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안전운임제(최저임금제)를 확대해달라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에 윤석열 대통령이 ‘업무개시명령’이란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2022년 11월29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해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명령을 거부하는 노동자는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시작한 지 닷새,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가 교섭을 시작한 지 단 하루 만이었다. 정부가 이 명령을 발동한 것은 2004년 이 법률 조항을 만든 지 1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성급한 강경 대응이 시대착오적으로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업무개시명령은 그 조항 자체가 위헌,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가 화물연대에 노조로서의 단결권·단체교섭권·파업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노동만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입차주인 화물 운송노동자를 개인사업주로 본다. 이 때문에 파업도 ‘집단 운송 거부’라고 표현한다.
강제노동은 헌법과 법률, 국제협약에서 일관되게 금지하고 있다. 헌법 제12조 1항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또 근로기준법 제7조는 ‘사용자는 (…)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2022년 4월부터 한국에서 발효된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 또는 의무 노동에 관한 협약’(29호 협약)도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협약 제1조 1항은 ‘회원국은 가능한 한 조속히 모든 형태의 강제 또는 의무 노동의 사용을 금지할 것을 약속한다’고 돼 있다. 특히 제2조 1항은 강제노동을 ‘어떤 사람이 처벌의 위협하에서 강요받은 노동’이라고 규정한다.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발동한 업무개시명령을 명확히 지목한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잇따라 언급한 ‘노사 법치주의’라는 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세울 것”(11월29일), “‘노사 법치주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11월28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조연민 변호사는 “보편적으로 노사는 ‘자치주의’에 따라 자율교섭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게 돼 있다. 반면 ‘법치주의’는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공권력을 행사할 때 법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다. 법치주의는 노조가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가 지켜야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치’라는 말은 법으로 국가 권력을 제한해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거꾸로 정부가 시민에게 준법을 강요하는 것을 ‘법치’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권위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도 화물연대 파업 상황과는 모순된다는 비판을 받는다. 윤 대통령은 11월29일 서울지하철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정부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힘쓰겠다. 조직화되지 못한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을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통상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임금과 노동조건의 양극화를 말하는 것이다.
김재광 화물연대 교육선전실장은 “화물차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과 노동기본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귀족 노조의 요구인가”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도 “대통령이 노동 이슈를 잘 모르면서 아무 말이나 하고 있다. 화물차 노동자는 당연히 보호 대상이고, 지하철 노동자도 안전을 위한 인원 보충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그것을 귀족 노조라고 말한다면 무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미국 방문 중 자신의 막말을 문화방송(MBC)이 보도한 일에 대해서도 엉뚱한 주장을 펼쳤다. 예를 들어 11월18일 출근길 문답에서 윤 대통령은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는 선택적 언론관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배제가 헌법 수호 차원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에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헌법과 자유를 강조하는데,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자유가 언론과 표현의 자유다. MBC 보도가 가짜였다면 그에 대해 반론·정정 보도를 신청하면 된다. 보도에 비공식적 제재를 가하는 건 언론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남근 개혁입법특별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구체적 내용이 없이 그냥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헌법’을 거론한다. 아무 주장에나 헌법을 들이민다고 설득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헌법을 오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윤 대통령은 언론 자유와 관련해 현재 자신의 언행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대선 예비후보 시절인 2021년 8월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올렸다.
“권력자의 은밀한 비리를 보도함에 있어 오보 한 줄 없도록 철저히 검증 후에 기사를 내야 한다면 (…) 기사가 ‘없어질 것’입니다. (…) 권력자에 대한 비판 기사가 나왔을 때 이를 ‘악의적 오보’라고 강변하면서 (…) ‘언론 자유’는 급격히 후퇴할 것입니다. (…) 때로는 언론과 갈등을 겪겠지만 언론의 자유는 ‘헌법상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의 이관후 박사는 “아직도 윤 대통령의 말은 범죄 피의자를 처벌하기 위한 검사의 언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언어에 지도자로서의 철학이나 논리가 없다. 이젠 시민들이 법치와 기본권, 언론의 자유에 대해 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 대통령이 제대로 대답할 때까지 말이다”라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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