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국민의힘이 윤석열과 같아진 이유는?

‘패닉성’ 횡설수설… 국격·경제 관심없고 대권·당권에만 혈안
등록 2025-01-17 20:34 수정 2025-01-20 11:42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내란죄 피의자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2025년 1월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내란죄 피의자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2025년 1월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식 5단계 논법이 있나보다. 아니었으면-아닐 거야-아닐 수도-아니었어-아니라니까, 버럭.

각 단계에 고유의 파토스도 담긴다. 간절하게-희망 회로를 돌려-의지를 담아-주변의 지지를 모아-우주의 기운까지 빌려 기정사실로,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린다. 불법 비상계엄과 내란을 대하면서도, 윤석열의 체포를 막으면서도 그러했다. 대통령이 국회나 선거관리위원회를 마비시키려던 게 아니었으면-맞아, 경고만 하려던 걸 거야-탄핵을 남발한 야당의 농간에 대통령이 당한 것일 수도-당 지지율도 오르고 있어-그러니까 대통령은 잘못한 게 아니라니까, 버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도 정당한 게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해 끝내 다 불법이라며 화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돌아보면 부정선거 음모론도 같은 방식으로 몸집을 불렸다. 당에서 공식적으로 지켜오던 선 긋기도 더는 되지 않는다. 이렇게 자가발전된 믿음의 결과, 온갖 몽니와 우기기, 정성스러운 주접이 넘실댄다.

윤석열은 끌려가면서까지 가장 추하고 어이없는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측근은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호송 차량 앞에 드러누워달라는 식의 당부까지 했다. 세상 모든 나쁜 우두머리와 그 졸개들의 비겁한 처신과 우스꽝스러운 말로를 남김없이 망라한다. 국민의힘은 이런 윤석열에게 빠르게 ‘동조화’됐다. 당 지도부를 필두로 중진까지 불법 영장에 불법 체포라는 둥 법원과 수사기관이 좌파 카르텔이라는 둥 패닉에 가까운 횡설수설이다.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집단 환각에라도 빠진 건가.

이들이 과연 윤석열을 지키려고 이럴까. 그럴 리가. 마음은 벌써 대선으로 가 있다. 2025년 1월15일 새벽 관저 앞에 나와 인간띠를 흉내 낸 김기현·나경원·윤상현 등이 뭘 바라고 이런 퍼포먼스를 벌였겠나. 당내 대선 주자들이 오종종하니 강성 지지층에 어필만 잘하면 큰바람을 타고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계산 때문이다. 윤석열 학습 효과다. 밖에서 데려다 꽂은 윤석열도 대권을 잡았는데 나라고 대권이든 당권이든 못 잡을 게 뭐야? 국격이 떨어지건 말건 나라 경제가 엉망이 되건 말건 식당이 텅텅 비건 말건 그런 자기 모습이 괴상하게 보이건 말건 당장의 욕심만 채우면 그만이다. 우리가 고작 이런 이들에게 정권을 주고 의회 권력의 지분도 허락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마치 내란이 없었던 것처럼 모든 상황을 여야 간의 정쟁으로 취급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내란 피의자의 초법적 버티기를 공수처-경호처 간의 갈등인 양 언급한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일부 레거시 미디어는 대통령 탄핵심판을 버릇처럼 찬반 이분법으로 포장한다. 이러다보면 언제나처럼 자기들 뜻대로 되리라 믿는 모양인데 이번에는 그리되지 않을 것이다.

그간 우리가 어떤 이들에게 나라를 맡겨왔는지, 정체를 알아버렸으니까. 계엄의 충격보다 계엄 이후의 부조리가 더 고통스러운 경험 속에서 말이다. 군인은 물론 수사기관 종사자, 경호처 직원까지 압도적 다수의 공복이 웃대가리의 그릇된 처신과는 달리 옳고 그름을 구별할 줄 안다는 것도 드러났다. 완벽하진 않아도 정확한 사법 시스템의 작동을 너나없이 염원하고 응원하고 있기도 하다.

당연히 누릴 땐 몰랐는데 잃을 뻔하니 알게 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 공동체는 간담이 서늘하게, 심장이 저리게 깨달았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적이 되기로 작정한 게 아니라면 헛소리 그만하고 그냥 납작 엎드려 있기를 권한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김소희의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