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진법사, 천공스승, 혜우스님, 무정스님….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무속 논란’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이 ‘커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만신 정순덕 무녀와 종교학자인 김동규 박사. <한겨레21>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두 사람을 찾아 ‘진짜’ 무당과 무속 연구자는 당시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들었다(제1136호 레드기획 “최태민·최순실, 무당 아니다”).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은 2023년 6월13일, 다시 부부 동반 인터뷰로 만났다.
김동규 “먼저 ‘무속인’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 말은 1990년대 언론이 쓰기 시작했는데, 무속 신앙을 믿는 사람까지 지칭하는지 뭔지 의미가 불분명하다. ‘무속 전통에 포함된다’는 표현을 권한다. 그리고 천공이나 건진법사 등은 무속 전통에 포함된다고 할 수도 없다. 진짜 법사는 경을 읽어서 귀신을 쫓아내거나 신을 모시는 일을 한다.”
정순덕 “무속은 일제강점기부터 공적으로 배척받는,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신앙이다보니 정치적으로도 희생양이 되는 일이 많다. 그래도 언론이 무속은 미신이라는 편견을 강화하면, 아기무당 등 묵묵히 무속의 길을 가려는 사람들이 위축되기도 한다.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원치 않았던 일제는 1915년 종교의 범위를 불교와 기독교 등에 한정했다. 무속은 ‘유사 종교 단체’로 분류돼 경찰 단속을 받았다.)…

정순덕·김동규 부부의 모습. 김동규 제공
김 “대통령이 개신교·불교 원로와 만나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과 달리 무당을 만나는 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한국에서 무속의 사회적 지위가 여전히 모호한 탓이다. 사적으로는 힘든 일이 있을 때 무당을 찾아가 서비스를 받지만, 공적으로는 무당 이야기를 금기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이가 많다. 공직자가 무속 전통을 가진 사람을 만난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한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거짓말하는 게 진짜 문제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정 “무업을 시작한 지 2023년 올해로 50년이 됐다. 이를 기념하는 굿을 9월쯤 할 예정이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오셔서 명과 복을 기원하고 받아가실 수 있도록 하겠다.”(1975년 내림굿을 받은 정씨는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1년 ‘국풍81’ 무대에 올라 굿하면서 유명해졌다. 동시에 전국을 돌며 이한열·박종철 열사 등 민주열사들과 제주 4·3 희생자 등을 위한 진혼굿을 했다.)

1996년 경기도 고양시 금정굴 아래서 양민학살 피해자 진혼굿을 주관하는 모습. 정순덕 제공
김 “아무나 다 ‘무속인’으로 통칭해서 불러도 되는 건지, 자신이 쓰는 개념의 뜻을 제대로 알고 쓰면 좋겠다. ‘무속인’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무속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재생산할 수도 있기에. 그리고 꼭 언론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내가 기존에 가진 무속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성찰해보면 좋겠다. 관행적으로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받아들여 판단 내리면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기승전21’은 <한겨레21>과 인연이 있는 ‘그때 그 사람’을 찾아 안부를 묻고 <21>의 안부를 전달하는 꼭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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