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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갤럭시기어’ 써보니… 전화·전자우편·사진 등 직관적인 사용법 매력적이나 메시지 송신 안 돼 불편
등록 2013-11-09 11:22 수정 2020-05-03 04:27
갤럭시기어의 출시로 ‘입는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기존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기기의 등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갤럭시기어의 출시로 ‘입는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기존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기기의 등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오래된 이야기지만, 1989년에 이런 만화를 방영한 적이 있다. . 폭발적 인구 증가와 자원 고갈, 환경오염 문제로 지구가 위기에 처하자 인류는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을 찾기로 한다. 우주로 독수리호를 띄웠으나 여기 탑승한 사람들이 우주항로에서 사라져버린다. 그때부터 인간과 외계인, 로봇군단 등의 화합과 갈등, 대립으로 이야기는 꾸려지는데,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공상과학(SF)을 좋아하는 소녀·소년들은 아름답고 요상한 불빛을 뿜어내는 미래의 기계들을 보며 가슴을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2020년을 7년 앞둔 지금, 우리는 만화에서처럼 우주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외계인과 접선하진 못하지만 어쨌거나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기계들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며 지내고 있다. 기계를 사랑하는 얼리어답터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갤럭시기어도 그중 하나다.

단순한 접촉만으로 동기화 편리

9월25일 삼성전자에서 갤럭시기어를 공식 출시했다. 갤럭시기어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스마트폰의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다. 출시 당시에는 갤럭시노트3과만 연동이 가능했고, 10월30일 현재 갤럭시라운드, 갤럭시S4, 갤럭시S4 LTE-A 등 삼성전자에서 출시된 네 기종의 스마트 기기와 연동이 가능하다.

사흘간 갤럭시기어를 직접 사용해보았다. 크기 36.8x56.6x11.1mm, 무게 73.8g. 크기와 무게는 일단 통과다. 웬만한 시계 무게가 100~200g 정도이니 큰 부담이 없다. 화면을 켜니 메인 화면에 시간과 기온, 날씨가 표시된다. 손으로 화면을 옆으로 넘기니 여러 기능들이 펼쳐진다. 인터페이스가 깔끔한 편이다. 상하좌우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기능을 전환하거나 전 단계로 돌아가는 것도 유연하다. 단순한 사용법이 매뉴얼을 읽지 않더라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스마트폰과 연동하려면 충전 젠더를 장착해야 한다. 갤럭시노트3의 NFC(Near Field Communication·근거리 무선통신) 기능을 켜고 충전 젠더를 갖다대면 자동으로 연동되며 갤럭시기어 앱이 깔린다. 단순한 접촉만으로 동기화된다는 점이 편리하다.

사용 당시 유일하게 연동되던 갤럭시노트3 제품과 동기화했다. 전화를 걸어보니 갤럭시기어로도 전화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상대방의 음성이 잘 들리고 상대편에서도 내 목소리가 아무런 거부감 없이 들린다고 했다. 하지만 곤란하게도 이 명랑한 기계는 타인의 목소리를 숨기는 법을 모른다. 휴대전화의 스피커폰 기능과 전화를 받는 방식이 같다. 소리가 나는 방향도 조금 부자연스럽다. 손등 부분에 마이크가 있고 그 반대편 버클에 스피커가 있다. 척하고 손을 들어 SF영화의 주인공처럼 기기에 대고 말을 하면 상대편의 목소리는 손을 든 반대편 허공으로 울려퍼진다. 소리가 사용자 쪽으로 향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러나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처럼 전화기에 딱 붙어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점은 유용하다. 운전 중이나 간단한 운동을 할 때처럼 휴대전화와 떨어져 있어야 할 때 아주 편리할 듯하다. 다만 사생활이 보호되는 공간에서라면.

문자메시지를 갤럭시기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점도 편리하다. 전자우편의 경우 갤럭시기어로 수신을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꺼내면 바로 전자우편 화면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서도 ‘다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답장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면. 갤럭시기어에서는 메시지 송신이 불가능하므로 회신이 꼭 필요한 메시지라면 가방이나 주머니를 뒤져 스마트폰을 꺼내야만 한다. 갤럭시기어에서 문자메시지는 500바이트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한글 한 글자당 2바이트로 계산하니 웬만한 문자메시지는 확인 가능하다는 얘기다.

스마트폰과 한 몸이면 군살일 수도

갤럭시기어에 탑재된 카메라는 190만 화소다. 갤럭시노트3의 전면 카메라 정도의 화질이다(전면 200만 화소, 후면 1300만 화소). 용량이 4GB인 갤럭시기어에 사진과 동영상 저장 개수는 한계가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사진은 최대 50장, 동영상은 15개까지만 저장된다. 그 이상은 예전 것부터 차례대로 삭제된다. 하지만 갤럭시기어로 찍은 사진은 노트3에도 동시에 저장되므로 아주 불편하지는 않다. 동영상은 최대 15초까지 녹화가 가능하니, 중요한 내용을 기록하고 저장한다기보다는 빠르고 편리한 순간 포착용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듯하다.

“전화기 어디 뒀더라?”를 습관처럼 말하는 사람에게서 갤럭시기어는 힘을 발휘한다. 연동된 휴대전화를 찾는 기능을 사용하면 진동과 벨소리로 사라진 전화기를 찾아준다. 그러나 연동은 10m 이내에서만 가능하므로 회사에 두고 온 휴대전화를 집에서 찾으려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어디서든 소리만 난다면 반경 10m 안에서 사라진 휴대전화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LG경제연구원은 9월25일 발간한 에서 스마트폰3.0 시대에는 “지금까지 액세서리와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의 확장이었다면, 향후에는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포스트 스마트폰’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포스트 스마트폰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추천과 비추천을 날린다. 언젠가 웨어러블 기기의 조상 격이 될 최초의 갤럭시기어를 경험해보고 싶은 얼리어답터라면 추천, 이미 스마트폰과 한 몸처럼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 미래적인 기기가 군살처럼 느껴질지 모르므로 비추천.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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