니, 내부 칸막이와 함께 화장실을 추가로 만들고 있었다. 화장실 난방을 위한 보일러 파이프가 삐죽 튀어나와 있고 바닥엔 몇 시간 전 미장 작업을 한 듯 축축한 시멘트가 깔려 있었다. 문 옆에는 샤워부스와 변기, 세면대를 설치할 계획임을 알리는 설계도가 붙어 있었다. 화장실 겸 욕실인 셈이다. 한 인부는 “화장실을 만들고 있다”며 “인테리어 재질은 가장 좋은 걸 쓰고 있다”고 말했다.

ㅍ주상복합아파트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이미 오피스텔 126채 가운데 50채 정도는 공사가 끝났다”며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용도 변경해 쓰기 위해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한 채당 1억∼2억원 정도 가격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주상복합아파트는 지난 10월31일 개별 건물에 대한 준공허가를 받았다. 공원, 도로 등을 포함한 도시환경정비사업 전체에 대한 준공허가는 아직 받지 않은 상태다. 김진철 용산구 도시계획과 주임은 “지난 1월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쓰기 위해 내부를 고친다는 제보가 있어 현장지도를 다녀왔지만 불법 용도 변경을 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화장실을 1개 더 만들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 건축기획과의 조한권 사무관은 “2004년 6월 나온 국토해양부의 오피스텔 건축기준 고시에 따르면, ‘욕실은 (오피스텔 1채당) 1개 이하로 5㎡를 초과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언제 건축허가를 받았든 지난해 준공허가를 받은 뒤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하는 건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말했다. 구청 직원은 관련 규정조차 모르거나, 알고도 눈감아준 셈이다.

이처럼 대담한 불법 용도 변경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용산구 사정에 밝은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파크앤시티’의 실소유주인 이아무개 회장이 ‘내가 용산구청 쪽 문제는 해결할 테니 공사를 맡기라’고 해서 시작된 것”이라며 “이 회장의 뒷배 없이는 그런 식의 불법 용도변경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크앤시티’는 용산 4구역 재개발의 컨설팅과 시행을 맡은 업체다. 용산구의원 출신인 이 회장은 폭력조직 ‘ㅇ파’ 우두머리로 구속된 바 있으며, 범서방파 김태촌씨와도 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소 박장규 용산구청장과도 친밀한 관계를 과시해왔다. 이 회장은 과의 통화에서 “(ㅍ주상복합오피스텔 공사 개입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기자 선생이 더 할 얘기가 많아도 이해해달라”고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참사가 난 용산 4구역의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이 ㅍ주상복합아파트의 시공을 현대건설과 함께 맡았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 아파트 주민 김아무개씨는 “아직 전체 준공허가도 안 난 상황에서 시공사가 불법 용도 변경을 모를 리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홍보팀의 조근호 차장은 “어느 정도로 용도 변경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소유주가 취득세까지 내고 입주하게 되면 그 이후에 용도변경을 하는 경우 시공사가 뭐라 할 권리가 없다”며 용도변경과 삼성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구청장 대신 혼자 독박”

용산구청 재직 당시 ‘박장규 용산구청장의 오른팔’로 불리던 김아무개 전 용산구청 도시관리국장이 지난해 ㅍ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304㎡(92평)짜리 보류지 1채를 분양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보류지는 재개발 사업을 할 때 각종 민원이나 소송에 대비해 일정 비율의 세대를 일반분양하지 않고 남겨놓는 것을 말한다. ㅍ주상복합아파트의 보류지는 92평짜리 오피스텔 1채뿐이다. ㅍ주상복합아파트 조합은 지난해 7월 이런 결정을 내렸다. 조합은 1월 발행한 소식지에서 “잔여 보류지 분양 대상은 원론적으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철거 전 세입자로 하되, …조합 업무와 연관돼 옥고를 치르고 퇴직금과 연금 없이 파직된 용산구청의 전 도시관리국장에게 우선 분양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오피스텔의 감정가는 9억4천여만원인데, 한 부동산중개소 사장은 “92평짜리 오피스텔의 현재 시세는 13억∼14억원가량”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세로만 따져도 최소한 3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ㅍ주상복합아파트 단지 안의 92평짜리 오피스텔 내부. 화장실 겸 욕실 공사가 한창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선이 욕실 난방을 위한 보일러용 온수관(왼쪽 위). 욕실 바닥은 미장 공사를 막 마친 상태였다(오른쪽). 벽에 붙은 설계도는 샤워부스와 변기, 세면대가 들어설 예정임을 알리고 있다(아래).

ㅍ주상복합아파트 단지 안의 92평짜리 오피스텔 내부. 화장실 겸 욕실 공사가 한창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선이 욕실 난방을 위한 보일러용 온수관(왼쪽 위). 욕실 바닥은 미장 공사를 막 마친 상태였다(오른쪽). 벽에 붙은 설계도는 샤워부스와 변기, 세면대가 들어설 예정임을 알리고 있다(아래).

여기서 주목되는 대목은 ‘조합 업무와 연관돼 옥고를 치르고’라는 부분이다. 김 전 국장은 현직이던 지난 2006년 용산의 재개발업체 등에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가 관내 ㅅ노인복지 단체에 기부를 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로 입건됐다(당시 김 전 국장은 다른 뇌물수수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상태였다). 이때 ㅍ주상복합아파트 조합의 김아무개 조합장도 조합 돈 3억원을 기부(업무상 배임)한 것으로 드러나 김 전 국장과 함께 입건됐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은 박장규 용산구청장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서부지검에 송치했다. 박 구청장이 2000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용산구청이 주도적으로 만든 ㅅ노인복지 단체를 통해 수천 명의 유권자에게 경로잔치, 선심성 관광, 경로당 운영 비용 등으로 8억8천여만원을 제공했다고 본 것이다. 김 조합장은 3억원을 내는 대가로 박 구청장에게 “서울시 도심 재개발구역 지정을 받게 해달라”는 청탁을 하고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면담도 주선받은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은 김 전 국장만 기소하고 박 구청장과 김 조합장 등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경찰 수사팀은 ‘딱 떨어지는 건을 잡았다’고 생각했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결정이 나 모두 황당해했다”고 말했다.

ㅍ주상복합아파트 조합원들로 이뤄진 ‘용산공원남측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재산권보호위원회’의 최진수 위원장은 “경쟁입찰에 부치면 조합의 이익이 커지는데도 조합원도 아닌 김 전 국장에게 감정가 그대로 분양한 건 납득할 수 없다”며 “조합이 업무상 배임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산권보호위원회는 조만간 일부 조합 간부들을 고발할 계획이다. 그러나 ㅍ주상복합아파트의 김아무개 조합장은 “김 전 국장이 복역 중에 우리 쪽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돼 5∼6달 더 (감방에서) 살았다”고 배경을 설명한 뒤 “인도적인 측면에서 도와주는 게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본인이 직접 보류지 분양 대상자로 김 전 국장을 추천했다는 김 조합장은 배임 논란과 관련해 “4군데로부터 감정평가한 금액 그대로 조합 대의원회와 주민총회 절차를 밟았고, 규정대로 다 한 것을 편견과 의혹을 갖고 큰 시혜를 준 것처럼 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국장, 건설업체 뇌물수수 혐의도

용산구청의 한 직원은 “김 전 국장은 박 구청장 부임 뒤 사회복지과장으로 재직하면서 ㅅ노인복지 단체와 관련한 업무를 맡았고 이후 요직인 총무과장과 도시관리국장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며 “구청장과 김 조합장이 무혐의 처분 나면서 ‘김 국장이 혼자 독박 썼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김 전 국장은 과의 통화에서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만 말한 뒤 더 이상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김 전 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이 수사를 벌이기 직전에 관내 ㅎ건설업체에서 공사 수주를 대가로 현금 2500만원과 골프 접대 등 5200만원가량을 받아챙긴 혐의(뇌물수수)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의해 구속된 바 있다. 당시 혐의 내용에는 박장규 구청장이 회장으로 있는 용산구 충청향우회에 회식비 명목으로 1500만원을 보내도록 ㅎ건설업체에 요구한 혐의도 포함됐다.

1년6개월의 실형을 살고 지난해 초 출소한 김 전 국장은 현재 ㅎ건설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ㅎ건설은 현대건설이 용산구 이태원동에 짓고 있는 종합행정타운의 토목공사를 지난해 6월부터 맡고 있다.



임대주택·이주비 논란
세입자는 ‘둘 중 하나’ 아니라 ‘둘 다’ 받아야



화재 참사가 빚어진 서울 용산 4구역에서는 철거용역 문제와 더불어 이사비용(동산이전비)과 임대아파트 신청을 놓고도 조합과 세입자 간 갈등이 컸다. 이런 문제는 각종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 몸싸움과 욕설이 끊이지 않게 하는 단골 주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19일 흥미로운 재판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행정법원 형사1부(재판장 김인욱)는 용산 4구역에 들어설 주상복합에 임대주택 84채를 포함하도록 돼 있는 사업계획 내용을 무효화해달라며 조합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것이다. 조합 쪽은 임대주택 신청자가 적으니 임대주택을 짓지 않겠다는 논리를 폈다.
조합 쪽의 논리에 대해 용산 4구역 세입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참사가 난 남일당 건물 근처에서 살며 식당을 운영하는 이강희(43)씨는 “2003년 말 OS(동의서 수령 대행)를 하러 다니던 정비업체의 일당 직원들이 겁을 줬기 때문에 (임대주택 신청을) 포기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직원들이 ‘임대아파트 한 칸에 매달 100만원씩 관리비가 나가는데 당신이 능력이 되느냐’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4구역 조합 쪽의 의견은 다르다. 임대주택 신청이 들어온 34세대는 임대로 짓되, 나머지는 일반분양을 해주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춘우 4구역 조합장은 “임대주택이 많으면 일반분양이 안 되고, 공과금이나 관리비도 재산이 적은 분들이 감당하기 힘들지 않느냐”면서 “그러나 지금이라도 임대주택을 신청하겠다고 건의하는 세입자들이 있다면 (수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비용도 논란거리다. 이사비용을 받지 못하고 이사한 용산 4구역 세입자 90여 명은 지난해 11월 용산구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구청도 지난 연말 조합 쪽에 지급을 요구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는 재개발 조합이 주거 세입자들에게 주거이전비 외에 일종의 이사비용인 동산이전비(33㎡는 30만원, 99㎡ 이상은 100만원)를 지급하게 돼 있다. 참사 직후 이사비용 미지급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조합은 이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용산 4구역 조합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시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이사비용을 주라고 권했지만, 조합 쪽 일부가 협상을 하면서 처리하겠다는 태도였다”고 돌이켰다. 재개발 속도전을 위해 법으로 정한 이사비용마저 협상 카드로 쓴 셈이다.
임대주택과 이주비용은 재개발 갈등의 단골 레퍼토리다. 가장 흔한 사례는 임대주택과 이주비용 중 하나를 택하라는 조합 쪽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임대주택 신청을 못했다고 항변하는 경우다. 서울시와 자치구들도 도시계획사업 지역의 세입자들에게 임대주택과 주거이전비 중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2007년 4월 시행된 토지보상법은 공익사업에서 가옥이 철거되는 세입자는 주거이전비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토지보상법이 시행된 2007년 4월과 서울시가 이를 반영한 규칙을 개정한 2008년 4월 사이에 사업시행 공고가 난 지역에서는 세입자의 두 가지 권리를 모두 보장할 수 없다는 태도다. 김윤규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토지보상법에서는 주거이전비만을 보장하고 있고, 임대주택 입주권은 지자체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2008년 4월 이후로는 서울시가 도시계획사업 지역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와 임대주택 입주권을 모두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 ‘나눔과 미래’, 진보신당 등은 주민들과 함께 서울시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글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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