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간이 최고의 시간을 열 수 있을까. 불신의 시대는 믿음의 시대를 만들 수 있을까. 절망의 겨울이 희망의 봄을 약속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마침내, 혐오와 배제의 정치는 포용의 리더십을 낳을 수 있을까.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향한 여정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았다. 전문가와 논평가들은 ‘최악의 대선’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전례 없는 감염병의 창궐 속에서도 시민들은 약속의 말보다 공격의 말이 넘치는 선거 현장을 목격해야 했다. 5년 전 밝게 타올랐던 촛불은 꺼진 지 오래다.
2021년 9월부터 반년여의 선거 여정을 돌아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남긴 장면과 말들이다. 이 짧은 기록은 실망만을 줄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가 사회를 혐오로 몰아넣는다고 해서, 사회가 정치를 혐오하면 세상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영국의 정치학자 버나드 크릭이 저서 <정치를 옹호함>에 쓴 것처럼 정치는 여전히 “창의적인 타협이자 진지한 게임”이고 유일하게 “대화로 귀결되는 갈등”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투표할 권리와 최선을 위해 숙려할 자유가 아직 남았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대장동 의혹은 선거 시기가 되면 난무하는 현대판 마녀사냥.”(2021. 9.16. 페이스북)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을 찬양하고 국민들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끌고 갈 수 없다.”(2021. 11.28. 호남 방문)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 삼저 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다.”(2021. 12.11. 영남 방문)
“제가 욕한 것은 잘못했다. 공직자로서 욕하지 말고 끝까지 참았어야 했다.”(2021. 1.24. 경기도 성남 한 유세장에서 ‘형수 욕설’ 논란을 두고)
“그 인간들(국민의힘)이 나한테 덮어씌우고 있다. 얼마나 억울한지 정말 피를 토할 지경이다.”(2022. 1.24. 대장동 의혹을 두고)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걸어온 길을 살펴봐주십시오.”(2022. 2.27. 카카오스토리)
“좋은 정책이라면 홍준표의 정책이라도 박정희의 정책이라도 다 갖다 쓰겠다.”(2022. 2.15. 공식 선거운동 첫날)
“출처 없는 괴문서로 정치 공작.” “제가 그렇게 무섭습니까?”(2021. 9.8. ‘고발사주’ 의혹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건하라 하십시오.”(2021. 9.1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자신을 입건한 것을 두고)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2021. 10.19. 부산 방문)
“이번 대선은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의 싸움이자 합리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싸움.”(2021. 11.5. 대선 후보 선출 뒤)
“(이재명은) 중범죄가 확정적인,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후보.”(2021. 12.28.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
“(박근혜) 건강이 회복되면 한번 찾아뵙고 싶다. 조금 더 일찍 나오셨어야 된다고 생각한다.”(2021. 12.30. 대구 방문)
“성인지 예산 30조 일부만 떼어내도 핵위협 막아낼 수 있다.”(2022. 2.27. 경북 포항 유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준, 철저하게 성찰하고 있다.”(2021. 9.16. 정의당 당내 경선 토론)
“성별·지역·세대 간 차별을 없애고 인권·노동·젠더 선진국 만들겠다.”(2021. 10.12. 후보 선출 뒤)
“두 분 모두 차별금지법 제정 다음에 하시려거든, 대통령도 다음에 하시길 바란다.”(2021. 11.9. CBS 라디오)
“주4일제, 2023년부터 시범 도입해 임기 내 달성.”(2021. 12.21. ‘주4일제’ 로드맵 발표)
“(윤석열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은) 단순히 젠더 차별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중대 사건.”(2022. 1.12.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
“시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 대해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는지 침묵 속에서 깊이 성찰했다.”(2022. 1.17. 선거운동 재개 회견)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이자, 감세하는 복지는 사기다.”(2022. 3.2. 대선 후보 3차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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