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텃밭의 아티초크. 수확한 꽃송이는 작지만 텃밭에서 거대한 은회색 잎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심게 되는 식물이 있다. 나에게 ‘아티초크’가 그렇다. 죽순, 감자, 옥수수를 섞어놓은 맛이 난다는 이 식물은 브로콜리처럼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를 먹는데 수확물이 꼭 솔방울을 닮았다. 먹는 방법도 복잡한데, 손질할 때는 솔방울의 절반 정도를 날려버리고 가시를 잘라낸 뒤 찌거나 구워 먹는다. 그마저도 꽃잎을 하나하나 떼어내 이로 끝부분만 긁어 먹어야 한다. 꽃잎을 다 떼어 먹고 나면 나오는 조그마한 꽃받침을 ‘아티초크 하트’라고 하는데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식감을 지닌 그 부분이 핵심이라나. 분명 아는 맛일 텐데 잎이나 열매를 먹는 게 아니라 커다란 꽃을 먹는다고 하니 괜히 호기심이 생긴다. 게다가 재배도 어렵고 먹기도 번거롭다니, 이상하게 그래서 더 기르고 싶고 먹고 싶어지는 식물이다.
아티초크는 2020년 달리아 구근을 나눠준 정원활동가가 함께 건네준 씨앗 몇 알로 인연이 생겼다. 지금은 국내 종묘사에서도 판매하지만 당시에는 해외직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쉽게 구할 수 없는 씨앗이었다. (씨앗을 직구하려면 검역증을 첨부하거나 사전에 검역을 신청해야 한다. 해본 사람은 씨앗 직구가 얼마나 성가신 일인지 안다.) 그 귀한 씨앗이 내 손에도 들어왔으니 매년 3월 한두 포기만 아끼며 파종해 애지중지 길렀건만 여름 장마가 찾아올 때마다 속절없이 죽어버렸다. 장맛비를 맞은 아티초크는 밭에서 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데, 아티초크가 죽을 때마다 왜 사람들이 식물의 어떤 죽음을 ‘녹는다’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아티초크는 경작 행위에 미치지 않으면 절대 심을 수 없는 식물인데, 심은 해에 바로 수확을 못하는 다년생식물인데다 겨울에는 화분에 옮겨 심어 실내에 들였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심어야 한다. 희귀한 것을 탐하는 마음과 어려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열망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면서도 매년 심고 또 죽여왔다.
그런데 올해는 이 아티초크를 수확했다! 물론 사진으로 보던 대로 주먹만 한 크기는 아니고, 내 것은 호두알만 한 크기라서 손질한 뒤에는 한입이 아니라 반입도 안 되지만. 그래도 성공의 비법을 살짝 풀어보자면 이렇다.
보통 이듬해 꽃을 피우는 식물은 일정한 저온을 겪어야 꽃눈이 형성된다. 이걸 원예에서는 ‘춘화 처리’(Vernalization)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중해 연안 출신인 아티초크가 2년째에 꽃봉오리를 만드는 조건은 무엇일까? 힌트는 지중해성 기후의 특징에 있다. 기온이 영하 언저리에 머물면서 촉촉한 지중해의 겨울처럼 일정 기간 저온 조건을 맞춰 식물을 살짝 속이면 된다.
내가 사는 인천 지역에서는 3월 중순쯤 땅에 심으면 밤 기온이 영하로 살짝 떨어지기 때문에 아티초크를 속이기 좋다. 물론 매일 일기예보를 살펴보며 제발 영하로 머무는 시간이 짧게 스쳐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졸임이 필요하지만. 그동안은 3월에 파종해 5월에 심었지만, 올해는 2월 초에 파종해 3월에 심었더니 성공이다. 12월이나 1월에 파종해 모종을 더 크게 키워놓은 뒤 정식했다면 지금보다 더 큰 ‘초크’(꽃봉오리)를 얻지 않았을까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아티초크는 다년생식물이라 더 큰 초크는 내년에 기대할 만하다. 이제 덩치 커진 아티초크를 장마가 끝날 때까지 무사히 살리는 것으로 다음 미션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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