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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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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이름으로… “여러분, 늘 고맙습니다”

한가위 퀴즈큰잔치 300여 통 응모…

독자님들 뭉클한 사연에 ‘21’이 위로받았습니다
등록 2018-10-27 06:31 수정 2020-05-02 19:29

최근 이사를 해서 출퇴근 시간이 전보다 길어졌습니다. 음악만 듣는 게 질려 라디오를 오랜만에 들어봤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웃고 울리고 위로하던 이들이 여전히 그대로 있었습니다. 회사에 지각한 사람, 아이들 등교시키고 한숨 돌리는 양육자, 힘든 하루를 마감하며 맥주 한 캔을 따는 사람들, “얼굴에 팩 하고 있는데 라디오 듣다 웃어서 망했다”는 누군가…, 그리고 이들이 보내온 사연을 읽고 격려와 위로를 건네는 디제이(DJ)들.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영상, 인터넷 기사 댓글창에선 찾기 힘든 평범한 이들의 체온이 여전히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죠.
한가위 퀴즈큰잔치에 300여 통의 응모엽서가 도착했습니다. 참여해주신 독자들의 엽서를 하나하나 들춰보며 라디오 디제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어떤 선물이든 좋으니 가장의 체면을 살려달라” “저 때문에 고생하시는 어머니에게 효도할 기회를 주세요” “모닝 모닝 모닝 모닝 모닝…” 등의 글을 볼 때는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그림 솜씨를 뽐내신 분, 예쁜 스티커나 말린 꽃잎을 엽서에 붙여 보내신 분들의 정성에 감탄했습니다. “좀더 친절한 기사를 써달라”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계속 다뤄달라” “주장만 있고 대안 제시가 미흡하다” 등 애정 어린 쓴소리에는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고생이 많다” “ 잘하고 있다”는 응원글을 볼 때면 어깨가 으쓱했습니다. 을 향한 뜨거운 애정을 확인하며 위로받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참고로 퀴즈가 실렸던 제1230호 표지이야기인 ‘슬픈 돼지의 경고’를 많은 독자분이 인상 깊게 본 기사로 꼽아주셨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라디오를 들으며 사연을 많이 보냈습니다. 두 번 소개됐지만 상품을 한 번도 받지 못해 디제이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입장이 바뀌었네요. 엽서를 보낸 모든 분들에게 원하는 상품을 드리지 못하니 디제이들의 심정이 이제야 이해됩니다. 송구할 뿐입니다.
또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퀴즈 문제가 너무 어렵다고 호소하거나 섭섭함을 표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문제 난이도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독자분들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음 퀴즈큰잔치에는 좀더 쉬운 문제를 내려고 합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오답을 보낸 분들에게도 ‘아차상’으로 작은 상품을 드리려 합니다. 당첨자 수가 많다보니 전체 당첨자 명단은 11월1일 목요일 누리집에 공개하겠습니다.
라디오 디제이는 프로그램을 마칠 때 클로징 멘트(매듭말)를 합니다. 충북 청주에서 3살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의 사연으로 마무리를 대신하려 합니다. “직장-퇴근 뒤 육아, 집안일-직장-육아가 반복되면서 찌들어 멍해진 머리가 맑아지는 순간이 포장 비닐 뜯는 시간이에요. 어디 가지 말고 거기 있어주세요.” 네, 어디 가지 않고 늘 같은 자리에 있겠습니다. 여러분, 늘 고맙습니다.

*정기구독자에게 드리는 1~3등 상품은 10월23일 저녁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한 독편3.0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신 독자분들 중 퀴즈에 응모하지 않은 분들이 직접 추첨해 주셨습니다.

출제위원장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1등 당첨자 인터뷰


청년 귀농인에 날아온 굿‘모닝’


이예이 제공

이예이 제공

“진짜요? 진짜요?”
충남 홍성의 한 대안학교 식당에서 일하며 농사도 짓는 이예이(31)씨는 1등 당첨 소식을 전하는 전화에 “진짜요”를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어안이 벙벙하다”며 말을 잇지 못하는 그를 붙잡고 1등 수상 소감을 물어봤다.
2년째 정기구독을 하는 그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두 번째 도전에서 1등의 영예를 안았다. 사흘 동안 틈틈이 ‘폭풍 검색’으로 문제를 푼 그는 “어렵긴 어려웠다”고 한숨을 쉬었다. “검색창을 여러 개 띄워놓고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규모가 너무 작아 농사짓는다고 말하기 민망하다”고 하지만 그는 남편과 대안학교 농업과정을 이수하고 농촌에 정착한 ‘청년 귀농인’이다. 하루에 버스 4대가 다니는 동네에 살고 있는 그에게 1등 선물인 자동차는 정말 필요한 것이었다. “여기는 어디든지 가려면 차가 있어야 해요. 지금은 스쿠터를 타고 출퇴근을 하거나 외출하는데 비나 눈이 오면 움직일 수 없어요. 걸어서 출근하면 1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1등이라니 너무 놀라서… 남편한테 이야기하니 ‘헐~’이라고 하네요.”
그는 퀴즈 응모엽서에 에 하고 싶은 말을 적는 곳에 “온라인의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다보면 현실감이 덜한 것 같아요. 지면에 인쇄된 활자를 따라 읽으며 타인의 고통을 좀더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네요. 진실을 위해 늘 애써주세요. 파이팅입니다!”라고 적었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면 집중이 안 된다”는 그는 을 보면 기자들의 체온과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동네에서 축사를 흔히 볼 수 있어 ‘슬픈 돼지의 경고’(제1230호 표지이야기)를 가장 인상 깊게 봤어요. 기사를 쓴 김현대 기자님의 체온과 감정이 느껴져 뭉클했어요.” 앞으로 농촌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이나 처우에 대해 이 취재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자동차로 열심히 동네를 누비며 을 주변에 알려달라”는 부탁(?)에 그는 “네, 그럴게요”라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당첨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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