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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아래아한글’로 글 쓰니?

원노트·에버노트·구글 킵·솜노트
자동 저장에 클라우드, 공유 기능까지 제공하는 무료 소프트웨어들
등록 2014-03-29 16:53 수정 2020-05-03 04:27
무료로 제공되는 클라우드 기반 문서 제작 프로그램들. 전통의 강자 ‘아래아한글’에 비해 디지털 정보 관리 기능이 탁월하다.이희욱 제공

무료로 제공되는 클라우드 기반 문서 제작 프로그램들. 전통의 강자 ‘아래아한글’에 비해 디지털 정보 관리 기능이 탁월하다.이희욱 제공

직업이 그런지라 어쩔 수 없나보다. 지인을 만나면 유심히 살펴본다. 이분은 어떤 프로그램으로 글을 쓰나? 적잖은 동료나 후배는 아직도 ‘아래아한글’을 선호한다. 습관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이미 학창 시절 ‘리포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으니.

아래아한글,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그 화려하면서도 편리한 편집 기능엔 늘 감탄한다. 나도 아래아한글을 꽤 능숙하게 쓰는 축에 속한다. 대학 시절엔 아래아한글로 방송용 책을 편집하는 아르바이트로 용돈도 쏠쏠히 챙겼다.

그럼에도 아래아한글로 글을 쓰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 아래아한글이 자체 파일 형식(.hwp)을 쓴다거나 호환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은 여기서 잠깐 접어두자. 문제는, 글을 비롯해 각종 디지털 정보를 어떻게 생산하고 관리하느냐다.

지난 3월18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원노트’를 무료로 풀었다. 원노트는 한마디로 문서 저작 도구다. 겉보기엔 아래아한글이나 ‘MS 워드’와 생김새만 조금 다를 뿐, 기본 기능은 같다. 그렇지만 큰 차이가 있다. ‘클라우드’ 기반이란 점이다.

원노트엔 ‘저장’ 단추가 없다. 글을 쓰는 즉시 자동 저장된다. 그러니 글을 쓰다가 정전이 되거나 PC가 말썽을 일으켜도 문서 내용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원노트는 또 MS 클라우드 서비스인 ‘원드라이브’에 문서를 보관한다. 태블릿PC나 아이폰·안드로이드폰용 응용프로그램(앱)도 무료로 제공하고, 웹에 접속해 쓸 수도 있다. PC든 스마트폰이든 태블릿PC든, 한곳에서 작성한 글은 언제 어떤 기기에서 열어도 늘 최신 상태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뿐인가. 노트를 주제별로 분류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도 제격이다. 사진 속 글자를 자동 인식하는 광학문자인식(OCR) 기능을 지원하니, 각종 영수증이나 증명서를 보관하기에도 좋다. 음성 메모나 PDF 문서도 노트에 첨부할 수 있다. 노트 내용을 다른 사람과 함께 작성하거나 고치는 공유 기능은 기본이다. 윈도용 원노트에선 필기 입력 기능도 지원한다. 터치 화면이 달린 윈도 태블릿에서 펜으로 원노트 화면에 곧바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원노트는 2003년 처음 나올 때만 해도 클라우드 기능이 빠진 평범한 노트 프로그램이었다. 게다가 원노트는 ‘아웃룩’이나 ‘엑셀’처럼 ‘MS 오피스’에 포함된 유료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가 ‘원노트 2010’부터 클라우드 연동 기능이 붙었고, ‘윈도8’과 스마트폰용 앱이 나오더니, 이번에 맥용 프로그램까지 선보이며 무료 소프트웨어로 전환했다.

‘에버노트’는 달랐다. 원노트보다 조금 늦게 나왔지만, 처음부터 클라우드 기반 무료 노트를 내세워 열혈 이용자층을 넓혔다. 지금은 ‘클라우드 노트=에버노트’란 등식을 만들 정도로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이제 원노트나 에버노트 사이에 기능상 큰 차이는 없다. 두루 써보고 기호에 맞게 고르면 된다.

굳이 원노트나 에버노트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간단한 메모용 노트를 찾는다면 ‘구글 킵’이나 ‘솜노트’가 제격이다.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조금만 앱 장터를 뒤져보면 한 움큼 찾아낼 수 있다.

중요한 건 이거다. 독립형 프로그램에 갇혀 있지 말자는 얘기다. 언제까지 새로 작성한 문서를 일일이 파일로 백업해 보관할 것인가. 하드디스크가 뻗었다고, 노트북을 잃어버렸다고 애써 쌓아둔 지식 정보마저 송두리째 잃어버릴 셈인가. 밤새 정리한 중요한 문서를 집에 놓아두고 출근했다가 발을 동동 굴리는 기억과도 이젠 작별하자. 갑작스런 정전 앞에서 외마디 비명과 함께 머리를 감싸쥐는 사무실 풍경이 아직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가.

아래아한글이나 MS 워드는 훌륭한 문서 저작 도구다. 그렇지만 지식 정보를 차곡차곡 저장하고 관리하기엔 불편하고 낡은 창고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노동자라면 저 구름 어디께에 보조기억장치 하나쯤은 보험처럼 마련해둬야 하지 않겠는가.

이희욱 기자 asadal@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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