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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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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 평수에 적합한 청소기

X기자 부부, LG전자 ‘로보싸이킹’과 집에서 쓰던 일렉트로룩스 무선청소기를 비교하다
중년은 LG, 신혼은 일렉트로룩스
등록 2013-12-05 15:12 수정 2020-05-03 04:27

지난 금요일 밤, 뭔가를 낑낑대며 들고 오는 나를 보고 와잎이 반색하며 말했다. “뭐야? 내 선물이야?” 선물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선물이 아니라 ‘헛물’이다. 택배로 LG전자 ‘로보싸이킹’ 진공청소기를 받은 서보미 기자에게 ‘헤파필터’니 ‘AEG’(아에게)니 ‘일렉트로룩스’니 조언만 하지 않았어도, 마감날 밤에 진공청소기를 집으로 쳐 옮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터. 결국 헛물만 켠 셈. 쩝.

LG, 카펫과 바닥 자동전환 흡입구 편리

청소기를 써보고 기사를 써야 한다는 내 얘기에 와잎은, 청소기를 돌리라면 손잡이만 돌리고 빨래를 개주라면 개한테 줘버리는 인간이 드디어 청소를 하는 거냐며 환호작약했다. 그제 저녁에 내가 한 건 설거지가 아니라 가을걷이였고, 오늘 아침에 내가 넌 건 빨래가 아니라 걸레였던 것이냐. 신상에 환장하는 와잎은 박스를 뜯는 데 정신 팔려 내 얘기를 개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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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로보싸이킹의 성능을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메탈에 붉은색이 더해진 디자인의 첫인상은 세련됐다. 저소음 흡입구, 침구 흡입구, 다용도 말총 흡입구, 칼형 흡입구, 자동전환 흡입구, 초극세사 물걸레 흡입구까지 브러시가 6개나 됐다. 먼저 저소음 흡입구를 장착해 청소를 시작했다. AEG와 일렉트로룩스가 지닌 묵직함에 비해 손잡이가 가벼워서 좋았다. 하지만 조용하지 못한 성정 탓인지 집에서 쓰고 있는 일렉트로룩스 무선청소기와 비교해 소음 차이를 크게 느끼진 못했다. 청소기를 움직이며 거실을 돌아다녔다. 와잎은 “여기도~ 저기도~”라며 아주 대청소 모드로 깨알같이 작업 지시를 내렸다. 평소에 청소 안 하니? 청소업체 도우미 불렀니?

“로봇청소기에 적용한 초음파 센싱 기술, 로봇 제어 알고리즘, 로봇 구동 메커니즘을 일반 청소기에 접목해 손으로 청소기 본체를 끌지 않아도 사용자가 움직이는 대로 스스로 따라다니는 오토무빙” 기능을 시험할 차례. 과연 넓은 거실에선 설명대로 본체가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본체를 끌어당기는 수고 없이 청소를 할 수 있었다. 와잎은 옆에서 “와, 신기하네~”라며 추임새를 넣었다. 그럼 니가 할래? 몸을 틀어 안방으로 이동하는 순간, 오토무빙 기능은 작동되지 않았다. 제품설명서에도 나와 있듯, 사람의 상체나 벽이 손잡이의 초음파 센서와 본체의 초음파 센서 사이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결국 방으로 이동하는 중간중간에 본체를 질질 끌어서 이동시켰다. 이불을 바르게 펴고 침구 흡입구로 바꿔서 침대 청소를 시작했다. 진동 흡입구 내 진동펀치가 이불을 두들겨 때려서 마치 이불을 터는 효과를 내는 듯했다. 흡입구 옆에 달린 소형 먼지구에 먼지가 쌓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런 먼지 구덩이를 덮고 자고 있는 거야? 평소에 진짜 청소 안 하니? 와잎은 간만에 청소 한번 해주면서 개생색을 낸다며 청소기를 채갔다. 앗싸! 역시 단순해. 흐흐.

와잎은 그렇게 청소하면 하루 종일 걸린다며 카펫과 바닥 청소를 한번에 할 수 있는 자동전환 흡입구로 바꿔서 아들 녀석의 방으로 향했다. 러그가 깔려 있는 아들의 방을 청소할 때, 자동전환 흡입구는 진가를 발휘했다. “저기 구석에도 해야지~.” 와잎의 청소를 지켜보면서 약을 올리자, 와잎이 흡입구를 내 얼굴로 들이밀었다. 아주 남편 클리너구만. 흡입구 앞 전환 버튼을 눌러줘야만 카펫과 바닥 흡입구 모드가 전환되는 AEG 구형 모델과, 그런 기능이 없는 일렉트로룩스 무선청소기에 비해 분명 편리한 점이었다. 다용도 말총 흡입구는 스탠드 갓이나 책장 등의 먼지를 제거할 때 제법 요긴했다.

생각만큼 강력하다고 못 느낀 흡입력

다만 일반적으로 무선청소기의 약점이 약한 흡입력인데, 로보싸이킹의 흡입력 역시 생각만큼 강력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청소기에 흡입된 유해먼지가 배기구를 통해 재배출되지 않도록 잡아주는 헤파필터를 H13급(99.97%까지 미세먼지를 걸러줌)으로 장착한 점은 실내 공기질을 걱정하는 주부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하다. 또한 세계 최초라는 자동 먼지 압축 기능은, 먼지 압축판을 좌우로 회전시켜 흡입된 먼지를 단단하게 압축한 뒤 덩어리로 만들어 먼지통을 비울 때 날림이 적고 세척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먼지통을 비울 때 가장 많은 미세먼지가 배출된다는 점에 착안한 기술이라고 하겠다.

가격과 성능을 비교할 때, LG전자 로보싸이킹은 중·대형 평수에 사는 구매력 있는 중년 부부들이 교체용 청소기로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반면, 일렉트로룩스 무선청소기는 비교적 적은 평수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하는 부부들이 쓰기에 알맞다고 할 수 있다, 고 정리하려니 와잎이 말한다. “청소기고 나발이고 남이 하는 청소가 왔따지.” 아~ 놔.

X기자 xreporter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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