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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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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무속 논란’…무당과 연구자는 어떻게 볼까

등록 2023-06-23 15:22 수정 2023-06-24 09:14

건진법사, 천공스승, 혜우스님, 무정스님….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무속 논란’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이 ‘커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만신 정순덕 무녀와 종교학자인 김동규 박사. <한겨레21>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두 사람을 찾아 ‘진짜’ 무당과 무속 연구자는 당시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들었다(제1136호 레드기획 “최태민·최순실, 무당 아니다”).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은 2023년 6월13일, 다시 부부 동반 인터뷰로 만났다.

―다시 여러 ‘무속인’ 이름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걸 보며 두 분이 자주 생각났다.

김동규 “먼저 ‘무속인’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 말은 1990년대 언론이 쓰기 시작했는데, 무속 신앙을 믿는 사람까지 지칭하는지 뭔지 의미가 불분명하다. ‘무속 전통에 포함된다’는 표현을 권한다. 그리고 천공이나 건진법사 등은 무속 전통에 포함된다고 할 수도 없다. 진짜 법사는 경을 읽어서 귀신을 쫓아내거나 신을 모시는 일을 한다.”

정순덕 “무속은 일제강점기부터 공적으로 배척받는,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신앙이다보니 정치적으로도 희생양이 되는 일이 많다. 그래도 언론이 무속은 미신이라는 편견을 강화하면, 아기무당 등 묵묵히 무속의 길을 가려는 사람들이 위축되기도 한다.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원치 않았던 일제는 1915년 종교의 범위를 불교와 기독교 등에 한정했다. 무속은 ‘유사 종교 단체’로 분류돼 경찰 단속을 받았다.)…

정순덕·김동규 부부의 모습. 김동규 제공

정순덕·김동규 부부의 모습. 김동규 제공

―2016년 인터뷰 때도 무속이라는 ‘곁가지’보다 선출직 대통령이 비민주적 밀실정치를 한 사실이 있는지 ‘본질’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대통령이 개신교·불교 원로와 만나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과 달리 무당을 만나는 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한국에서 무속의 사회적 지위가 여전히 모호한 탓이다. 사적으로는 힘든 일이 있을 때 무당을 찾아가 서비스를 받지만, 공적으로는 무당 이야기를 금기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이가 많다. 공직자가 무속 전통을 가진 사람을 만난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한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거짓말하는 게 진짜 문제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2022년 12월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이 시대 예인의 삶을 소개하는 ‘예인열전’에 참여해 무녀의 삶을 이야기와 굿으로 보여줬다. 다른 공연이 예정됐는지 궁금하다.

“무업을 시작한 지 2023년 올해로 50년이 됐다. 이를 기념하는 굿을 9월쯤 할 예정이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오셔서 명과 복을 기원하고 받아가실 수 있도록 하겠다.”(1975년 내림굿을 받은 정씨는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1년 ‘국풍81’ 무대에 올라 굿하면서 유명해졌다. 동시에 전국을 돌며 이한열·박종철 열사 등 민주열사들과 제주 4·3 희생자 등을 위한 진혼굿을 했다.)

1996년 경기도 고양시 금정굴 아래서 양민학살 피해자 진혼굿을 주관하는 모습. 정순덕 제공

1996년 경기도 고양시 금정굴 아래서 양민학살 피해자 진혼굿을 주관하는 모습. 정순덕 제공

―<한겨레21> 등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은.

“아무나 다 ‘무속인’으로 통칭해서 불러도 되는 건지, 자신이 쓰는 개념의 뜻을 제대로 알고 쓰면 좋겠다. ‘무속인’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무속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재생산할 수도 있기에. 그리고 꼭 언론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내가 기존에 가진 무속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성찰해보면 좋겠다. 관행적으로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받아들여 판단 내리면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기승전21’은 <한겨레21>과 인연이 있는 ‘그때 그 사람’을 찾아 안부를 묻고 <21>의 안부를 전달하는 꼭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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