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납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얼마인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그 시간이 온통 고통이었던 적이 있는가. 고통을 경감시키려고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나는가. 그래서 지금은 드디어 편안해졌는가. 가끔 뿌리째 흔들리지 않는가. 망각이 불가능하여 목 쳐들고 울었는가.
한낱 유치하고 찌질한 이별을 겪을 때조차 사람들은 특정 순간으로 끊임없이 회귀한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무엇을 했는지, 누구의 잘못인지. 왜 그렇게 헤어졌는지 묻고 또 묻는다. 질문들이 마음의 소를 이뤄 소용돌이친다. 알아내지 않으면 고통은 멈추지 않는다. 그 질문을 존중받지 못하면 분노가 인다. 이별을 애도하지 않는 이를 향해 적개심을 품게 된다. 그렇게 이별은 죽음의 병에 가까워진다.
예컨대 한 달 전, 정은주 기자는 “이젠 좀 접고 싶다”고 말했다. 새 편집장은 “세월호를 다시 파보자”고 했고, 기자는 “나도 그러고 싶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 취재가 “두렵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정 기자는 목을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찰나의 순간, 그와 나는 서로 다른 종류의 무수한 이별을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와 부모의 이별, 연인 또는 부부의 이별, 그런 이별들과의 이별, 그것과 이별한 사람들과의 이별.
정 기자는 이별과 이별하지 않기로 했다. 이별을 끝까지 치러내기로 했다. 다시 세월호 사건 취재에 달라붙었다. 이미 그는 세월호 사건을 한국에서 가장 많이 취재한 기자다. 그는 유족들과 함께 걷고 듣고 기록했고 기사로 옮겼다. 그의 지난 1년은 세월호로 채워져 있다. 이별의 고통을 온전히 전이받은 그 속은 벌써 새카매졌을 것이다.
4월2일, 서울 광화문에서 삭발한 세월호 유족들의 외침,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절규는 이별의 절차에 대한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선 대통령도 마음 깊이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인간이 겪어낼 수 없는 종류의 이별을 대통령은 두 번이나 치렀다. 다만 대통령의 옛 이별에 대해 당시 정부가 모든 자원을 동원해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별에는 그런 대접이 필요하다.
그런 대접을 준비하지 못한 것은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별의 실체를 묻는 세월호 유족들에게 한국 언론은 지난 1년 동안 거의 아무것도 답하지 못했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진상 규명은 정부의 책임인 동시에 언론의 책무다. 언론이 정치·예술·과학 등과 구분되는 것은 ‘오늘 우리의 중요한 사실’을 다루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논평은 모든 이의 권리이므로, 논평만 하는 언론은 논평하는 정치·예술·과학에 비해 우월하지 않다. 오직 사실과 진실이 언론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마저 놓아버리면 언론의 생명은 그만 끝나는 것이다.
은 이번 호부터 세월호 관련 기사를 연속으로 내놓는다. 그때 그 순간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최대한 규명하겠다. 지난 1년간 그랬던 것처럼 애도와 위로, 슬픔의 공유도 게을리하지 않겠다. 충분히 애도해야 다시 일상을 살아낼 수 있다. 지면의 부족으로 충분히 다루지 못한 기사가 있다. 다음 호, 그리고 그다음 호에도 세월호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기사를 싣겠다.
이별을 납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별의 원인을 밝히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일치한다. 그 다음에야 삶은 그나마 평온해진다. 규명 없이 평화 없다. 밝혀지지 않으면 지옥까지 가려는 게 이별당한 이의 삶이다. 우리는 그들의 이별을 그렇게 놓아두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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