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넉 달이 흘렀다. 이 지면에서 ‘아직도 아래아한글로 글 쓰니?’란 글로 독자들께 여쭈었더랬다. 지식 콘텐츠를 관리하기에 좋은 마이크로소프트(MS) ‘원노트’나 ‘에버노트’ 같은 클라우드 노트 서비스를 권장하는 글이었다. 후폭풍은 거셌다. “소프트웨어의 기본도 모르는 기자”라거나 “MS에서 돈 받았나”라는 반응은 점잖은 축에 속했다. 글을 의탁한 매체를 두고 원색적 비난도 이어졌다. 그렇게 에 빚을 졌다. 후속 글로 빚을 갚고 싶었다. 그게 넉 달 전 일이다. 게으름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글을 다시금 읽어보며 반성했다. 무엇보다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그 글은 불친절했고 계몽적이었다. 가르치려 드는 필자의 태도에 거부감을 가질 만했다. 내가 독자라도 그랬을 게다.
그렇지만 이번 기회에 글 쓴 의도는 좀더 소상히 설명드려야겠다.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은 지금까지 24년 동안 ‘국민 워드프로세서’로 입지를 다졌다. 다양하고 섬세한 아래아한글 편집 기능은 두말할 것 없이 훌륭하다. 복잡하고 화려한 편집이 들어가는 문서일수록 그 기능은 빛난다. 작성한 문서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 조건을 삽입하거나, 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으로 글을 바로 보낼 수 있는 기능은 ‘MS 워드’나 에버노트가 따라할 수 없는 자랑거리다.
하지만 텍스트와 그림, 도표 정도가 포함된 간단한 문서를 만든다면 얼마든지 저작도구가 널렸다. 이럴 땐 문서의 편집 기능보다는 ‘부가가치’를 고려하자는 얘기다. 얼마나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최신 문서 내용을 유지할 수 있는가…. 그런 점에서 복잡한 수식과 편집이 들어가지 않는 글쓰기라면 클라우드 서비스에 눈을 돌려보자는 얘기다.
PC 시절 문서 작업의 강자는 오피스 소프트웨어(SW)였다. MS는 ‘MS 오피스’로 전세계 오피스 SW 시장을 석권했고, 한컴은 ‘한컴오피스’로 국내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들 서비스는 PC 울타리 안에선 막강했을지 모르나, 드넓은 인터넷 바다에선 둔중한 몸집 때문에 허우적거렸다. 한컴은 2004년 ‘넷피스’란 이름으로 첫 웹오피스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쓴맛만 보고 접었다. 2003년엔 웹오피스 ‘씽크프리 오피스’를 인수했지만, 지금은 기업용(B2B) 서비스로 수요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MS도 2005년 PC 중심의 소프트웨어에 웹서비스를 접목한 ‘소프트웨어+서비스’(S+S) 전략을 앞세워 ‘윈도 라이브’란 서비스를 내놓았다. 2009년에는 ‘MS 오피스 웹 앱스’란 이름으로 워드·엑셀·파워포인트 일부 기능을 윈도 라이브에서 쓸 수 있게 했고, 2011년엔 아예 ‘MS 오피스 365’로 ‘MS 오피스’의 기능을 웹으로 통째로 옮겼다. 이들 서비스는 웹 기반으로 장소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문서를 작성·편집하고, 여럿이 공동 문서 작업을 하거나 문서를 손쉽게 공유하고 접근 권한도 세밀히 지정할 수 있다. ‘1인, 1PC, 1문서’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클라우드’ 서비스로 진화한 것이다.
SW엔 이제 장소도, 시간도, 기기 장벽도 허물어졌다. ‘프로그램을 깔아 쓰는’ 시대에서 ‘프로그램에 접속해 쓰는’ 시대로 넘어오고 있다. MS가, 어도비가, 애플과 구글이 이미 그렇게 바뀌었다. 지식을 축적하고 관리하는 방법도 디지털 환경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복잡하고 섬세한 편집을 거쳐야 하는 문서라면 아래아한글이나 MS 워드로 작성하는 게 합당하다. 그렇지만 간단한 문서를 반복해 만들고 여럿이 협업하기엔 지금은 에버노트와 구글 드라이브가 훨씬 편리하다.
국내에서도 이런 좋은 서비스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네이버가 ‘네이버 오피스’란 이름으로 구글 드라이브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문서 작성과 협업 기능은 성에 차지 않는다.
다행히 시도는 멈추지 않는다. 지난 6월 중순, 한컴은 웹오피스 서비스에 다시금 도전장을 던졌다. 구글 드라이브나 MS 오피스365와 경쟁할 수 있는 ‘넷피스’를 2015년 상반기에 정식 선보이겠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에 내놓은 ‘한컴오피스 2014’엔 한컴의 통합 클라우드 서비스인 ‘원드라이브’와 연동하는 기능도 덧붙었고, 같은 네트워크에 접속한 이용자에 한해 협업 기능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한컴과 네이버가 웹오피스 서비스를 무럭무럭 키워서 구글, MS,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길 바란다. 그래서 머잖아 ‘아직도 구글 드라이브로 글 쓰니?’라고 독자들께 반문하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이희욱 기자 asadal@bloter.net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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