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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보러 국립김해박물관으로 가야

2024 설 - 경상남도
아직 채우지 못한 빈칸과 물음표가 많이 남아 있는 가야의 역사
고구려·백제·신라와 어깨를 나란히 한 여러 나라의 자취가 가득
등록 2024-02-09 02:25 수정 2024-02-11 11:26
가야사 특화 박물관인 국립김해박물관은 2024년 1월23일 상설전시관 ‘세계유산 가야’를 새롭게 열었다.

가야사 특화 박물관인 국립김해박물관은 2024년 1월23일 상설전시관 ‘세계유산 가야’를 새롭게 열었다.


가야사 특화 박물관인 국립김해박물관이 2024년 1월23일 상설전시실 ‘세계유산 가야’를 새롭게 열었다. 앞서 2023년 9월1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함안 말이산 고분군, 합천 옥전 고분군, 고성 송학동 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등 7곳으로 구성된 연속유산인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기대하며 2021년부터 ‘세계유산 가야’로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해왔다. 설 연휴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찬란했던 가야 문화를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2023년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 대표 문화유산 3723점으로 상설전시실 1층 ‘가야로 가는 길’과 2층 ‘가야와 가야 사람들’을 구성했다. ‘가야로 가는 길’은 가야의 흥망성쇠를 시간순에 따라 배치했다. 가야 이전 사람들의 삶, 가야의 여명, 가야의 발전, 신라 세력의 확산 등 4부로 나눠 체계적으로 소개한다. 3부 ‘가야의 발전’에서 “가야는 변한의 여러 작은 나라에서 출발해, 발달한 철기 생산 능력과 남해안 바닷길 중개 교역을 바탕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한다. 또 “4세기는 금관가야의 눈부신 성장이 주목되고, 5세기 이후에는 대가야를 중심으로 아라가야·소가야가 함께 발전했다”고 소개한다. 가야의 중심이 금관가야에서 대가야로 넘어간 것은 400년 고구려·신라 연합군의 공격과 이후 신라의 팽창에 따른 것이었다.

국립김해박물관 상설전시실 2층 ‘가야와 가야 사람들’의 한 부분.

국립김해박물관 상설전시실 2층 ‘가야와 가야 사람들’의 한 부분.


시간순이라고 해도 “무슨 왕이 몇 년도에 무엇을 하고” 식의 편년체식 연표가 아니라, 유적과 유물을 기준으로 설명한 문화사 연표로 설명한다. 연대표에서 가야가 직접 나타난 것은 42년 가야 건국, 400년 고구려·신라 연합군의 공격으로 금관가야가 큰 타격을 입음, 532년 금관가야의 왕 김구해가 신라에 항복, 562년 신라가 대가야를 정복 정도가 전부다. 가야 역사에는 아직도 채우지 못한 빈칸과 물음표가 많이 남아 있다.

양성혁 국립김해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연표 형식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고고학 전문 박물관이고 가야사 관련 문헌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유물을 중심으로 문화사 연표를 만들었다. 또 고정된 지도가 아니라, 해수면 변동에 따라 낙동강 하구와 남해안의 지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디지털 영상으로 보여주고, 그것에 따라 가야의 영역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표가 아니라 유물과 유적으로 보여주는 역사

그래서 ‘가야와 가야 사람들’은 다양한 빛깔을 담은 가야의 멋, 질박하고 검소한 가야 사람들의 삶, 흐르는 듯 우아한 곡선의 아름다움 가야토기, 철의 왕국 가야, 해상왕국 가야 등 시간을 초월하는 가야 문화를 크게 5개 주제로 나눠서 소개한다. 본격적으로 둘러보기에 앞서 5분짜리 동영상으로 가야사 전체를 조망하는 ‘가야 맞이방’에서 몸풀기를 하고, 가야사 연구 성과를 살펴볼 수 있는 ‘가야학 아카이브실’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세계유산 가야’를 제대로 관람하는 요령이다.

흐르는 듯 우아한 곡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가야토기.

흐르는 듯 우아한 곡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가야토기.


가야는 기원전 1세기 한반도 남부지방에서 생겨나 562년 대가야 멸망 때까지 고구려·백제·신라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작은 나라들로 이뤄졌다. 현재 남은 고분군 780여 곳의 고분 수십만 기를 통해 당시 가야의 뛰어난 문화가 확인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7곳은 가야 정치체의 각 중심지에 있고, 가야 문명을 대표적으로 증명하며, 가야 문명의 사회구조를 반영한 묘제와 부장유물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별로는 경남 5곳, 경북 1곳, 전북 1곳이다.

가야에 관한 일반적 상식은 ‘수로왕 등 여섯 형제가 한반도 동남부 지역에 건국한 금관·아라·대·소·성산·고령가야 등 여섯 개 작은 나라’다. <삼국유사> 등의 기록에 따른 것이다. 국립김해박물관도 ‘가야를 세우던 날의 이야기’에서 <삼국유사> ‘가락국기’ 편에 기록된 가야 건국 신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식은 연구를 통해 “역사적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야고분군이 6곳이 아닌 7곳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에서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밝혀낸 대표적인 연구가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의 것이다. 경남·경북·전북 등 관련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운영했던 이 단체는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전문가 25명을 동원해 2018년 ‘가야고분군 연구총서’를 발간했다. 연구총서는 “가야는 12개 이상의 작은 나라들로 이뤄져 있었다. 정치체제로서 가야는 2세기부터 존재하지만, 문화 성립 시기를 포함하면 가야 역사는 기원전 1세기부터 대가야가 멸망하는 562년까지 600여 년에 이른다. 전성기 가야의 영역은 동쪽으로는 부산과 경남 양산·밀양까지, 서쪽으로는 전북 남원·장수와 전남 곡성·구례·광양·순천 등 호남 동부 지역까지 이르렀다”고 밝힌다. 또 한·일 양국 역사학계의 오랜 논쟁거리인 ‘임나일본부’에 대해 “왜 왕권이 가야에 파견했던 외교사절로, 함안의 아라국에 장기 체류하면서 가야 왕들과 보조를 맞춰 백제와 신라에 대한 외교활동에 참여했다”고 설명한다. 이런 설명은 일부 학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역사 관련 일부 시민단체는 “가야사를 왜곡한다”며 연구총서 폐기까지 요구했다.

가야인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배(5세기, 창원 현동 출토)와 집(5세기, 창원 석동 출토) 모양의 토기.

가야인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배(5세기, 창원 현동 출토)와 집(5세기, 창원 석동 출토) 모양의 토기.


한-일 관계 관련해 민감해서 더 흥미로운 이야기

국립김해박물관은 민감한 사안을 되도록 피하려 하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전시유물에서 논쟁거리를 찾는 재미가 더 쏠쏠할 수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2월9~12일 설 연휴 기간, 10일 설 당일을 제외한 사흘 모두 문을 연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국립김해박물관 본관 옆에는 어린이박물관 ‘가야누리’가 있다. 이곳에선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2월11일까지 가야 역사와 문화를 웹툰으로 소개하는 ‘가야웹툰 놀이터’를 운영한다.

김해=글·사진 최상원 한겨레 선임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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