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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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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쓰든 정액제 계속하면 바보

벅스·네이버뮤직·멜론·지니 4개 온라인 음원 서비스 비교해보니
가격·기능에서 큰 차이 없으나 매달 할인 이벤트 챙겨야
등록 2014-02-15 13:49 수정 2020-05-03 04:27
뮤직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모바일 음원 서비스는 회사마다 가격과 성능이 비슷한 편이다. 하지만 세부 항목에서는 조금씩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좀더 편리한 사용을 위해서는 특징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네이버뮤직·멜론·벅스·지니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메인 화면(왼쪽부터).

뮤직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모바일 음원 서비스는 회사마다 가격과 성능이 비슷한 편이다. 하지만 세부 항목에서는 조금씩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좀더 편리한 사용을 위해서는 특징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네이버뮤직·멜론·벅스·지니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메인 화면(왼쪽부터).

멍하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결제 문자가 날아든다. 내 카드는 지금 지갑 속에 얌전히 들어 있는데! 설마 개인정보 유출의 후폭풍이 나에게도? 잔뜩 긴장한 채 문자를 확인했다. 온라인 음원 서비스 정기 사용료로 8140원이 결제됐다는 문자였다. 안도감도 잠시, 짜증이 치민다. 언제부터 이렇게 비쌌지? 서비스는 그대로인데. 의구심이 밀려든다. 무지 반, 귀찮음 반으로 수년간 고수해온 이 음원 서비스가 정말 최선인 걸까.

데이터 사용량은 벅스, 편의성은 네이버뮤직

통신사 기반의 멜론과 지니, 비통신사 기반의 네이버뮤직과 벅스 등 4개의 온라인 음원 서비스를 1월26일부터 2월1일까지 이용했다. 음원 서비스의 주된 고객인 젊은 층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가격을 먼저 따져봤다. 요금제 비교는 인기 서비스인 ‘모바일 무제한 듣기’를 기준으로 했다. 일단 4개 서비스 모두 음원 수는 300만 곡 내외로 비슷했다. 부가가치세(10%)를 제외한 원가 기준으로 벅스 7400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3사는 5천원으로 가격이 동일하다. 다만 신규 회원 가입이나 정기적인 할인 행사 같은 이벤트를 적용하면 현재는 3400원으로 멜론과 지니가 가장 저렴하다. 하지만 가장 비싼 벅스도 3700원이라 할인가 차이는 크지 않은 편이다.

아쉬운 건 이런 할인 행사가 대부분 1개월 결제가 아닌 정기 결제를 했을 때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정기 결제 할인 혜택은 대부분 3개월 단위로 주어진다. 3개월이 지나면 정상 요금으로 부과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행사는 늘 다른 이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걸 모르고 정기 결제를 계속 걸어뒀다가는 손해를 볼 수 있다. 남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3천원대의 이용료만 지불하고 노래를 들을 때 자신은 6천~8천원(부가세 포함)의 정가를 그대로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돈을 아끼려면 소비자가 매달 부지런히 이벤트 내역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듣는 소비자에겐 통신비도 부담이다. 4개 서비스 중 데이터를 가장 덜 잡아먹는 애플리케이션은 벅스다. 가장 낮은 음질로 같은 곡을 1시간 동안 연속 재생한 경우 데이터 사용량을 살펴봤더니, 벅스는 0.5MB를 기록했다. 다른 애플리케이션은 4~5MB의 데이터가 들어갔다. 1MB당 50원의 비용이 들어가니 벅스로 하루에 2시간씩 한 달 동안 노래를 듣는다고 하면, 데이터 요금에서만 1만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 늘 데이터 가뭄에 시달리는 소비자에겐 벅스가 가장 유리하다는 뜻이다.

돈보다 편의성을 따진다면 네이버뮤직이다. 이 서비스는 똑똑했다. 내 기분을 척척 맞춰줬다. 첫 화면에 나온 ‘어울리는 음악’(시간마다 바뀜), ‘오늘의 추천 음악’을 누르기만 하면 지금 내 기분과 상황에 어울리는 노래를 선곡해준다. 연두색을 기반으로 한 깔끔한 인터페이스 디자인도 예쁘다. 다만 이용자 휴대전화에 있는 음악도 듣고 스트리밍도 할 사람에게는 조금 불편할 듯했다. 스트리밍으로 듣다가 휴대전화에 저장된 음악을 이용하려면 수고스럽게도 ‘메뉴-마이뮤직-휴대폰 음악’으로 들어가야 한다.

기본기 충실 멜론, 가사 SEEK 돋보인 지니

벅스에는 이런 번거로움이 없다. 스트리밍에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음악으로 옮겨가고 싶다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화면을 넘기기만 하면 된다. 벅스는 이처럼 ‘내 음악’을 관리하기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휴대전화 저장 음악뿐만 아니라 스트리밍한 음악도 체계적으로 관리해준다. 취향에 따라 직접 추천 음악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뮤직 PD’ 시스템은 ‘PD’라는 음악 추천자들이 테마별로 노래 추천 목록을 제공하는 것인데, ‘베이스가 돋보이는 록 음악’ ‘셀카보다 반응이 좋을 것 같은 SNS 배경음악’ 등 테마도 다양하다. ‘내 음악’에서는 최근 들은 음악, 라디오에서 좋아한 음악, 최근 검색한 음악 등으로 본인의 플레이 행적을 면밀하게 살필 수 있어 편리하다. 하지만 네이버뮤직과 달리 ‘가나다순’과 ‘최근순’ 정렬을 제공하지 않는 점은 불편했다.

귀차니스트라면 멜론이 제격이다. SKT 기반 휴대전화에는 이미 멜론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굳이 애플을 다시 깔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인터페이스도 편리하다. 첫 화면에 모든 메뉴가 굵은 아이콘으로 표시돼 있어 이리저리 다른 버튼을 찾을 필요가 없다. 재생되는 노래에 표시되는 가사의 크기도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매달 날아오는 결제 문자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휴대전화 요금에 자동 합산되는 덕분이다. 게다가 친절하다. 궁금증이 있을 때 전자우편 한 통만 보내면 2시간 안에 연락이 온다. 4개 회사 중 가장 빠른 속도였다.

멜론이 기본기에 충실하다면 지니는 나름의 특기가 있다. 섬세한 이용자를 위한 섬세한 서비스를 해준다. 우선 플레이어 자체가 앨범아트 위주로 기획돼 있다. 화면을 옆으로 넘겨도 멜론처럼 다음 곡으로 넘어가지 않고 다른 곡들의 앨범아트를 구경할 수 있다. ‘줄간 가사 SEEK 서비스’는 화면에 나오는 가사 한 구간을 클릭하면 노래도 클릭된 가사 구간으로 이동해 반복 재생이 가능하다. 에 삽입된 (Let it go)를 부르고 싶은데 영어 발음이 걱정이거나, 가수 탑의 에서 ‘둠다다디비다다’처럼 숨 쉴 틈 없는 랩을 따라해보고 싶은 이용자에게 추천할 만했다. 지니는 4개 서비스 중 홈페이지에서 KT 통신사 이용자들을 위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제공되는 것도 강점이다. 멜론은 무제한 요금제를 고객센터를 통해 직접 문의해야만 신청할 수 있다.

결론은 ‘대동소이’다

결론은 ‘대동소이’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길 권한다. 참고로 원래 벅스를 이용하던 인턴기자 한 명은 계속 벅스에 남기로 했다. 나머지 한 명은 멜론에서 지니로 갈아타기로 했다.

김자현·구민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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