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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돈까지 쓰는데 팬의 마음을 좀 알아달라고!

‘긍정’ 외치는 사회에서 ‘불만’ 당당히 밝히는 창업가 희진의 플레이리스트
등록 2023-06-16 21:37 수정 2023-06-22 22:47
‘포카티카’ 이미지. 김희진 제공

‘포카티카’ 이미지. 김희진 제공

‘긍정 확언’이라는 키워드가 트렌드다. 자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긍정적 문장을 쓰거나 말하는 것이다. 세상은 서로에게 긍정 바이러스가 돼주자고 주문을 건다. 창업가 커뮤니티를 운영하다보니 ‘긍정 열매’를 먹은 수많은 예비창업가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번 글리치 해커톤에서 ‘포카티카'라는 아이템으로 1등을 거머쥔 희진은 요즘 대두하는 긍정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포카티카는 팬의 이름을 새긴 고유의 포토카드로, 이른바 ‘팬질'을 할 때마다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활동 기록을 남긴다. 세상에 ‘불만’이 많아서 포카티카를 한다고 당당히 밝히는 그는 과연 어떤 불만이 있을까?

―‘포카티카’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를 덕질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라고.

“세상에 온갖 불만이 많은 편이지만, 샤이니만큼은 아무런 불만 없이 좋아서 덕질을 시작했어. 당시 다른 남자 아이돌의 가사는 강인함을 강조했거든. ‘넌 내 거야’ ‘넌 나의 노예’ 이런 식으로. 샤이니는 유약함을 드러내서 신선했어.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더 강하다고 생각해. 학창 시절 운동선수를 하면서 거칠게 말하고 행동하는 분위기에 익숙했던 나에게 샤이니의 노래가 큰 위로가 돼줬어.”

―크립토(암호화폐)를 접목한 이유는 뭐야.

“사람들은 취향으로 뭉치고, 취향은 소비로 증명되거든.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려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없어. 그런데 같은 공간에서 같은 소비를 한 사람을 인터넷에서 바로 알 수 있다면? 크립토를 접목하면, 중앙화된 누군가만 데이터를 보는 게 아니라 팬들끼리 서로의 구매 품목을 바로 확인하고 연결할 수 있어. 익명성을 보장하면서도!”

김희진 제공

김희진 제공

―팬들의 어떤 불만을 풀어보고 싶은 거야.

“팬들은 아이돌이나 기획사가 끼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문화를 만들어가. ‘생일 카페’라는 문화도 있는데, 아이돌 생일 주간에 카페 하나를 빌려서 종일 ‘최애’ 콘서트 영상을 틀지. 이렇게 자발적으로 열렬하게 팬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이런 마음을 아는 매체가 너무 없다고 생각했어. 아니 내가 이렇게 돈까지 쓰는데 좀 알아달라고! ‘내돈내산’이라는 결제 행위는 결국 취향의 증명이라고 생각해. 종이 영수증은 사라지지만, 그럼에도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먹었는지 소셜미디어에 끊임없이 증명하잖아. 어디선가 자랑하고 증명받고 싶은 팬들이 있다고 봐. 각자 ‘나만의 팬 경험’을 기록하고 표출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여기서 쌓은 기록으로 나중에 아이돌도 알아주고 팬미팅 앞자리라도 보장받으면 너무 좋고 말이야.”

평소에 유튜브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유도 ‘불만을 해결하고 싶어서’라는 희진. 남들과 다르게 말할 수 있는 개성 강한 희진의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보자.

김수진 컬처디렉터

김희진(트위터 @Crypt0trave1er)의 플레이리스트
❸루다의 댄스 연구소 콘텐츠 섬네일. 유튜브 갈무리

❸루다의 댄스 연구소 콘텐츠 섬네일. 유튜브 갈무리

❶샤이니 <누난 너무 예뻐> 뮤직비디오https://youtu.be/VTASffPQGhY

에스엠(SM)타운 채널을 자주 봅니다. 특히 아티스트들의 초창기 앨범을 좋아합니다. <누난 너무 예뻐>(2008)는 샤이니를 가장 잘 나타내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❷​거의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BbDtKXLc0-U&t=172s

이 채널에서는 ‘망한’ 영화들에 대한 솔직하고 비판적인 리뷰를 제공합니다. 물론 망하지 않은 영화에 대해서도 훌륭한 평론을 하며, 담백하고 핵심을 잘 요약합니다.

❸루다의 댄스 연구소

https://www.youtube.com/watch?v=74_oeV-dvSs

제가 월 1만2천원 유료 멤버십을 유지할 정도로 즐겨 보는 채널입니다. 주로 아이돌 댄스를 분석합니다. 이 채널은 제가 좋아하는 태민을 맹렬히 비판하는 편이었는데요. 어느 날 태민의 새 앨범과 춤에 대해 다시 봤다고 생각을 바꿉니다. 비판하더라도 이후에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이 채널의 매력입니다.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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