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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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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드립니다

등록 2015-05-19 15:27 수정 2020-05-03 04:28

독자들께 보고드립니다. 편집장 된 지 두 달 됐습니다. 식은땀을 닦습니다. 낭떠러지 아래 깊은 강이 캄캄합니다. 그래도 흔들리는 밧줄 다리에서 내려갈 생각은 없습니다. 갈 길은 멉니다. 오늘은 중간 보고만 간단히 드립니다. 아직은 숨 놓고 돌아볼 때가 아닙니다.

이번호는 ‘지면 개편호’입니다. 한 달이면 되겠지 싶었던 일이 두 달로 길어졌습니다. 종이 매거진의 꼴을 다듬는 데 그만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두 달 동안 조금씩 바꿔왔는데 혹시 알아차리셨는지요.

우선 ‘브리핑’이라는 꼭지의 꼴을 완성했습니다. 바글바글 10, 이주의 키워드, 월드와이드 Q4, 더 친절한 기자의 뉴스 A/S, 떠난 사람 등을 한 호흡에 읽으면, 지난주의 어지간한 뉴스를 모두 파악할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이번호부터 ‘레드’ 꼭지도 바꿨습니다. 출판, 영화, 방송, 음악, 스포츠, 음식 등 여러 문화 영역의 리뷰와 기사들을 매주 싣겠습니다. 기왕의 훌륭한 필진에 더해 몇몇 칼럼 필자들도 새로 모셨습니다. 원래 저희의 강점이 문화, 교양, 지성에 있습니다. 계속 더 강하게 키우겠습니다.

뉴스룸의 구성도 바꿨습니다. 정치·사회·경제·문화팀 등을 통폐합해 취재1팀, 취재2팀으로 이미 간소화했습니다. 이제 새롭게 ‘객원기자’도 함께 일합니다. 기성 또는 대안 언론에서 기자 이력을 갖춘 훌륭한 인재를 뉴스룸 외곽에 모시고, 내부 기자들과 함께 더 좋은 기사를 준비하겠습니다. ‘뉴스 콘텐츠 제휴’도 새로 시작합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와 좋은 뉴스를 나누고 공동 취재도 벌이기로 약속했습니다. 앞으로 객원기자와 콘텐츠 제휴 매체가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은 하나의 매체인 동시에 여러 언론·언론인의 네트워크입니다.

다양한 기사를 갖추면서도 선택과 집중의 아름다움과 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미 통권 기획을 두 차례 발행했습니다. 이번호에도 발굴·추적 보도를 전합니다. 빈곤 주거에 대한 1년짜리 탐사보도도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1년 내내 또는 그 이상 집중하려는 다른 이슈도 있습니다. 앞으로 한 달 안에 그 가운데 몇몇을 선보이겠습니다. 한번 물면 놓지 않겠습니다.

기억나시는지요. 매거진이야말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미래이니(제1054호 ‘매거진이다’), 좋은 기자들에게 동전 한 닢 던져주지 않는 세상일지라도(제1055호 ‘유혹’), 대중언론·과학언론·문학언론의 ‘뉴저널리즘’을 구현하겠다고 다짐했지요(제1053호 ‘다시 뉴저널리즘’). 그 약속을 지키려다보니, 얼굴은 새까매졌고 두통이 심해졌습니다. 담배 한 개비 피워무는 짧은 휴식의 순간마다 미운 사람 또는 미안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몸과 마음을 추슬러 진짜로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디지털 혁신입니다.

현재 한국 언론을 지배하는 세 가지 체제가 있습니다. 자유 언론이 시작된 ‘1987년 체제’, 외환위기 이후 언론사 간 시장 경쟁이 본격화된 ‘1997년 체제’, 그리고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등장한 ‘2007년 체제’입니다. 스마트폰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이번호 표지 ‘유튜브 10년’은 천지개벽한 세상에 대한 기사입니다. 그것은 언론에 대한 기사가 아닙니다. 언론은 세상을 반영하고 투사하며 주조합니다. 언론이 곧 정치입니다. 언론을 혁신하겠다는 것은 정치를 혁신하겠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혁신하는 사람들의 언론’을 지향합니다. 말하자면, 정치(운동)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로 거듭나 한국의 정치를 혁신하는 언론. 그 보고서는 몇 달 뒤 다시 올리겠습니다. 물론 그때까지 쉼없이, 초록 악어처럼, 혁신 언론을 향해 차근차근 진격할 것입니다.

안수찬 편집장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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