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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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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가 뭣인디, 림보가 정답인디

난이도 낮춘 퀴즈의 최대 걸림돌 ‘림보’ 세대…

‘림프’라 쓰셨어도 내년 설 퀴즈큰잔치까지 안녕히 지내세요
등록 2016-10-25 06:04 수정 2020-05-02 19:28

‘림프’(액)는 림프계를 흐르는 무색·황백색 액체로 한자로 임파(淋巴)라고 부릅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주의해야 할 기관 중 하나입니다. ‘림보’는 여러 뜻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춤입니다. 중앙아메리카에서 발생한 댄스로 춤을 추면서 허리를 뒤로 꺾어 낮게 가로놓인 막대 밑을 지나는 라인댄스의 한 갈래입니다. 라틴어로 ‘변방’(edge), ‘경계’(border)란 뜻도 있습니다. 이 뜻이 종교적으로는 ‘연옥’(煉獄·purgatory) 혹은 죽은 자들이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머무르는 교차 지역을 일컫기도 합니다.

제1129호 한가위 합본 특대호에 실린 퀴즈큰잔치의 희비는 바로 이 ‘프’와 ‘보’에서 갈렸습니다. 세 번째 고개 ‘우리말 짜맞추기’의 가로 10번 문제입니다. ‘고등교육을 받고도 희망이나 가능성 없는 일에 내몰리는 20대를 가리키는 말’의 정답은 ‘림보’ 세대였습니다. 이 문제에 탈락자의 대부분이 걸렸습니다.

오답은 다양했습니다. 세로 7번(‘죽림’)을 맞힌 분들의 고뇌가 특히 더 역력했습니다. ‘림프’가 압도적으로 많긴 했지만, ‘림’으로 시작하는 각종 낱말들의 향연이 이어졌습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가 청년 세대들의 꿈과 의욕을 앗아가 세상을 연옥으로 만들고 있는 때, 마저 누군가들의 당첨 기회를 박탈한 것은 아닌지 그 낱말들의 모음을 유심히 살피는 마음은 괴로웠습니다.

지난 설 퀴즈큰잔치에 이어 한가위에도 문제를 쉽게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가뜩이나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은 세상, 퀴즈에서라도 좀 넉넉함을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다른 고민도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는 때에 손으로 꾹꾹 눌러쓴 엽서를 보내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마음 졸였습니다. 매일매일 도착하는 엽서들을 확인하며 엽서가 적게 오는 날에는 괜히 울적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이 “이번에는 엽서가 많이 안 왔네요” 할 때마다 ‘망함’에 대한 우려인가 싶어 떨렸습니다.

다행히 응모엽서의 총량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한 상자를 훌쩍 넘칠 만큼 많은 엽서가 도착했습니다. 지난 설 퀴즈큰잔치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도 바로 응모할 수 있었는데, 카카오톡 계정(카카오톡 친구 찾기에서 ‘h21’ 검색)으로 많은 분이 참여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카카오톡 친구가 1천여 명 늘어났습니다. “ 퀴즈를 보니 명절이 온 것 같다”는 반응이 온·오프라인에 두루 있었습니다. 모두 반갑고 감사합니다.

출제자의 의도대로 림보와 림프 외엔 특별히 까다로운 문제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전체 응모자 가운데 정답자와 오답자의 비율은 엇비슷했습니다. 당첨자 추첨은 김완, 김효실, 전진식 기자가 공정과 신중을 기해 했습니다. 당첨되지 못한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곧 겨울이 올 텐데, 퀴즈큰잔치에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 부디 임파선염 조심하시고, 다가올 2017년 정유년 설 퀴즈큰잔치 때까지 허리 꺾을 일 없이 살다가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설 퀴즈 이즈 커밍!

출제위원장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2016 한가위 퀴즈큰잔치 정답 첫 번째 고개 ( 우이독경 ) 두 번째 고개 ( 1 ) 세 번째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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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등 당첨자 인터뷰“평생 구독하면서 행복하게 살겠다”

이윤미(36) 독자에게 당첨 안내 문자를 보내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연락이 오지 않았다. 몇 시간 만에 온 전화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다시 알렸다. “ 한가위 퀴즈큰잔치 1등에 당첨되셨습니다.” 그녀는 정확히 세 번 외쳤다. “1등이오, 1등이오, 1등이오.”

축하한다, 퀴즈큰잔치 1등에 당첨됐다.

믿기지 않는다. 1등이란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막 두근거렸다. 정말 얼떨떨하다. 정말 모닝을 주는 건가? 모닝 맞죠. 생각도 못했다. 실감이 안 난다.

당첨될 거라고 생각을 안 했나.

전혀 못했다. 아무래도 몇 마디 적은 것이 효험이 있었나보다. (그녀는 에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달라는 난에 “모닝 주시면 평생 을 구독하며 행복하게 살겠다”고 적었다.)

아니다, 그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공정하게 뽑았다. 오랜 독자였나.

13년차 교사인데, 을 정기구독한 건 6년쯤 된 것 같다. 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기사를 꾸준히 써서 진보적 시선으로 사회를 볼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 특히 레드와 블루 섹션을 재밌게 보고 있다. 퀴즈는 매년 응모하지 않았고 띄엄띄엄 했다.

퀴즈가 어렵진 않았나.

그동안 읽은 내용 상기하고 검색하고, 특별히 어렵진 않았다. 우리말 짜맞추기의 경우 ‘이런 단어들이 있었어’ 하는 것은 있었다. 근데 그게 좋다. 어려운 것일수록 맞히면 쾌감이 있지 않나.

선생님 같은 말씀이다. 교사라고 했는데, 교사가 보는 한국 사회는 어떤가.

전교조 소속 교사인데, 법외 노조가 되어 마음 아프다. 참교육을 위해 애쓰는 선생님들이 고생하는 것도 그렇고. 노조가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해직자 가입을 이유로 이렇게 된 게 너무 안타깝다. 학교 밖에서 ‘교실 붕괴’ 이런 말을 많이 하지만 교실에서 보면 아이들은 너무 반짝거린다.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몰아 행복지수가 낮은 사회지만, 교실에서라도 아이들과 행복하려고 노력한다.

모닝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

일단 출퇴근용으로 쓰고, 친구와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당첨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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