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아질수록 식욕도 솟구쳤다. 가을이 되니 주체 못할 식욕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 하루 세 번의 식사 시간이 꾸역꾸역 끼니를 챙겨야 하는 번거로운 일과에서 꼬박꼬박 식탐을 충족할 수 있는 절호의 일과로 바뀌었다. 아니, 그것도 모자라 끼니와 끼니 사이를 달달한 간식으로 쉴 틈 없이 채우게 됐다. 그렇게 넉넉한 가을 하늘을 따라 내 몸도 넉넉해질 때쯤, 천우신조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7월 말 출시된 피트니스 센서 이어셋인 ‘아이리버온’(iriverOn)을 써보게 된 것이다. ‘쉽고 효율적으로 운동하자’는 홍보 문구에 무릎을 탁 쳤다. 맘껏 먹고 힘껏 운동하자. 뱃살은 없으나 근육도 없는 김성환 기자도 “몸짱으로 거듭나겠다”며 동참했다.
<font size="4"><font color="#C21A8D"> 귀 피부 속 맥박 통해 심박수 측정 </font></font>한 주의 마감이 끝난 금요일의 늦은 밤, 드디어 다짐을 실행에 옮겼다. 나만의 ‘머스트 시’(Must See) 텔레비전 드라마인 을 틀 때까진 평소와 같았다. 그러나 냉장고로 달려가 맥주를 꺼내진 않았다. 대신 까만 박스에 살포시 싸여 있던 아이리버온을 꺼냈다. 깔끔한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목밴드와 이어폰이 전부였다. 무게가 45g밖에 안 되는 덕에 목에 걸어도 부담이 없었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201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디자인 부문을 수상했다는 경력이 피부에 와닿았다.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스마트폰에서 블루투스를 활성화시킨 뒤 블루투스인 이어셋과 연동시켰다. 그러고는 아이리버온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았다. 앱을 통해 나이·성별·키·몸무게 등 기본 정보를 입력했다. 거실을 가볍게 걷고 뛰며 평소의 보폭도 기록했다. 운동 종류는 사이클링, 목표 시간은 50분, 심박수는 지방연소 영역(최대 심박수의 60~70% 구간)으로 설정했다. 드디어 준비가 끝났다.
<font size="4"><font color="#C21A8D"> 이동 거리, 속도, 소모 칼로리 자동 계산 </font></font>실내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다. 앱 화면에 표시된 심박수(bmp)가 서서히 올라갔다. 100bpm을 넘어서니 이어폰에서 “지방연소 영역에 진입했다”는 안내가 나왔다. 근육을 적당히 쓰면서 오래 운동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구간이다. 더 낮은 운동 강도를 원하면 워밍업(최대 심박수 50~60%), 더 높은 강도를 원하면 심폐지구력 강화(70~80%), 근지구력 향상(80~90%), 전문 운동선수 영역(90~100%) 구간도 선택할 수 있다. 해당 영역에 들어설 때마다 안내가 나오는 덕에 혼자 운동해도 얼마든지 페이스 조절이 가능했다. 이어폰의 이어버드에 장착된 센서가 귀의 피부 속에 있는 맥박을 통해 실시간으로 심박수를 측정하는 덕분이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막장으로 치닫는 드라마에 정신을 빼앗겨 페달 밟는 속도가 느려지니, “워밍업 영역에 진입했다”는 안내가 나왔다. 심박수가 목표보다 떨어졌으니 열심히 달리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시 일정한 속도로 페달을 밟았다. 실내 자전거의 디스플레이가 고장난 터라 중간에 스마트폰 앱을 보며 심박수·거리·시간 등도 체크했다. 아이리버의 독려로 목표 시간인 50분을 꽉 채우고 자전거에서 내려왔다. 다리는 바들바들 떨리고, 땀은 줄줄 흘렀다. 운동 효과를 확인하려고 앱을 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운동 거리, 이동 속도와 같은 정보는 제공되지 않았다. 이는 스마트폰의 위치추적장치(GPS)와 가속도 센서를 통해 계산되는데, 실내 자전거라 두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운동한 거리에 성별·키·몸무게를 반영해 산출되는 소모 칼로리 역시 알 수 없어 실망스러웠다. 어쨌든 이날 운동한 거리와 시간 등 정보는 앱의 달력에 차곡차곡 기록됐다.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운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인 셈이다.
이틀 뒤 두 번째 사용했다. 이번엔 텔레비전을 끄고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해봤다. 최근 출시된 자우림의 9집 앨범 (Goodbye, grief)를 들으며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목밴드 왼쪽에 있는 버튼으로 손쉽게 재생, 멈춤, 전곡, 다음 곡 선택이 가능했다. 때마침 전화도 울렸다. 통화 관련 기능은 목밴드 오른쪽에 있었다. 전화를 받거나 끄고, 음량도 조절할 수 있었다. 다만 상대방이 “목소리가 멀게 느껴진다”고 했다. 목밴드가 목에 밀착되지 않아 마이크 단자의 위치가 자꾸만 움직이기 때문인 듯했다. 또 다른 아쉬움도 있었다. 센서가 달려 있어서인지 이어버드가 일반 블루투스나 휴대전화 이어폰보다 단단하게 느껴졌다. 또 이어버드는 체형에 맞게 세 개의 크기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데, 가장 작은 이어버드를 착용해봐도 여전히 커서 운동 중 빠지곤 했다.
야외에서 운동할 땐 이런 단점이 좀더 크게 다가왔다. 공원에서 3km 거리를 자전거로 달려봤다. 실내에서 자전거를 탈 때보다 몸을 더 움직이게 되니 이어폰이 더 자주 빠지거나 귀 안에서 겉돌았다. 센서가 있는 이어버드가 귀에 밀착되지 않으면 심박수가 제대로 측정이 안 된다며 경고음이 울리는데, 신경이 쓰였다. 계속 이어폰을 꽂고 있어야 하는 터라 주변 소리가 잘 안 들려 돌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는 것도 부담이었다. 그래도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면 이동 거리, 속도, 소모 칼로리 등이 곧바로 계산되는 점은 좋았다.
<font size="4"><font color="#C21A8D"> 끊임없이 제공되는 데이터와 경고음</font></font>아이리버온을 이리저리 뜯어본 결론은 이렇다. 건강 관리에 특화된 최신 ‘웨어러블 디바이스’(인체에 착용 가능한 기기)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장 뛰고 싶어졌다. 운동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신체정보를 확인하면서 내 몸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끊임없이 제공되는 데이터와 경고음 때문에 운동이 주는 자유로움과 즐거움이 반감되는 듯한 아쉬움은 남았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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